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장으로 돌아온 저승사자, 일단은 '프렌들리'
금감원장으로 돌아온 저승사자, 일단은 '프렌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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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식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외부자 아니라 금감원 식구·동료로 봐달라"
은산분리·감독기구 개편 등 금융위와 대립 가능성↑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프렌들리(Friendly)'와 '로키(low-key)'. 김기식 신임 금융감독원장의 취임 행보를 설명하는 말들이다. 국회의원 시절 금융위원회와 금감원 임직원들을 압박했던 김 금감원장이 '저승사자' 등 강성 이미지를 지우기 위해 신뢰를 밑바닥부터 다시 다지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금융위와 금감원, 두 기관의 공조 균열이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다고 본다. 김 원장이 앞서 다뤘던 각종 금융현안과 정책·감독을 고려할 때 향후 금융위와 첨예하게 대립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 원장은 지난 2일 취임 이후 연일 친(親) 금감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취임식 전 직원 대표가 가슴에 뱃지를 달아주는 행사도 김 원장이 즉석 제안했다는 후문이다. 

취임사를 통해 "외부자가 아닌 식구·동료로 생각해달라. 든든한 벗이자 방패막이·조력자가 되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했던 만큼, 국회의원에서 금감원 직원으로 변화된 모습을 보이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원장은 첫 임원회의에서 "특히 임원들이 직원들의 사기 제고 등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김 원장은 취임식을 마치고 금감원 20층에 있는 구내식당을 예고없이 방문했다. 직원들과 똑같이 식판에 직접 음식을 배식받은 김 원장은 유광열 수석부원장 등 임원 3명과 함께 담소를 나누며 점심식사를 했다. 취임 첫 날 첫 끼를 직원들과 함께하며 스스럼없이 다가가려는 노력을 소홀히 하지 않은 셈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과는 지난 4년간 서먹했던 관계를 복원하기 위해 조용한 로키 전략을 선택했다. 지난 4일 처음으로 금융위 정례회의에 나란히 참석한 최 위원장과 김 원장은, 3일 김 원장이 금융위를 찾은 것으로 상견례를 먼저 했다. 지난 2014년 'KB사태(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를 둘러싼 경영진간 다툼)'를 두고 날선 공방을 벌였던 이후 첫 만남이다. 

최 위원장이 악수를 청하자 김 원장은 어긋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는 듯 두 손을 꼭 맞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 원장은 "김 원장은 전문성과 열의, 아이디어가 풍부해 금감원의 혁신과 변화를 성공적으로 이끌 적임자"라며 덕담을 아끼지 않았다. 김 원장은 "우리는 한 팀이다. 전혀 긴장관계로 갈 일 없다"고 화답했다. 두 사람은 이례적으로 1시간이 넘도록 대화를 나눴다. 

참여연대 시절부터 다져온 김 원장의 '전투력'이 단연 최고라는 데 이견이 없지만 당분간 몸 낮추기 행보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이런 맥락에서 금감원과 금융위와의 관계 설정도 최소한 임기 초반만큼은 진중한 모드로 설정될 것이란 견해가 많다. 국회의원 시절 '낙하산' 관행을 비판해 온 김 원장이 취임 초부터 불필요한 논란을 줄이기 위해 지나치게 각을 세우지 않겠다는 생각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같은 밀월모드가 언제까지 이어질 지에 대한 전망은 유동적이다. 김 원장이 취임식에서 "금융정책과 금융감독의 방향은 같지만, 정책 기관(금융위)과 감독 기관(금감원)의 역할은 분명히 다르다"며 금감원의 권위를 바로 세우겠다고 강조한 만큼,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신의 구상한 시나리오대로 금감원을 바꿔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금감원 직원은 "젊은 직원들 사이에선 필요할 때는 제 목소리를 낼 줄 아는 원장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했다. 

과거 앞장서 반대했던 기업구조조정 촉진법(기촉법) 연장과 인터넷전문은행 은산분리 완화 등 이슈가 불거질 경우, 금융위와 긴장관계로 전환할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다. 더욱이 김 원장이 금융감독과 정책 기능 분리를 주장해온 인사라는 점도 향후 논란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그는 금감원으로부터 소비자보호기구를 우선 분리하고 추후 금융위를 쪼개는 식의 단계적 분할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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