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논리가 궁금하다
정책논리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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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미일관한 정책논리란 현실에 존재하기 불가능한 꿈에 불과하다. 그러나 최소한 한 국가의 정책이 지향할 목표만큼은 일관성을 보여줘야 한다. 그런데 아쉽게도 현재 금융산업을 관리 감독하는 우리의 당국이 보여주고 있는 정책에서는 그런 일관성이 읽히질 않는다.

금융은 기본적으로 경제의 영역에 속하지만 그 정책적 결과는 종종 사회 정치적 영역을 넘나들기도 한다. 크게는 신용불량자들이 양산되거나 금융버블의 붕괴로 인한 줄파산 사태처럼 사회 전체가 근심하고 다함께 고통을 분담해야 하는 일들이 그런 예가 되겠다.
최근 은행들이 정부의 독려에 고무돼 서민지원을 표방한 고금리 대출시장에 뛰어드는 것도 은행 입장에서는 경제논리에 부합하는 일이 될지 모르나 정책당국의 입장은 경제논리를 넘어선다. 끔찍한 고금리로부터 서민들을 지키겠다는 뜻이야 바람직하지만 그 과정이나 방식이 결코 경제정책의 본산에서 나옴직한 게 아니다.

근자에 갑작스레 언론미디어들이 대부업을 타깃으로 삼아 요란스런 포격에 나섰다. 그러자 경제부총리가 새삼 대책이랍시고 은행장들을 붙잡고 서민신용대출에 나서길 종용했다. 금융정책이 앞·뒤 눈·코·입도 없는 멍텅구리 정책이라고 고백하는 것이나 진배없다.
대부업을 제도금융의 울타리 안으로 끌어들인 것이 정책당국이다. 그 대부업체들의 고금리를 방조한 것도 정책당국이다. 그런데 지금 그들을 범죄집단시하는 것도 정책당국이라면 그런 당국이 내놓는 정책들을 도시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신뢰하란 얘기인가.

대부업의 살인적 고금리로 인한 부작용이 심각한 것은 분명하다. 대부업 최고금리인 연리 66%라면 불과 1년 반만에 원금보다 더 많은 이자가 붙는다. 물론 대부업체 대출이라고 다 그런 초고금리가 적용되는 것은 아닐 터이지만 신용도 담보도 내세울 게 없는 영세 빈민들이 다급한 상황에 몰리면 앞뒤 잴 것 없이 달려들 개연성은 충분하다. 그리고 그런 고금리 자금에까지 몰린 사람들이라면 대개 상환능력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그런 그들을 위한 금융시스템에 그동안 정책당국도 별달리 신경 쓰지 않았다. 당연히 은행들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상환불능의 지경에 이르게 할 고금리일망정 서민들은 숨이 꺼져가는 가족을 살리기 위해, 노숙자로 전락하는 상황만은 모면해보고자 발버둥 치던 서민들에게 가장 가까이에 다가가 있던 금융이 대부업이다. 그걸 당국이 몰랐을 리는 없다.
대부업의 초고금리를 굳이 변호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따지고 보면 그 높은 금리 수준만큼이나 리스크가 큰 대출 업무를 도맡았던 대부업체였다. 그런 점에서 그들에 대해 지금 언론미디어들이 가하고 있는 일방적 매도는 그다지 공정해 보이질 않는다.

대부업의 리스크가 큰 만큼 그들의 자금조달 비용 또한 높다. 제도금융 안으로 들어왔다고는 하나 별다른 정책적 지원이 뒤따르지도 않는다. 오히려 이제까지 정부 당국은 대부업에 대한 양질의 자금지원을 막아왔다. 제도 바깥의 사채업보다 더 나은 보장도 없이 단지 당국이 감시하기 좋은 영역 안으로 들어온 것에 불과하다면 대부업체들이 계속 제도권 안에 머무를 것으로 기대하기도 어렵다. 이게 정책 목표는 아니지 않은가.

경제적 논리보다는 사회 정치적 논리를 앞세우다 새로운 사회적 문제를 낳은 셈이다. 그런 상황에서 당국은 지금 대부업의 살인적 금리를 막기 위해 서민신용대출을 새롭게 시작하라고 은행들을 부추기고 있다. 은행들로서는 저가로 구한 자금을 고금리 사업에 쓴다면 충분히 타산이 맞는 장사일 터이다. 최근 한 지방은행에서 ‘서브크레디트론’이라는 이름으로 내놓은 소액신용대출상품의 금리가 캐피탈 금리와 비슷한 14.5~19.5%라고 한다. 대부업체의 금리와는 비교할 게 못된다. 좋은 일이다.

그런데 좀 의아하다. 은행의 현 수신금리가 얼마인데 지금 이 금리가 대부업체보다 낮다는 이유로 장려할 수준인가 싶은 거다. 게다가 과연 은행이 언제까지 저런 고위험 대출업무를 지속할지, 또 저런 소액대출까지 은행이 챙기면 저축은행 등 여타 금융들은 뭘 하란 얘기인지, 정책당국이 외눈박이는 아닐 터인데 뭘 보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두루 궁금하다.
 
서울파이낸스 주필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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