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산 종식됐지만···정제마진 급락에 정유업계 '울상' 
감산 종식됐지만···정제마진 급락에 정유업계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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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등 시점에 '촉각'
에쓰오일의 원유정제시설 모습 (사진=에쓰오일)
에쓰오일의 원유정제시설 모습 (사진=에쓰오일)

[서울파이낸스 김혜경 기자] 산유국들이 지난 22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의에서 하루 100만 배럴 증산에 합의하며 감산 종식을 선언했지만 유가는 오히려 치솟고 있다. 유가 상승세와 최근 눈에 띄는 정제마진 약세로 국내 정유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유업 수익지표인 정제마진 하락은 추후 실적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달만 해도 정제마진이 상승 추세에 있었지만 6월 초 분위기가 반전된 것. 미국 드라이빙 시즌 도래 시 휘발유 수요 증가 등의 요인으로 반등을 전망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러나 매년 원유시장이 동일하게 움직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미국의 대(對) 이란 제재에 따른 원유 공급 감소 등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점은 향후 실적 방어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28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8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3.2%(2.23달러) 급등한 72.7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2014년 11월 이후 최고 수준이며, 장중 한때 73달러까지 오르기도 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8월물 브렌트유도 비슷한 시각 배럴당 1.23%(0.94달러) 오른 77.25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국제유가는 지난 주 OPEC 증산 합의 후 급등세를 보였다가 다음 날 소폭 하락했다. 지난 26일(현지시간) 미 국무부 관리가 오는 11월 4일까지 이란으로부터의 원유 수입을 전면 중단해야 한다는 언급을 하면서 유가는 다시 큰 폭으로 올랐고, 미국의 원유재고량이 시장 예상치보다 급감하면서 상승세를 이어갔다. 현재 두 달 가까이 70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루 100만 배럴이라는 증산 규모가 시장 예상치보다 소폭 확대에 그쳤다는 점과 100만 배럴 증산도 여력이 없는 것 아니냐는 시장의 의구심이 맞물리면서 유가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유가 움직임의 불확실성은 정유사 수입 하락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운영비 등 제반 비용을 제외한 금액인 정제마진은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다. 싱가포르 시장 추세를 따라가는 국내 정유제품은 '싱가포르복합정제마진'을 기준으로 삼는다. 싱가포르 현지와 국내는 한 달 정도의 시간적 간격이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국내 정유사들의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은 4~5달러대로 알려졌다. 다만 각 정유사별 정제마진은 원유 도입처와 설비, 고도화율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명확하게 책정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고공행진을 거듭했던 정제마진이 이달 들어 하락세를 보이면서 손익분기점까지 내려앉고 있다. 지난 1분기 국내 정유 4사 실적 발표 후 증권가에서는 4~5월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원료가격 부담이 수익성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2분기 실적 호재로 정제마진 상승이 예상됐지만 한 달 만에 상황이 급변한 것이다. 정제마진 둔화가 장기화될 경우 전체 실적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업계는 변화를 주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원유 가격은 올랐는데 일시적으로 제품 가격이 따라가지 못한 결과 정제마진이 하락한 것"이라면서 "최근까지 석유제품 부문 정제마진이 괜찮은 편이었는데 신설된 정유시설 가동으로 인해 공급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각 정유사마다 정기보수를 끝낸 후 생산량을 늘리는 등 이른바 '계절적 요인'으로 인해 6월 들어 정제마진이 좀 떨어지는 것 같다"면서 "매년 이때쯤 하락세를 보이지만 곧 7~8월 미국 드라이빙 시즌에 휘발유 소비가 많아지면 다시 반등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NH투자증권은 "2분기 휘발유와 나프타의 크랙마진(휘발유·경유 등의 제품과 원료인 중유의 가격차이) 둔화가 복합정제마진 하락 주요인으로 판단된다"면서 "휘발유는 북미를 비롯한 OECD 정유사의 높은 설비 가동률로 생산량은 늘어난 반면 제품 가격의 급격한 상승으로 수요가 위축돼 마진이 둔화됐다"고 분석했다. 

업계 일부에서는 휘발유 수요가 많아지는 7~8월 성수기에 희망을 걸기도 했지만 속단은 이르다는 분석도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정제마진 하락세의 가장 큰 요인은 유가는 상승하지만 제품 가격의 변동이 없어 실제 소비 측면에서 둔화된 양상을 보이기 때문"이라면서 "현재 휘발유나 나프타의 스프레드(제품가격에서 원재료 가격을 뺀 값)가 작은 상황인데 미국 등지의 정유공장이 생산가동률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는 것이 그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 세계 정유공장이 1분기 정기보수와 함께 미국 드라이빙 시즌 오기 전 재고를 쌓아두고 가동률을 최대로 유지하면 가격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미국 내 수요 변화는 가격을 끌어올리는 요인은 될 수 있겠지만 특히 원유시장에서는 이미 변동성이 커져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항상 동일한 패턴으로만 반복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DB금융투자증권은 "2015년을 제외하면 드라이빙 시즌에 휘발유 마진 개선은 나타나지 않았다"면서 "당시 저유가 도래 첫 해로 글로벌 휘발유 수요가 급등했던 시기였기에 성수기 효과가 극대화됐지만 2015년처럼 휘발유 수요의 특별한 개선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마진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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