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 채용비리 정황 32건 추가 포착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연루 추정 메모 발견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금융당국이 2013년 KEB하나은행 채용비리 검사 결과 비리 정황 32건을 추가 포착했다. 최흥식 전 금융감독원장과 함영주 하나은행장의 채용비리 연루 사실도 확인했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관여를 추정할 만한 메모를 발견했지만 사실여부는 확인하지 못했다.
금감원은 하나금융 채용비리와 관련한 특별검사를 진행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일 밝혔다. 최흥식 전 금감원장이 하나금융지주 대표(부사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채용비리에 연루됐다는 보도가 나오자 금감원은 지난달 13일부터 최성일 전략감독담당 부원장보를 단장으로 특별검사팀을 꾸려 2013년 하나은행의 채용실태를 집중 점검했다.
금감원은 이번 특별검사로 총 32건의 채용비리가 추가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채용 청탁에 따른 특혜채용 16건 △최종면접에서 순위 조작을 통해 남성 특혜 합격 2건 △특정 대학 출신을 합격시키기 위한 최종면접 단계에서의 순위 조작 14건 등이다. 금감원은 해당 내용을 지난달 30일 하나은행의 채용비리를 수사중인 검찰에 참고자료로 제공했다.
특혜추천 사례 가운데서는 최 전 원장과 함영주 하나은행장의 이름이 거론됐다. 최 전 원장의 경우 '최흥식 부사장 추천'으로 표기된 지원자가 서류전형 점수(418점)가 합격기준(419점)에 1점 미달했는데도 서류전형을 통과해 최종 합격했다.
함 행장은 당시 하나은행 충청사업본부 대표(부행장)를 맡고 있었고, ◇◇시의 시장 비서실장 자녀를 추천하는 등 특혜를 준 의혹을 받고 있다. 함 행장이 추천한 지원자는 합숙면접 점수가 합격기준에 미달했음에도 임원 면접에 올라 최종 합격했다.
김정태 회장이 연루됐을 가능성이 있는 건도 포착됐다. 한 지원자는 서류전형 단계에소 추천내용에 '최종합격' 표기가 돼 있었는데 추천자의 이름이 '김○○(회)'였다. 최성일 단장은 "하나은행 인사부장에게 물으니 '회장'이나, '회장실'에서 온 추천으로 추정된다고 답변했다"면서도 "이후 구체적인 사실은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은 2013년 당시 하나금융지주의 인사전략팀장으로, 인사 팀장 이름 옆에 쓰인 '(회)'라는 말이 김 회장일 수 있지만 특정할 수 있는 증거나 증언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최 단장은 "자료를 검찰에 넘겼으니 다음부터는 검찰이 규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지원자는 서류전형과 실무면접 점수가 합격 기준보다 크게 낮았고, 태도 불량 등으로 합숙 면접은 0점 처리됐지만 최종 합격했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특검단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하나은행이 채용과정에서 남녀차별을 했던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동일한 직무에 대해 남녀 채용인원을 사전에 달리 정하는 등 남녀 차등채용을 서류전형(계량평가) 단계부터 추진한 것이다. 2013년 하반기의 경우 사전에 남녀 4:1 비율로 차등해 채용하기로 사전에 계획을 수립해 서류전형에서 여성 커트라인(서울지역의 경우 600점 만점에 467점)이 남성(419점)에 비해 월등하게 높아졌다.
특정대학 출신 합격을 위해 면접 순위를 조작한 사실도 발각됐다. 인사부장과 팀장, 실무책임자 등이 참석하는 실무회의에서 명문대나 해외 유명대학 등을 우대해 14명을 특혜 합격시켰다. 최 단장은 "채용비리 정황과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소지에 대해 확보한 증거 자료를 검찰에 수사참고자료로 제공했다"며 "엄정한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수사 결과 위법이 확인되면 상응하는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