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銀, 고금리 서민금융 '아니 벌써?'
외국계銀, 고금리 서민금융 '아니 벌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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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제일銀, 2005년 부터 취급 '짭짤'...외국계 선점
국내市銀들, 이미지·평판 부담 '할까 말까' 고민만
 
[서울파이낸스 박민규 기자]<yushin@seoulfn.com>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은행의 서민금융도 자세히 보면 두 가지다.
하나는 대부업을 대체하는 고금리 영업이고, 또 다른 하나는 그야말로 서민을 위한 '공공성'차원의 서민금융이다. 이들 두 가지를 놓고 국내은행들이 이런 저런 이유로 고민하는 사이, 일부 외국계은행들이 고금리 서민금융시장을 선점해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최근 무담보 소액신용대출(마이크로크레딧)을 비롯한 서민금융에 대한 은행권의 진입논란이 대두되는 가운데, 몇몇 은행에서 1금융권으로부터 대출을 받기 힘든 개인 및 소규모 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대출상품들을 내놓고 있다.

그 중 신한은행의 ‘서울시 영세자영업자 창업자금대출’과 하나은행의 ‘한국형 마이크로크레딧’은 공익성 차원에서 5% 내외의 저금리를 지향하고 있는 반면, 전북은행과 SC제일은행, 한국씨티은행은 평균 10%가 넘는 대출금리를 적용하고 있어 대조적이다.
이들 은행 중 SC제일은행은 서민금융논란이 나오기 전인 2005년 12월부터 이미 무보증·무담보에 연간 매출액 1억원 이상 70억원 이하인 자영업자 및 소규모 기업 대상으로 최대 1억2,500만원까지 대출해주는 상품인 ‘중소기업분할상환대출(BIL)'을 본격적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는, 국내시장에서 수익창출에 고심하던 SCB(Standard Chartered Bank)가 동남아에서 판매하던 상품을 본떠 국내 들여온 상품이다. 동남아의 상황이 국내 실정과 차이가 난다는 점을 떠나서, 1금융권의 수혜를 받기 힘든 서민들을 대상으로 상품을 내놓았다는 점 자체는 분명 의미가 있다. 하지만, BIL상품의 경우는 기본적으로 서민지원 차원이라기 보다는 은행의 수익 극대화를 위해 만들어진 상품이라고 볼 수 있다.

SC제일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은행측에서 눈앞에 보이는 이익에만 치중해 은행 고유의 상품들을 제쳐두고 고금리 대출상품에만 치중하다보니 고객들의 클레임이 빈번해 직원들과 고객간의 마찰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BIL상품의 평균 금리는 17.44% 정도이며 대출잔액이 1조원을 넘어섰다.

한국씨티은행의 경우 올 4월에 ‘씨티비즈니스 신용대출’상품을 출시해 만23세 이상 70세 이하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최대 1억5천만원까지 대출해주고 있다. 무보증·무담보에 최저 8.99%에서 최고 18.22%의 금리로 대출되며, 한국씨티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대출잔액은 총 850억원 정도다.

전북은행의 경우, 지난 2일부터 만20세 이상 55세 이하의 전북지역 거주 개인 및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무보증·무담보로 최고 1천만원까지 대출해주는 상품인 ‘서브크레딧론(Sub-Credit Loan)'을 출시해 현재까지 70여건에 3억원 정도의 대출잔액을 기록했다. 금리는 최저 14.5%에서 최고 19.5%다.

이런 가운데, 대부분의 시중은행들은 서민금융 진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아직 정부에서 구체적인 방안이나 계획이 없이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해 은행을 서민금융으로 떠미는 것이 아니냐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때문에, 국내 시중은행들이 10% 중반대 금리의 대출상품을 취급하는 일은 보기 힘들 전망이다. 은행은 은행만의 역할과 이미지가 있는 데 굳이 서민금융에까지 진출하도록 하는 것은 은행에게나 서민금융권에게나 별 도움이 되지 않는 다는 것.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서민들을 위하자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제도적 장치를 보완·마련하는 것이 해결책이 돼야한다"며 "단순히 은행이 서민금융에 진출하면 시장의 상황이 나아지리라 기대하는 것은 단편적인 발상이자 순진한 바람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박민규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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