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매출깎기' 부추기는 인천공항공사
면세점 '매출깎기' 부추기는 인천공항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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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월18일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중앙광장 모습. (사진=김태희 기자)

"2터미널 개항 후 영업환경 고려 없이 1터미널 임대료 인하안 발표"
중소·중견사업자 반발·시위…롯데·신라·신세계, 내주까지 검토 입장

[서울파이낸스 김태희 기자] "불통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난해 12월 임대료인하 설명회를 연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면세점 사업자들과 소통하지 않았다."

22일 인천공항공사가 임대료 인하 2차 조정안을 발표한 직후 면세점 사업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조정안을 살펴보니 업체들 의견을 수용한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공사 측 입장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는 것이다.

인천공항 면세점 임대료 인하 문제 시발점은 지난 1월18일 문을 연 제2 여객터미널(2터미널)이다. 대한항공, 에어프랑스, 델타항공, KLM네덜란드항공이 2터미널로 옮기면서 1터미널 여객이 30%가량 줄었다. 면세점 사업자들은 특히 구매력이 높은 대한항공 승객이 빠져나가면서 타격을 받는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1터미널에 남겨진 아시아나항공은 출국 게이트를 서편에서 동편으로 옮긴다. 해당 구역 면세점 사업자들은 2차 피해를 받게 된다.

인천공항공사는 이와 관련해 지난해 12월 임대료 인하 설명회를 열었다. 면세점 업계 설명을 종합하면, 당시 인천공항공사는 매출 타격이 동편과 서편, 탑승동 등 구역별로 다를 것이라는 데 공감했다.

그러나 인천공항공사는 지난 2월 1터미널 면세점 사업자들에게 27.9% 임대료 인하를 일괄 적용한다는 공문을 보냈다. 여객분담률 감소비율(이하 여객 수)에 따른 1차 조정안이다. 이에 면세점 업계는 계약서에 명시된 대로 협의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여객 수'가 아닌 '구매력' 차이를 반영하자는 주장이었다.

22일 인천공항공사는 2차 조정안을 내놨다. 30% 인하율을 우선 적용한 뒤, 전년 대비 매출액 감소율을 반영해 임대료를 정산하는 방식이다. 이 방안이 싫다면 1차 조정안을 선택하라고 했다.

면세점업계는 서로 다르지 않는 2가지 안을 내놓고 선택을 강요한다며 반기를 들었다. 매출액 감소 폭으로 임대료를 정산한다는 것 자체가 정상적인 영업환경을 해친다는 주장이다.

문제는 인천공항에 입점한 면세점 사업자 모두 적자를 볼 수밖에 없다는 구조에 있다. 임대료가 비싸서다.

▲ 지난 1월18일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쇼핑거리 모습. (사진=김태희 기자)

면세점업계 한 관계자는 "공항면세점은 임대료가 비싸 매출이 올라도 항상 적자를 봐왔다. 영업 환경까지 어려워진 상태에서 임대료 인하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이를 매출액 감소 폭으로 결정한다면 누가 열심히 장사를 하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마케팅 비용부터 줄이고, 소극적으로 영업하다면 그 피해는 모두 고객에게 돌아가게 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면세점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임대료를 최대한으로 줄이는 수밖에 없다. 지난해 사드 직격탄을 맞았는데, 이를 어떻게 설명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상장사들은 어떻게 해서든 지난해보다 매출액을 늘릴 수밖에 없다. 매출액은 물가상승률과 연관돼 있다"면서 "매출 타격을 이유로 들었다고 매출 감소 폭으로 임대료를 내리겠다는 단순접근법은 임대사업자가 어깃장을 놓는 것으로 밖에 안 보인다. 면세점 영업환경을 뻔히 알면서 공사가 잇속만 챙기려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면세점 사업자들은 인천공할 1터미널 철수를 거론할 정도로 벼랑 끝에 몰린 상황이다. 롯데면세점은 지난달 3개 구역 사업권을 반납하겠다고 인천공항공사에 공문을 보냈다.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 역시 임대료 인하가 불발될 경우 철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매출 감소율을 임대료 인하에 반영할 경우 말 그대로 사업자들은 소극적인 영업형태를 취할 수밖에 없다. 사업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시내면세점을 활성화하고, 공항면세점은 손을 떼는 것이다.

실제로 시내면세점에서 수익을 내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그러나 현실화될 경우 인천공항 이용자들은 면세품 인도장 부족 문제로 불편함을 겪어야 한다.

인천공항공사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2년간 공항면세점이 역신장한다면 다음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공사가 지금처럼 유리한 조건을 내걸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롯데·신라·신세계면세점은 인천공항공사의 2차 조정안에 대해 다음주까지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SM·시티플러스·엔타스·삼익악기 등 중소·중견 사업자들은 지난 21일 인천공항공사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시위는 내달 15일까지 이어질 계획이다. 해당 사업자들은 임대료 37.5% 인하를 비롯해 사무실·창고 임대수수료를 낮춰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중소·중견 면세점이 청사 앞에서 시위를 벌인지 하루 만에 인천공항공사가 대기업 사업자에게 임대료 조정안을 통보했다. 다른 사업자들과 임대료 협상에 영향을 끼칠 수 있으니, 시위를 중단하라는 무언의 압박과 같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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