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기 중소기업 대출 절벽 우려…"예대율 영향"
금리인상기 중소기업 대출 절벽 우려…"예대율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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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대출 잔액 중 중소기업 비중 79%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국내 금융권이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면서 예대율 규제로 인한 중소기업의 자금난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다만 시장에서는 주택담보대출 증가세 둔화가 지속되면 은행들이 중기 대출을 확대하고 있어 충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9일 한국금융연구원이 내놓은 '기준금리 인상이 은행의 대출공급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는 국내 은행은 원화예금 대비 원화대출 비율(예대율) 규제로 인해 대출공급이 감소할 수 있다며 중소기업의 자금난 우려를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금융당국은 은행의 부실과 대출경쟁을 막기 위해 예대율을 100%로 제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기준금리가 올라 조달비용이 높아지고 은행이 예금을 확보하기 어려워지면 대출공급을 축소할 수밖에 없다.

은행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 도입된 규제가 오히려 대출공급을 위축시켜 실물경제를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는 셈이다.

이 경우 자본시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대기업보다 은행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중소기업의 피해가 더 심각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은행의 기업대출 잔액 중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말 기준 79%나 된다. 상장·회사채 발행 등으로 직접 자금을 조달한 자금은 대기업의 7% 수준에 그친다.

은행이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을 줄이거나 중단할 경우 당장 자금난을 겪게 될 회사가 이만큼이나 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이 같은 부정적인 영향은 이론적인 예상에 불과해 현실과 괴리가 있을 수 있다는 전제를 달았다.

그럼에도 설문조사 등에서는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 결과'를 보면 국내은행의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태도지수가 2분기 기준 -10 이었다.

대출태도지수는 -100부터 100사이에 분포하며 마이너스 값이 커질 수록 대출 금리나 만기 연장 조건 등 대출 심사를 강화하는 금융기관이 많다는 의미다.

중소기업에 대한 은행권의 대출태도지수는 지난해 1분기 -17을 기록한 이후 2분기 -10, 3분기 -3, 4분기 3을 기록하며 상황이 좋아지는 듯 보였으나 올 들어 1분기 -3, 2분기 -10 을 기록해 다시 나빠지고 있다.

박해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은행의 본격적인 금리인상에 앞서 예금증가율 등 예대율 규제의 영향을 면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중소기업이 안고 있는 자금조달 상의 취약성을 고려해 금리인상 본격화 시 나타날 수 있는 자금부족 문제를 완화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은행권은 올해 초 중소기업대출 규모를 확대하고 있어 당장 문제가 나타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A은행 관계자는 "대부분의 시중은행들이 올해 중소기업대출을 늘린다는 계획을 세웠다"며 "기술력이 있거나 건전성이 좋은 기업이라면 자금조달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은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로 인해 줄어든 대출 수요를 기업대출에서 찾고 있다. 특히 우량 중소기업 등을 중심으로 대출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B은행 관계자 역시 "금리 상승기에 연체 규모가 커지지 않도록 기업 부실 가능성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예정"이라면서도 "중소기업 대출공급 목표는 지난해에 비해 더 늘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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