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스타필드, 반려동물 '동반쇼핑' 신세계 열었다
[르포] 스타필드, 반려동물 '동반쇼핑' 신세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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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방접종 마친 개·고양이 목줄 착용하면 입장 가능
1시간 이상 떨어진 지역서도 찾아와 모객효과 쏠쏠
지난달 19일 경기 고양 덕양구에 위치한 '스타필드 고양'에 반려견과 함께 쇼핑을 나온 사람들의 모습. (사진=김태희 기자)
지난달 19일 경기 고양 덕양구 스타필드 고양에서 반려견과 함께 쇼핑하는 손님들 모습. (사진=김태희 기자)

[서울파이낸스 김태희 기자] 안에 들어서자 반려인들의 신세계가 펼쳐졌다. 산책로에 나온 것처럼 5걸음에 1마리씩 주인과 함께 쇼핑하는 반려견을 만났다. 음악이 흐르고 유명 브랜드가 늘어선 쇼핑몰 한가운데서 사람과 함께 어울리는 반려견들의 모습은 신기하면서도 낯설었다. 

하지만 낯선 것은 잠시뿐. 분위기에 적응하는 데 5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주변을 살펴보니 사람들은 애초 그랬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반려견 동반 쇼핑문화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지난달 19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 스타필드 고양에서 만난 이승연(28·여)씨는 반려견 '설탕'(말티즈·9살)이와 함께였다. 집과 거리는 20분으로 주 2회 정도 스타필드 고양을 찾는단다. 그는 "나이가 많은 노령견이다 보니 외출할 때 집에 혼자 두고 나오기 미안하다. 산책할 때는 설탕이와 둘이서, 쇼핑을 할 땐 언니와 남동생 등 가족과 함께 온다"고 말했다.

스타필드의 반려견 동반 쇼핑문화는 인근 주민뿐만 아니라 1시간 이상 떨어진 지역에서도 모객효과를 내고 있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온 김지영(37·남)씨는 한 달에 1회 이상 반려견을 포함한 가족과 다함께 스타필드 고양을 찾는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빨간색 가슴줄을 한 '제제'(퍼그·9개월)는 스타필드 고양이 익숙한지 앞장서 걷기도 했다.

김씨는 "비가 오거나 추워도 실내 쇼핑몰은 날씨 영향을 안 받고 산책할 수 있다"며 "김포 현대아울렛도 반려견과 함께 입장할 수 있지만 배변봉투와 매장 출입제한 등 여러 가지 조건 때문에 스타필드를 더 자주 방문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스타필드 고양은 각 층마다 애견용 배변봉투를 갖췄다. 봉투 안에는 종이보드와 물티슈가 들어있다. 이마트가 운영하는 '몰리스 펫샵'에선 반려동물을 맡길 수 있는 '놀이터(플레이그라운드)'를 운영한다. 이용요금은 기본(2시간) 5000원이며, 1시간 초과하면 1000원이 추가된다.

지난달 19일 스타필드 고양에서 만난 김지영(37·남)씨와 반려견 '제제'(퍼그·9개월)의 모습. (사진=김태희 기자)
지난달 19일 스타필드 고양에서 만난 김지영(37·남)씨와 반려견 '제제'(퍼그·9개월)의 모습. (사진=김태희 기자)

서울 동대문구 주민 장민수(37·남)씨는 '타코'(푸들·6개월)를 데리고 스타필드 고양을 처음 찾았다. 그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이런 문화도 생겨나는 것 같다. 소문을 듣고 와봤는데 이 정도로 (반려견 쇼핑문화) 관리가 잘 돼있다니 놀랍다"고 했다.

김성미(55·여)씨도 차량으로 55분 거리인 서울 양천구에서 왔다. 반려견 '생강'(푸들·9개월)이와 함께 월 3회 정도 방문한다. 김씨는 "보통 한 번 나오면 쇼핑하고, 밥 먹고, 왕복 5~6시간 걸린다. 함께 나오지 않는다면 반려견은 주말까지 집에 혼자 있는 셈"이라며 "다른 백화점은 반려견을 데리고 못가기 때문에 스타필드에 온다"고 말했다.

반려견 동반 쇼핑문화는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스타필드는 올바른 반려동물 문화정착을 위해 출입기준을 정했고, 반려인들은 다른 손님과 공존할 수 있도록 이 규칙을 지킨다.

스타필드 하남과 고양의 반려동물 입장 기준은 예방접종이 완료된 개와 고양이로 목줄 착용 또는 케이지를 동반해야 한다. 단 도사견,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로트와일러, 스태퍼드셔 불테리어, 아메리칸스태퍼드셔 테리어 등 맹견류는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입점 매장은 자체적으로 반려동물 △출입 가능 △케이지사용 가능 △출입 불가 3가지 규정을 정해 바닥에 스티커를 붙였다. 주로 의류매장과 음식점이 출입 불가 구역이었다. 영풍문고·토이킹덤·이니스프리 등은 반려동물과 함께 입장 가능하다.

스타필드 고양에 입점해 있는 매장 바닥에는 반려동물 출입여부를 안내하는 스티커가 부착돼 있다. 또 각 층마다 배변봉투가 배치돼 있다. (사진=김태희 기자)
스타필드 고양 입점 매장 바닥에는 반려동물 출입여부를 안내하는 스티커가 부착돼 있다. 각 층마다 배변봉투도 갖췄다. (사진=김태희 기자)

신세계그룹에 따르면, 전체 320여개 매장 중 반려동물 출입이 가능한 곳은 220여개에 이른다. 과반수를 훨쩍 넘었지만 고객들의 체감은 그렇지 못했다. 이날 만난 반려견 동반 고객 모두 '2인 이상 함께 방문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선희(25·여)씨는 "옷 같은 것을 고를 경우 함께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일행 중 한 두명이 반려동물과 함께 밖에 남아있어야 한다. 혼자 반려동물을 데리고 온다면 제대로 된 쇼핑을 기대하긴 힘들다"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그는 이어 "음식점도 마찬가지다. 몰리스 펫샵의 카페를 이용하거나 놀이터에 맡기지 않는다면 식당에서 다 같이 식사하기는 어렵다. 주로 포장음식을 사서 벤치에서 먹는 편"이라고 밝혔다.

반려동물 동반 고객들은 이러한 불편함을 인정하면서도 이에 대해 '불평'을 늘어놓진 않았다. 김지영(37·남)씨는 "과거에는 반려견을 집에 혼자 두고 쇼핑을 나왔다. 사실 지금도 다른 쇼핑몰들은 이 조차 안 돼 있는 것이 사실이다. 멀리서도 스타필드를 찾는 이유"라고 했다.

한편, 스타필드 고양에 입점한 수제버거 전문점 '쉐이크 쉑'은 반려동물 전용 메뉴를 판다. 현미, 오트밀, 소고기 등을 뼈다귀 모양으로 구운 애견 간식이다. 쉐이크 쉑 직원은 "반려동물과 함께 온 고객들이 주로 포장음식을 찾는데 햄버거를 주문하면서 애견 간식도 같이 사는 편"이라고 귀띔했다.

양천구에서 스타필드 고양을 방문한 김성미(55·여)씨와 반려견 '생강'(푸들·9개월). (사진=김태희 기자)
서울 양천구에서 스타필드 고양을 방문한 김성미(55·여)씨와 반려견 '생강'(푸들·9개월). (사진=김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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