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52시간 근로…2~3년 과도기 시행착오 예상
은행권 52시간 근로…2~3년 과도기 시행착오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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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효율성 높이면 상당 부서 도입 가능"vs"영업점 업무량 그대로, 수당받지 말라는 말"
(왼쪽부터)IBK기업은행, NH농협은행, 우리은행 전경
(왼쪽부터)IBK기업은행, NH농협은행, 우리은행 전경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IBK기업·NH농협·우리은행 등 일부 은행이 52시간 근무제 도입을 준비하는 가운데 영업현장에서는 안착되기까지 적잖은 시행착오가 예상된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과 NH농협은행은 오는 7월부터 전 직원을 대상으로 주 52시간 근무를 도입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추진중이다. 우리은행도 도입시기는 정하지 않았지만 근로시간단축 대응 TF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은행원들이 실제로는 밤 11시에 퇴근한다는 지적이 나왔던 지난 2015년 이후 불과 3년만에 근로시간이 대폭 줄어드는 것이다.

은행들은 과거 논란이 제기된 이후 유연근무제를 도입하는 등 직원들의 근로시간을 꾸준히 줄여왔다. 또 PC오프제 등을 통해 강제적인 근로시간 단축도 추진했다. 그러자 일부 부서에서는 퇴근시간이 오후 7시 전후로 짧아지는 효과가 나타났다.

그럼에도 영업점 등 상당수 직원들은 여전히 주당 최대 근로시간인 68시간을 채워 근무해오고 있다.

여기에 제동을 건 것은 김영주 노동부장관이다.

김 장관은 지난달 시중은행장들을 만나 "노동시간 단축을 현장에 안착시켜 모범사례가 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은행업종은 최근 개정된 근로기준법 상 근로시간 단축 업종에서 특례업종으로 분류돼 도입이 1년 유예됐지만 김 장관이 이와 무관하게 연내 도입하라고 압박한 것이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도 김 장관에게 힘을 보탰다. 사측과 추진중인 산별중앙교섭에서 근로시간 52시간 도입을 주요 안건으로 내걸고 나선 것이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은행 내 상당수 부서들이 근무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면 52시간 근로를 도입할 수 있다"며 "노사 협의를 통해 이같은 시스템을 만들어 갈 수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정작 영업현장에서는 52시간 근로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했다.

4시 영업점 문을 닫은 이후 처리해야할 업무량은 동일한데 근무시간만 짧아진다는 것이다.

은행권 한 영업점 관계자는 "최근 비대면 금융서비스가 늘면서 업무량이 다소 줄어든 건 사실이지만 대출 등 중요한 업무는 여전히 영업점에서 처리되고 있다"며 "특히 대출 업무는 서류 제출이 많아 확인 등 절차가 필요해 근무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영업점 인원을 그대로 둔 채 근무시간만 줄이라는 것은 수당을 받지 말고 일하라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근무시간이 줄어들면 탄력점포 형태로 운영하는 일부 지점이나 IT부서, 보안 등 특수직군의 근로시간이 제대로 지켜질지도 미지수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맡은 업무의 특수성 때문에 근무시간이 제대로 지켜질 수 없는 부서도 존재하는데 일괄적으로 근로시간을 축소한다면 해당 업무는 누가 맡게 될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은행들이 채용규모를 확대하고 있는데 이들이 현장에 투입되면 52시간 근로도 가능해보인다"며 "향후 2~3년 과도기 동안은 현장에서 불만들이 많이 터져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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