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성의날] 한국 제약사 '유리천장' 깰 수 있나
[세계여성의날] 한국 제약사 '유리천장' 깰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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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제약업계 여성 임원은 글로벌 제약사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적은 것으로 확인됐다.

12개 상장사 임원 237명 중 21명뿐, 90% 이상 남성…글로벌기업 여성 비중은 53%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8일 여성 노동자들의 지위 향상을 응원하는 '세계 여성의 날'이 돌아왔다. 세계적인 흐름에 맞춰 우리 정부에서도 여성 등용 문턱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제약업계 '유리천장'은 여전히 높다. 특히 여직원이 임원으로 발탁되는 문은 수년째 닫혀 있다. 문재인 정부가 '여성관리자 임용목표제'를 통해 공공부문 여성 대표성 확대를 추진하는 것과 다른 행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자료를 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 주요 12개 제약사 등기·미등기 임원은 총 237명이다. 이 중 남성은 216명, 여성은 21명으로 집계됐다. 100명 중 9명만이 여성 임원인 꼴이다. 거꾸로 말해 90% 이상을 남성 임원이 장악하고 있다는 뜻이다. 12개 제약사 가운데 여성 임원이 있는 곳은 7개뿐이다. 유한양행과 동아에스티, 제일약품, 일동제약, 일양약품은 여성 임원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제약사별로 보면 한미약품 여성 임원 수가 7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보령제약이 오너가문인 김은선 대표를 포함해 4명, 한독이 4명, 종근당과 GC녹십자는 2명을 발탁했다. 직위별로는 회사 중추적 역할을 하는 상무급(상무보 포함)이 14명으로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이보다 한단계 더 높은 전무는 3명에 그쳤다.

임원 자리에 올랐지만 사실상 중요 정책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대부분이 법인 등기부등본에 등재되지 않은 미등기임원으로, 이사회 구성원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웅제약과 JW중외제약에선 등기임원을 각 1명씩 뒀지만, '거수기' 지적을 받는 사외이사다. 임원 승진 문빗장도 굳건했다. 12개 제약사에서 여성 직원이 임원으로 올라간 비율은 0.4%. 실제론 한 명도 없었던 셈이다.  

글로벌제약사와 비교할 경우 임원 성비 격차는 더 뚜렷하다.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 조사 결과, 글로벌제약사에선 여성 임원이 전체 임원 가운데 53%를 차지한다. 국내 주요 12개 제약사보다 6배나 많다. KRPIA는 글로벌제약사들이 양성평등을 중시하는 문화를 갖고 있고, 인사 평가가 공정하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으로 본다.

일각에선 국내 제약업계가 보수적인 문화가 강하고, 여성 직원 자체가 많지 않기 때문으로 해석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외자사는 유연하고 국내사는 더 보수적이기 때문에 여성 임원이 적다고 단정 짓기 어렵다"며 "기업 구조가 반영된 결과"라고 해명했다. 그는 "글로벌제약사에는 여성들이 강점을 지닌 마케팅 부문 인사들이 많기 때문에 국내사보다 상대적으로 임원 비율이 높은 것"이라며 "국내사들도 연구개발 분야에 여성전문인력을 늘리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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