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 장세, 후유증 대비가 필요하다
폭풍 장세, 후유증 대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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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의 주식시장은 한마디로 폭풍 장세였다. 하루만에 53포인트, 2.78%가 올라 1962.93을 기록한 코스피 지수는 열 달을 별러 콜금리를 인상한 통화당국을 머쓱하게 만들었다. 전일 콜금리가 인상됐다지만 미국 기업들의 실적 호조로 뉴욕증시가 큰 폭으로 상승하고 덩달아 세계 증시가 일제히 오른 탓에 초장부터 폭등 장세로 시작했다.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기둥 역할을 하는 삼성전자는 최악의 실적을 보였다는 데도 불구하고 시가총액이 사상 최고치를 달성했다고 한다. 3/4분기 실적 호전을 기대하기 때문이라지만 광란적 장세가 아니면 나타나기 힘든 양상이다.

지금의 시장 분위기에 고무된 시장전문가들은 2주 안에 2000 돌파를 점치고 나선다. 시장전문가들이 종종 시장 분위기에 휩쓸리는 경향을 보이는 게 염려스럽긴 해도 이미 2000에 육박했으니 그 만한 예측은 충분히 나옴직하다.

그런데, 현재의 이런 광적인 시장 분위기는 그동안 국내의 그 누구도 제대로 예상한 게 아니라는 점에서 우려를 낳는다. 고작해야 연내 코스피지수 2000 안팎까지 오르리라는 정도였지 하반기 들어서자마자 1900선을 넘는 초고속 장세를 점친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증권회사 관계자들은 7, 8월 장세를 비관적으로 본 흔적이 뚜렷하다.

필자의 개인적 경험이지만 7월 들어서며 CMA 통장을 개설하기 위해 모 증권사 객장에 들렀다가 투자상담사를 만나 물었다. 이 시점에서 추천할 만한 상품이 있느냐고. 그는 여름기간 푹 쉬고 시작하라고  충고했다.

그런데, 불과 일주일 만에 주식시장은 100포인트 넘게 오르는 이상 과열을 보였다. 아무리 봐도 정상적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비관적 전망을 앞세울 일도 아니다. 분명 오를 만한 요인은 여러 가지 있기 때문이다.

다만, 지금과 같은 폭발적 장세를 보일만한 요인인지, 하루만에 53포인트씩 오르는 진정한 이유가 무엇인지 차분하게 되짚어 볼 필요는 있다. 그래서 위험요소가 발견되면 부지런히 제거해 나가야 마땅하다.

삼성전자의 경우 세계적인 기업사냥꾼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둥 M&A 가능성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 대형증권사에 대한 M&A 가능성은 증권사에서 먼저 유포하고 있다. 공중파 TV 프로그램에 나와서 대형증권사 주식을 사라고 권하는 전문가 집단들이 꽤 많은 개미군단들을 주식시장으로 끌어들였음직하다.

삼성그룹 차원에서 금융지주사와 제조업 등 일반 산업 지주회사를 분리 설립할거라는 소문에 유력 계열사들 주가가 오르기도 했다. 게다가 단골 메뉴로 핫머니의 대거 유입설도 떠돈다. 시장은 늘 소문이 무성하고 그 소문 중 일부는 훗날 분명히 입증되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많은 소문들이 단지 루머로만 그치고 만다.

그렇다고는 하나 그 가운데 숨어있는 위험성이 적잖다. 감독당국이나 통화당국까지 두루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는 시장 감시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핫머니의 동향과 관련해서는 그 어느 때라도 끊임없는 관찰이 요구된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일시에 시장이 붕괴되는 참변을 당할 우려 때문이다. 그럴 경우 닥칠 위험은 1997년의 외환위기가 문제가 아닐 것이다.

이런 위험에는 물론 당국만 대비할 일도 아니다. 시장이 들뜰수록 대기업들은 물론 어지간한 중소기업들까지도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염려할 것은 국제적인 핫머니만이 아니다. 고수익을 찾아 부동산시장을 들쑤시다 방향을 틀어 주식시장으로 들어온 국내 부동자금들 역시 조심스러운 관찰이 필요하다. 잘 다루면 원자력 발전이 가능하지만 방치하면 원자폭탄이 될 수도 있는 폭발력이 내재된 자금들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모두가 들뜨는 시기야 말로 높은 위험성으로 인해 감독당국의 감시기능 극대화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지속적 관찰과 섬세한 대응이야말로 폭풍의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최적의 수단이다.
 
서울파이낸스 주필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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