꿈을 잃은 금융정책
꿈을 잃은 금융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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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동안 글로벌 경영을 외치며 활발한 변화를 모색하는 듯하던 국내 은행산업이 요즘 매사에 의욕을 잃은 듯 시들부들하다. 그리곤 고작 한다는 것이 대부업 진출을 넘보는 일이다. 물론 그 뒤에는 그런 길을 가도록 독려하는 재경부가 있다.
금융정책을 총괄 기획하고 집행여부를 관리 감독해야 할 재경부의 근래 행보는 금융허브의 꿈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국내 사정을 살피는 데 급급해 역주행을 하는 듯하다.

연전까지만 해도 국내은행들의 M&A를 통한 덩치 키우기 시도가 활발했고 새로운 상품을 개발해 보려는 노력도 제법 있었다. 세계적 금융기관들과의 경쟁을 염두에 둔 다양한 접근 시도로 한국의 금융 산업이 꽤 활기를 찾는 듯했다.
그런데 근래 들어서는 은행들의 움직임이 매우 둔화된 듯 무거워 보이고 재경부가 한마디 했다고 대부업 쪽으로나 시선을 돌리는 등 퇴행적 양태마저 보이고 있다. 물론 은행들이 대
부업에 손을 대는 것에 대해 반드시 부정적으로만 볼 일은 아니다.

이미 복합 금융기관이 된 외국계 금융사들이 국내에서 대부업 자회사를 운영하며 국내금융시장에서 재미를 보고 있는 데 안방 주인인 국내은행들만 손 놓고 구경해야 할 이유도 없다. 하지만 아직 복합금융사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국내 여건에서 금융산업을 선도해야 할 은행들이 대부업 시장을 쇄신할 구체적 복안도 없이 대부업에 손을 대는 것은 분명 퇴행적 행태다.

은행들은 좁은 국내 시장의 울타리를 벗어나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의욕을 보여야 할 때다. 금융허브의 꿈이 단지 한 정권만의 의욕이 될 수는 없다. 그런데 현 정부 집권 말기인 지금 금융허브의 꿈도 접은 듯이 보인다.

주변국들은 지금 우리의 존속 자체를 위협할 만큼 맹렬히 세계시장을 향해 뻗어나가고 있다. 일본은 진즉에 세계적 은행들을 갖고 있는 데다 십 수 년 전의 지역금융 붕괴 이후 금융업의 집중이 발생하면서 더욱 경쟁력 있는 금융회사들로 다듬어졌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인구폭탄까지 안은 중국이 마치 자살특공대 출진하듯, 공상 영화 속의 괴물이 성장하듯 무서운 기세로 커가며 세계 시장을 향해서도 저돌적으로 달려들고 있다.

물론 중국의 저런 맹렬한 기세는 세계 곳곳의 중국계 자본들을 하나의 네트워크 속에 끼워 맞춰 거대한 자본군을 형성한 중국의 위력에 힘입은 것이다. 저들은 개혁 개방과 더불어 전세계 漢商 회의를 여는 등 네트워크 구축에 나섰다.
지금의 중국 자본 네트워크는 세계 정책을 좌지우지하는 유대인 금융자본들의 위력에 버금갈 수준으로 성장했다. 오히려 구미 선진국에만 국한된 유대인들보다 동남아 등 제3세계에까지 뻗어있는 중국자본의 위력이 더 강력한 미래를 보여주고 있다.

현재 미국 1국 중심의 세계체제가 균열을 보일 때 그 최선두에 중국이 설 가능성이 크고 그 배경에는 바로 저런 거대한 네트워크가 뒷받침을 해 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중국이 분열을 시작한다면 또 다른 얘기가 되겠지만 당장 그럴 가능성은 적다.
중국은 묘족들이 90% 이상으로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 해외 중국계 자본들을 끌어안기 위해 조상 갈아치기까지 단행했다. 중국 한족의 조상은 황제 헌원이라던 중국인들이 지금은 황제와 싸웠던 묘족의 조상 치우와 염제를 묶어 3인 공동조상을 두었다는 소위 삼원공정을 단행, 역사를 개편한 것이다. 그럴 만큼 개방 중국은 자본의 위력을 적극 활용하며 무섭게 커가고 있다.

그런 판에 지금 한국의 금융 산업은 안방 자리다툼에만 골몰한 형국이다. 그 책임은 지금 꿈을 잃고 침침한 시력으로 더듬거리는 재경부가 가장 크게 져야 한다.
물론 개별 은행들도 스스로 여건을 만들어가며 뛸 의욕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은행장 인사를 정권 눈치 보며 하려는 한국 은행업계의 태생적 습성과 정권 말기를 그저 조용히 지나려는 공무원 사회의 복지부동으로 인해 금융 산업은 지금 시간만 헛되이 보내고 있다.
 
서울파이낸스 주필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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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병회 2007-07-31 00:00:00
하나의 거대한 제국을 움직이는 위엄있고 세련되면서도 날카롭게 우뚝선 용을 그리라고 용을 보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주변에 물어볼만큼 주변머리도 없는 사람에게 붓을 쥐어주고 나서, 뱀의 꼬리만 그린 결과를 놓고, 그린 당사자는 난 제대로 그리려고 했으나 옆에서 말리는 시누이(언론 등)가 많아 못했다고 하고, 쥐어준 자들은 네가 못나 못했다 하니 그렇고 그런 사람들이 창밖에 해가 났는지 폭풍우에 진눈개비가 오는지 신경이나 쓰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