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무늬만 해외진출'…"'글로벌 은행' 장기 전략 필요"
아직 '무늬만 해외진출'…"'글로벌 은행' 장기 전략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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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은행 해외점포 수익 비중 7.7% 그쳐…해외 은행은 30%대
낮은 신용도·브랜드 인지도 영향…현지 고객 선택 받기 어려워
"현지 채용 인력 질적 상향 시키는 등 영업력 증대 노력 필요"
국내 은행 지역별 해외점포 현황 (자료=금융감독원)
국내 은행 지역별 해외점포 현황 (자료=금융감독원)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최근 국내은행들이 동남아를 중심으로 해외진출을 확대하고 있지만 '무늬만 해외진출'이라는 뼈아픈 지적을 받고 있다. 예대마진 차이로 국내에서 돈을 버는 구조가 해외의 적극적인 진출을 가로막고 있다.

국내 은행의 해외진출 강화를 위해서는 자금조달에 필수적인 신용등급 등이 선결요건이지만 장기적인 호흡 아래 현지 채용인력의 질을 높이는 등 지구력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은행들은 정부의 '신(新)남방정책'에 맞춰 동남아 지역 진출과 현지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최근 캄보디아의 비전펀드 캄보디아를 인수했다. 이에 따라 해외 네트워크는 410곳으로 늘어났다. 우리은행은 총자산 2200억원 규모인 이 회사를 은행으로 전환해 캄보디아 1등 은행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신한은행은 베트남을 동남아 영토 확장의 전초기지로 삼고 공을 들인 결과 지난해 12월 '호주ANZ은행 베트남 리테일 부문'을 인수해 현지 지역 내 외국계 1위 은행에 자리했다.

외환은행의 기반을 이어받은 KEB하나은행 역시 중국과 인도네시아, 캐나다 등 해외 곳곳에서 규모를 확대해가고 있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윤종규 KB금융회장이 4년 만에 처음으로 직접 해외IR에 나서 KB금융의 경영 현안과 중장기 전략을 설명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IBK기업은행은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아그리스 은행 인수, 올해 4월 인도네시아 미트라니아가 은행 지분을 인수하면서 해외진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낮은 수익성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해외 점포의 당기순이익은 8억1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은행 총 당기순이익인 11조2000억원에 비하면 7.7%에 불과하다.

다른 해외은행들이 타국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이 전체의 35~38%에 이르는 점을 고려하면 정말 미미한 수치다.

금융권에서는 이 같은 문제가 다른 나라 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신용등급과 현지의 낮은 인지도 탓으로 분석했다.

은행의 신용등급은 자국 국가 신용등급을 넘지 못하다보니 선진국 은행들에 비해 현지에서 자금을 조달하는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브랜드 인지도가 낮다는 점도 현지 예금자의 선택에 장벽이 된다.

그렇다보니 경쟁력이 낮아 다수의 금융사가 동시에 참여하는 신디케이트 론 등에서도 후순위에 겨우 참여하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은행이 이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현지 인력의 질을 높이는 등 장기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국내 은행의 현지 인력 비율은 2017년 하반기 기준 93.3%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특히 현지인 간부도 76.9%나 된다. 은행권에서 현지화를 강조한 영향이다.

이종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이제는 인력의 현지화보다 그들의 로열티를 높이고 영업력을 증대시키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할 때"라며 "성과급 제도를 통해 급여를 차등화하거나 국내 본점 연수 등을 통해 자부심을 갖고 장기간 근무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중국계 은행의 사례를 예로 들면서 장기적인 호흡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 1위 은행인 중국공상은행(ICBC)은 2010년 전후로 글로벌 확대에 나서 해외비중이 8.80%에 불과한 반면 1929년 해외에 첫 진출한 중국은행(Bank of China)은 해외비중이 24.3%에 달한다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2000년대 초중반 동남아와 중국에 진출하기 시작한 국내 은행들의 실질적인 성과를 논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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