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GDP 1.0%…올해 성장률 年 3% 달성 '시각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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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설비·건설투자 예상보다 부진…전기 比 0.1%p 하향 조정
기재부·한은 "견조한 성장 흐름" vs 학계 "수출둔화…경기하강"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올해 1분기(1~3월) 국내 경제성장률 잠정치가 1.0%를 기록한 것을 두고 정부와 민간 전문가들 간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최근 '경기 침체론'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듯 우리경제의 견실한 성장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있다.  반면 민간에서는 1분기 문턱을 턱걸이로 넘어선 가운데 수출마저 흔들리고 있다며 3% 성장에 대한 경고음을 높이고 있다. 

1일 한은이 발표한 '2018년 1분기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올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395조6058억원(계절조정계열)으로 전기대비 1.0% 성장했다. 이는 지난 2017년 3분기(1.4%) 이후 반년 만에 가장 높은 성장세지만 한달여 전에 나온 속보치(1.1%) 대비 0.1%p 떨어진 수치다. 잠정치가 속보치와 비교해 하향조정된 것은 지난 2016년 3분기 이래 처음이다. 

속보치에서 반영하지 못한 3월 실적이 예상보다 좋지 않으면서 하향조정의 빌미가 됐다는 게 한은 측 설명이다. 지난 속보치보다 민간소비는 상승한 반면, 투자 부문이 한풀 꺽이며 전체적인 하락세를 이끌었다. 지난해 4분기 역(逆)성장을 기록했던 설비투자와 건설투자가 올 1분기에는 전기 대비 각각 3.4%, 1.8% 늘었는데, 이는 속보치 대비 각각 1.0%p, 1.8%p 하락한 수준이다. 

◇기재부·한은 "견실한 경제성장세 맞다…3% 성장 가능"= 다만 한은은 여전히 양호한 성장흐름이 계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은 관계자는 "전기대비 1.0% 성장은 비교적 높고 견실한 성장세로 볼 수 있다"며 "4월 지표를 보면 제조업, 건설업이 전월대비 증가 전환했고 수출 물량지수와 통관실적이 높은 수준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실제 수출은 올 1분기에도 지난해와 같이 성장세를 이끈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4분기 -5.3%에 그쳤던 수출 증가율은 반도체, 기계류 등을 중심으로 올해 1분기 4.4% 성장했다. 지난해 3분기(5.6%) 이후 2분기 만에 최고치를 나타낸 것이다. 성장기여도를 봐도 수출이 1.8%p를 기록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내놓은 5월 수출 기록은 509억800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13.5% 늘어나며 다시 증가세로 전환했다. 

지난달 열린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이주열 한은 총재는 올해 3%대 성장이 가능하다는 기존 전망을 뒤바꿀 만큼 경기 성장 흐름이 나빠진 것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성장전망과 관련해 보면 국내경제가 비교적 견실한 성장세를 지속해 왔고, 현재 시점에서 본 성장흐름이 지난 4월 전망을 수정할 상황은 아니다"고 거듭 강조했다. 현재 정부(기획재정부)와 한은, 국제통화기금(IMF)은 모두 올해 우리경제가 3.0%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상태다. 

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김영태 한은 국민계정부장이 2018년 1분기 국민소득(잠정) 기자설명회를 하고 있다.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기대비 1.0% 성장,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1.3% 증가했다. (사진=연합뉴스)
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김영태 한은 국민계정부장이 2018년 1분기 국민소득(잠정) 기자설명회를 하고 있다.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기대비 1.0% 성장,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1.3% 증가했다. (사진=연합뉴스)

◇민간 전문기관·학계 "수출 경고음…3% 성장 어렵다" = 그러나 민간·학계전문가들은 쓴소리를 멈추지 않고 있다. 이제라도 시장에 경고 시그널을 보내고 대비책을 마련토록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일례로 경제정책 싱크탱크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한국경제가 2.9%, 내년에는 2.7%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는 어느정도 완만한 성장세를 유지하겠지만 하반기를 기점으로 속도가 다소 꺾일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경제 성장세가 하반기로 갈수록 둔화될 것이라는 기존 시각을 유지한다"며 "글로벌경기 자체도 올해를 피크로 내년에는 하락세를 탈 것으로 전망되며 우리나라의 경우 고령화로 1분기 가계소득이 크게 내렸고 고용 사정도 매우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앞서 LG경제연구원은 올해 경제 성장률을 2.8%로 전망한 바 있다. 

특히 우리경제 성장세를 밀어올리고 있는 수출에 대한 정부와 시각차가 엿보인다. 반도체가 이끄는 절름발이 성장이 향후 우리경제에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KDI는 "반도체 가격이 급락하거나 중국경제의 추격으로 주력 수출품목의 경쟁력이 약화하는 속도가 빨라지면 교역조건이 악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 교수는 "지난 1월부터 반도체 수출이 주춤해져 하반기에도 큰 성장세를 이루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석유제품 성장에도 제약이 걸린다"며 "5월 수출 실적도 영업일수를 고려하면 딱히 큰폭으로 올랐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때문에 올 3분기(7~9월)부터는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란 진단이다. 김 교수는 "지난해 3.1% 경제성장이 가능했던 이유는 3분기 1.5% '깜짝' 성장이 주된 원인이었지만 올 3분기에도 이같은 성장세가 나타날 지는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우리경제가 가계부채와 양극화 문제를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동진 상명대 경제금융학 교수는 "GDP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경제의 잠재력이 많이 높아진다 하더라도 매수 주체를 잃어버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이 교수는 또 "큰 그림으로 2000년대 중반과 비교해 보면 현재 수출 성장 사이즈에서 비전을 찾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소비와 수출을 끌어올리지 못하면 성장잠재력을 높일 방법을 찾기 어렵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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