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銀 한국형 마이크로크레딧 '닻은 올렸지만'
하나銀 한국형 마이크로크레딧 '닻은 올렸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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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시스템 윤곽 불구 성공여부 불투명
첫시도 자체 '의미'...타행들 움직임 '관심'
 
[서울파이낸스 박민규 기자] <yushin@seoulfn.com>최근 정부가 대부업체의 상한 금리를 연 49%로 한정하는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는 등 서민금융과 관련된 논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은행의 서민금융진출 타당성에 대한 논란 역시 분분하다. 이런 가운데 지난 9일 하나은행과 희망제작소가 연대해 한국형 ‘마이크로크레딧(microcredit)’ 사업진출을 발표하자 그 실효성과 성공여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현재 하나은행과 희망제작소는 한 달여 기간의 협의를 통해 한국형 마이크로크레딧의 가닥을 마련할 예정이다. 희망제작소 관계자에 따르면 8월말쯤에 확정될 것이라고 한다. 희망제작소 내 소기업발전소가 설립됐고 이를 통해 대출대상자를 심사하게 된다.
하나은행 측은 ‘하나희망재단’이라는 하나은행 산하기관을 구성해 자금 지원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개략적이고 전반적인 모델은 나온 상태지만, 대출금리나 상환기간 같은 세부내용들은 전문적인 심의를 통해 수정될 수 있다. 지난 9일 사업진출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하나은행 측이 밝힌 바에 따르면 대출금리는 연 4%를 넘지 않을 것이며, 대출규모는 1인당 5,000만원에서 3억원 정도로 정해질 방침이다.
우리나라 마이크로크레딧의 역사를 살펴보면, 2000년 신나는조합이 시작한 소외계층대상 대출이 그 시초라고 할 수 있다. 그라민은행이 씨티그룹에서 지원받은 자금에서 5만달러를 지원받아 시행된 이 대출은 1인당 최고 500만원 지원에 금리는 연 2~4%이며 상환은 주간단위로 최장 100주 동안 분할상환하는 방식이다.
그 후 2003년 창립된 사회연대은행이 기업과 정부 등의 지원을 받아 마이크로크레딧을 펼쳐오고 있다. 기금의 성격에 따라 1인당 최고 2,000만~5,000만원 지원에 금리는 연 0~5%, 상환기간은 4~5년이다.
2003년 설립된 아름다운재단도 저소득자 창업자금지원으로 마이크로크레딧에 진출했다. 대출금은 1인당 3,000만원 내외로 연 1%의 금리에 상환기간 7년의 방식으로 진행됐다.
특히, 사회연대은행은 은행권에서 산업, 신한, 국민, 수출입은행의 후원을 받아 기금을 마련하고 있으며, 이중 신한은행(합병 전 조흥은행)과는 2005년 협약을 통해 신용불량자 대상 창업지원대출을 실시한 바 있다. 사업초기 신한은행(합병 전 조흥은행)측은 1차로 50억원의 사업비를 책정했으나 선정방식의 까다로움과 사회적 제도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는 소외계층의 특성으로 인해 6억원 정도만이 지원되는 데 그쳤다.
사회연대은행은 지난해 10월에도 서울신용보증재단, 신한은행과 함께 서울 소재 영세자영업자를 대상으로 1인당 최대 2,000만원의 자금을 연 금리 5%(보증료율 1%포함), 총 상환기간 5년(1년 거치 4년 분할상환)에 대출해주는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국제노동기구(ILO)가 2002년 보고서에서 “산업화된 국가에서는 저신용, 빈곤층이 창업에 실패할 확률이 높고 운영경비가 많이 들어 마이크로크레딧으로 이익을 얻기 힘들다”고 지적했듯이, 현재 선진국에서도 마이크로크레딧은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무턱대고 돈만 빌려준다고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우리나라의 창업성공률은 5%대에 불과한 상황이니 마이크로크레딧 사업의 성공여부는 더더욱 불투명하다.
세계적인 마이크로크레딧의 시초이자 성공적인 모델로 평가받는 그라민은행의 대출방식을 살펴보면 정기적인 훈련프로그램과 연대금융구조 등의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규정으로 진행돼 99%의 높은 상환율을 보이고 있다.
그라민은행 유누스 총재는 자신이 추구하는 ‘사회적 기업’은 현재 자유시장경제체재하에서 대부분의 기업들이 추구하는 ‘이익 극대화’와는 대비되는, “세상과 인류에게 좋은 일을 한다는 동기 하에 세상에 변화를 이뤄낸다는 목적을 가진 새로운 차원의 기업”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처럼 마이크로크레딧은 애초에 이윤창출의 수단이 아닌 사회운동의 성격에서 시작한 제도로서, 상대적으로 사회적 약자인 계급에게 비교적 소액의 자금을 무담보로 빌려주는 것이다. 하지만 빌려준 돈의 원금과 이자를 되돌려 받는다는 점에서 자선과는 구별된다.
현 이스라엘은행 총재이며 씨티그룹 부회장과 국제통화기금(IMF) 부총재를 역임했던 스탠리 피셔는 마이크로크레딧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가 “가난한 사람들은 자신의 힘으로 그들이 처한 환경을 개선시키고 싶다는 희망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즉 마이크로크레딧은 단순히 적선을 베푸는 차원을 넘어서 빈곤층이 주체성과 자립심을 잃지 않은 채로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다.
희망제작소 박원순 상임이사는 “그라민은행의 마이크로크레딧을 국내에 그대로 도입하는 것은 창업에 드는 자금수준이 방글라데시와는 다른 국내 실정과 맞지 않아 큰 의미가 없다”며  이번 한국형 마이크로크레딧 사업의 추진배경을 밝힌 바 있다.
하나은행 김종열 행장에 따르면 자체 조사된 손실률이 7~8% 수준이었다는데, 4% 대의 대출금리 외에 이윤 발생소지가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업이 진행될수록 적자가 누적된다는 말이 된다. 흑자는 내지 못하더라도 적자를 내고는 사업이 지속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형 마이크로크레딧이 국내에 성공적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는 그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게 금융권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박민규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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