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보안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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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기술 해외유출 시도가 또 적발됐다. 검찰의 수사발표 내용이나 언론에 보도된 내용만으로는 그 기술이 얼마나 첨단적인 것인지 알기 어렵지만 일단 와이브로 기술이라면 그게 무엇이든 일반 국민들로선 죄다 첨단기술로 보인다. 대한민국 정부가 국내 통신업체들과 함께 2004년부터 개발을 추진해 세계에서 처음 개발해낸 차세대 인터넷 통신기술이 아닌가.

이번 사건의 주역은 해외유출을 기획한 포스테이타 종합시험팀장 황모 씨로 발표됐다. 그리고 그에게 기밀자료를 넘긴 사람은 같은 종합시험팀 과장 한모 씨. 한 과장이 넘긴 자료는 포스데이타의 경쟁사인 삼성전자의 영업비밀 7가지가 담긴 외장메모리로서 모 이동통신업체 직원으로부터 받아 황 팀장에게 전했다고 한다. 그리고 황 씨는 이 자료는 미국에 회사를 차리고 있던 김모 씨에게 이메일로 전송했다고 한다. 기밀 자료를 이메일로 보내다니 참 배짱 한 번 좋다고 봐야 하는 건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어떻든 그렇게 이메일을 받은 김 씨는 포스데이타에서 빼돌린 와이브로 핵심기술을 현지 통신업체에 매각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는 발표가 나온 상태다.

검찰 발표로는 명백한 산업스파이 행위다. 몇 달이 멀다하고 한 차례씩 이런 기술유출 사건 보도가 터져 나오곤 한다. 산업스파이 사례는 수사망에 미처 포착되지 못한 물밑의 더 많은 사건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상상만으로도 한여름 더위가 가실 만큼 몸이 오싹해진다.
우리 경제가 기댈 미래는 바로 그렇게 유출 위험에 노출된 첨단기술들이다. 그런 우리의 미래가 도둑질 당하지 않도록 기술 유출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게 마땅하다. 그런데 기술유출범으로 수사기관이 발표하는 이들은  그 기술 내용을 잘 알고 있는 기술개발자들이다. 그래서 돈 잃고 사람 잃는 모양새에 안타까움이 인다.

그러나 아무리 안쓰러워도 산업스파이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한 처벌이 있어야 한다. 실하던 대들보가 세월과 더불어 삭아 없어지는 것은 개미와 그보다 더 작아 보이지도 않는 미생물들 때문이다. 산업스파이가 바로 그런 개미떼나 다름없는 존재들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진정으로 기술 보안을 하려면 산업스파이에만 신경 쓸 일은 아닌 듯하다. 더욱이 검찰과 국정원이 과거 공안사건을 한 건씩 터트리며 세간의 관심을 흩으러 버리곤 하던 전력으로 산업스파이 사건을 다루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어 기술 보안을 위한 보다 체계적인 틀을 잡아나가기 위해 다각적인 연구가 필요할 듯하다.

지난 번 중국 자본에 인수된 쌍용자동차의 기술들이 중국회사로 흘러들어간다고 소란이 일었던 적도 있지만 실상 M&A된 기업의 기술보안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그러나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은 해외진출 기업들의 경우다. 국내의 법체계 밖에 있는 외국인 직원들이 자국내에서 기술유출을 꾀한다면 외국기업으로서 어떻게 방지할 수 있을지 대책이 필요할 터이다. 그래서 일본의 유수 기업들은 요즘 본국으로 U턴 중이라고도 한다.
처벌수위가 낮은 법의 문제도 지적된다. 그래서 국회가 산업기술 유출방지법 등의 개정에 나서기로 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기술 보안보다 먼저 기술인력에 대한 제대로 된 대우다. 빌 게이츠가 마이크로소프트를 짧은 기간에 오늘날과 같이 성장시킨 것은 기술개발의 성과를 개발자들과 함께 나눴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기술이 유출된 사례는 아직 없었다.
기술직에 대한 처우를 높일 생각은 안하고 이직하려는 기술자들의 발목을 잡기 위해 종종 기술 유출로 고발, 관련법을 종종 악용하는 기업들의 잔꾀는 산업스파이에 대한 국민적 경계심을 오히려 느슨하게 만들 위험한 노름이다. 수사기관들은 기술 관련 지식을 더 확장시키고 수사인력에 기술인력도 보강해 기업들의 그런 법률 오·남용도 막을 수 있어야 한다.

산업 스파이들의 활동은 실상 군비경쟁의 불이 붙은 앞으로의 동아시아에서 나날이 더 활기를 띨 전망이다. 사소한 사내 유통 문서 정도를 밖에 돌렸다고 기술 유출이라고 호들갑을 떨곤 하다가는 양치기 소년의 꼴을 당하게 될지도 모른다. 참으로 조심할 일이다.
 
서울파이낸스 주필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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