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이주민 "전세금 모자라요"…강남 역전세난 심화 조짐
재건축 이주민 "전세금 모자라요"…강남 역전세난 심화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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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송파구 잠실의 한 중개업소. (사진=연합뉴스)

강남4구 전셋값 하락폭 '확대'
수억원 가격 낮춘 전세매물 출현
"재건축 이주민도 수요 채우기 어려워"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서울 강남권 아파트 단지들의 세입자 구하기 난항으로 역전세난 현상이 심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등 재건축 단지의 이주가 시작됐지만, 대부분의 입주민이 낮은 보증금에 세를 살고 있던 터라 축적된 전세물량의 수요를 채워주지 못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25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서울의 전세가격지수 변동률은 -0.07%를 기록했다. 특히 △송파구(-0.20%) △서초구(-0.15%) △강동구(-0.13%) △강남구(-0.12%) 등 강남4구의 전셋값 하락폭이 컸다.

실제 최근 들어 강남권 전세시장에는 전세금을 수억원 낮춘 매물이 속속 출현하고 있다. 강남구 삼성동 힐스테이트1단지의 경우 지난 1월 전용 84㎡의 전세매물이 10억원에 거래됐으나 현재는 1억5000만원 적은 8억5000만원 수준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전세매물을 내놓은 집주인이 많은 데도 불구하고 수요가 충족되지 못하면서 누적된 주택의 전셋값이 하락하는 양상이다. 삼성동 K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8억원대에 매물을 내놓아야 문의가 오는 분위기"라면서 "9억원 이상은 돼야 한다는 집주인이 많았지만, 집 보러 오는 사람이 적어 값을 낮추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서초구 서초동 '래미안서초에스티지S'의 전용 84㎡ 주택형은 전셋값 8억원에 잇따라 매물로 등장했다. 종전 시세 대비 최대 3억원가량 낮은 수준이다.

이처럼 전세금이 떨어지는 이유는 인근 지역의 입주물량이 크게 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부동산114·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강남4구의 올해 입주물량은 전년(9750가구)보다 60% 늘어난 1만5614가구다. 여기에 경기·인천 지역까지 포함하면 물량은 31만6000가구로 늘어나, 수요가 더욱 분산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강남권 재건축 단지의 이주가 시작되면 역전세난이 해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으나, 이마저도 크게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재건축 단지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 대다수가 세입자인 상황이어서, 이들이 같은 지역의 전세를 구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강남구에서 올해 이주가 예고된 곳은 일원동 대우아파트, 역삼동 개나리4차, 구마을 1·2지구, 삼성동 홍실아파트 등이다. 인근 송파구에서는 미성크로바(1350가구), 잠실 진주(1507가구)가, 서초구에서는 신반포·경남아파트(2673가구), 방배13구역(2911가구), 반포주공1단지(2120가구)가 순차적으로 이주한다.

이중 이달부터 이주를 시작한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5040가구)는 85%에 달하는 가구가 세입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세금은 1억2000만~2억원대 수준이다.

개포동의 S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집주인들의 경우 많게는 4억원대를 받고 주변 소형아파트로 이주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세입자들은 2억원이 안되는 전세금을 가지고 주변으로 이동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또다른 Y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재건축 이주민 중 빌라나 다세대주택으로 알아보는 사람이 많지만, 이마저도 부담스러워 경기도까지 내려가는 사람이 많다"며 "이달 말까지 1500가구에 달하는 개포주공1단지 주민이 이주하겠다고 했지만, 아직 전세물량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다른 단지의 이주까지 좀 더 기다려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성권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선임연구원은 "상당부분의 전세수요가 매매시장으로 흡수됐고, 서울시에서 재건축 아파트 이주시기를 조정하면서 이주수요가 분산됐다"며 "송파구 헬리오시티 등 대단지 아파트 입주가 끝날 때까지는 전셋값이 약보합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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