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개포 대치2단지, 리모델링 반사이익…호가 '쑥'
[르포] 개포 대치2단지, 리모델링 반사이익…호가 '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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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 찾은 강남구 개포동 대치2단지. 재건축과 리모델링 추진을 원하는 각 주민들의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이진희 기자)

잠실동 아시아선수촌 등 재건축 단지 '울상'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 발표 이후 서울 강남권 단지별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재건축 사업에 급제동이 걸린 단지들은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는 반면, 리모델링 추진 단지는 '반사이익'을 기대하며 한껏 상기된 분위기다.

2일 찾은 서울 강남구 개포동 대치2단지. 봄 기운이 물씬 찾아온 단지 입구에 들어서자 왼쪽으로는 대치 2단지가, 오른쪽에는 대청아파트가 일렬로 줄지어 있었다.

같은 단지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사이좋게 붙어있는 두 아파트는 강남권에서 대표적인 리모델링 추진 단지다.

특히 3년 후인 2022년이면 재건축 연한을 충족하는 대치2단지(1753가구)는 국내 최대 규모의 리모델링 사업지로 불린다. 서울시가 지난해 12월 리모델링을 위한 지구단위계획 결정 변경을 원안 가결하면서 18층 이하로 리모델링이 가능해졌다.

다만 리모델링으로 사업이 확정되지 않은 탓에 이 단지에선 조합원 간의 기싸움이 치열하다. '재건축파'와 '리모델링파'로 의견이 갈리고 있는 것. 향후 수억원의 부담금을 짊어져야 할 재건축을 피하고 리모델링을 하자는 조합원과 단지 가치를 더 올릴 수 있는 재건축을 원하는 조합원 간의 기싸움이 팽팽하다.

때문에 이날 단지 곳곳엔 경쟁을 하는 듯 각 의견을 피력하는 현수막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대치2단지, '리모델링'으로 무게추 기울어

하지만 최근 일주일 새 단지 내 분위기가 술렁이는 눈치다. 정부가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를 발표하면서 리모델링을 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기울고 있다는 게 일대 중개업자의 전언이다.

대치2단지 내 상가에 위치한 H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오는 12월에 재건축과 리모델링 중 어떤 사업으로 추진할 것인지 투표할 예정"이라면서도 "재건축이 까다로워지면서 재건축을 원하던 집주인들도 리모델링으로 관심을 가지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재건축 투자자들의 발걸음이 리모델링을 향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조금씩 피어오르면서 호가도 뛰고 있다.

지난해 11월 말 6억2000만~6억5000만원에 거래되던 전용면적 33㎡는 지난 1월 7억4000만원에 거래됐으며, 호가는 8억원까지 뛰었다. 두 달 새 2억원 가까이 뛴 셈이다. 전용 49㎡도 10억원에 매물이 나와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8억5000만원에 거래되던 주택형이다.

▲ 송파구 잠실동 아시아선수촌 단지. (사진=이진희 기자)

반면 재건축 추진 단지들은 나날이 불만의 목소리가 거세지며 찬바람이 서늘하다. 이들 단지는 안전진단 기준 강화에 대한 집단행동 움직임까지 나섰다.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1~14단지(2만6635가구)를 중심으로 한 양천발전시민연대(양천연대)는 오는 3일 안전진단 기준을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를 가질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호가 뛰던 아시아선수촌, 찬바람 '쌩'

이날 찾은 송파구 잠실동 아시아선수촌(1986가구)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직접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진 않지만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마찬가지다. 지난 1월 예비 안전진단을 통과했지만, 본 안전진단의 여부는 불투명해져서다.

안전진단 발표 직후 부랴부랴 안전진단 용역 공고를 내긴 했으나 용역입찰까지만 최소 20일 이상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강화된 규제를 피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아시아선수촌 단지 내 P공인중개업소 관계자 "값이 떨어지지도 않았고, 여전히 매물을 구하기 힘들다"라면서도 "다들 일단 지켜보자는 분위기이긴 한데, 마음이 조급해진 조합원이 몇 있다"고 말했다.

그간 이 단지는 재건축 기대감으로 손바뀜이 자주 이뤄지던 곳으로, 시세 역시 급등해왔다. 지난해 말 18억원에 거래된 전용 99㎡는 현재 웃돈을 수천만원 얹어준다고 해도 못 구할 정도다.

다만 재건축 사업이 장기전으로 들어갈 경우 투자가치가 하락하면서 가격 조정이 들어갈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아시아선수촌 인근에 위치한 D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안전진단 통과 여부를 알기 전까지는 당장 사겠다는 사람도, 팔겠다는 사람도 없다"며 "매맷값이 급락하지는 않겠지만,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거품처럼 올랐던 호가는 하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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