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면세품 인도장, 도떼기시장 같았다"
"인천공항 면세품 인도장, 도떼기시장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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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일 인천국제공항 면세품 인도장 모습. 면세품을 수령하지 못한 사람들이 인도장을 가득 메웠다. (사진=독자제공)

특정 면세점 대기시간 유독 길어…인터넷 쇼핑객 출국 3시간 전 도착해야

[서울파이낸스 김태희 기자] #1. 직장인 이모씨(33·남)는 지난 4일 필리핀 마닐라로 출국하기 위해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가 깜짝 놀랐다. 인터넷면세점에서 구입한 물건을 찾기 위해 인도장에 갔더니 도떼기시장이 따로 없었다.

비행기를 타야 하는데 면세품을 받지 못한 사람들 사이에서 고성이 오갔다. 이씨는 인도장에서 1시간30분 동안 기다렸지만 결국 면세품을 찾지 못하고 비행기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

#2. 4일 일본으로 출국한 대학생 박모씨(27·여)는 인터넷면세점에서 화장품 2개를 샀다. 출국 당일 가벼운 마음으로 인천공항에 도착했지만 인도장은 북새통이었다. 박씨는 그날 인도장 풍경을 '아비규환'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단지 내가 구입한 화장품 2개만 받고 싶었을 뿐이다. 하지만 1시간을 기다렸는데 대기인원이 100명밖에 안 줄었다. 총 2시간30분을 기다려서 면세품을 받았는데 비행기를 타지 못할까봐 초초해 발을 동동 굴렸다"고 말했다. 그는 "두 번 다시 이런 경험은 하고 싶지 않다. 여행 시작도 전에 진이 다 빠졌다. 최악이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6일 면세점업계 설명을 종합하면,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인천공항에서 면세품을 수령하지 못한 '미인도' 상품은 약 3000건에 달한다. 현장에 있던 승객들은 면세품을 찾는데 2시간 가까이 걸렸다며 불편한 심경을 털어놨다.

면세점업계는 이번 미인도 사태의 원인을 두 가지로 진단했다. 첫째 중국의 설날인 춘제(2월15일~25일)를 맞아 한국에 거주하던 보따리상들이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수요가 몰렸다는 점이다. 보따리상들이 구입한 면세품이 좁은 인도장에 몰리면서 대기인원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둘째는 지난 18일 제2여객터미널 개항으로 인한 면세품 인도장의 위치 변경이다. 아시아나항공 승객들은 롯데·신라·신세계면세점에서 구입한 상품을 모두 서편 인도장에서 받았다. 하지만 이제 신라와 신세계는 기존 서편에서, 롯데는 동편에서 면세품을 찾아야 한다.

면세점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보따리상들은 물건을 최대한 많이 구입하기 위해 면세점 3곳을 모두 찾는다"며 "롯데 인도장이 동편으로 바뀌면서 보따리상들은 동편과 서편을 오가게 됐다. 그 이동 시간만큼 대기시간이 길어지면서 운영에 차질이 생겼다"고 귀띔했다.

▲ 지난 4일 오전 기준 한 면세점의 인도장 대기인원은 210명을 넘겼다. (사진=온라인커뮤니티)

문제는 특정 면세점 업체에서 유독 미인도 상품이 많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롯데와 신세계는 "대기인원이 발생하기는 했지만 면세품을 수령하지 못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여행커뮤니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보면, 4일 해당 면세점의 대기인원은 오전임에도 불구하고 200명을 가뿐히 넘겼다.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인증사진을 올리며 "인터넷으로 ○○면세점에서 쇼핑한 사람은 물건을 못 찾을 수도 있다"고 충고했다.

이로 인해 비행기가 지연 출발하는 등 문제도 속출했다. 4일 오전 8시20분 베이징으로 떠나는 아시아나 항공기는 탑승객 50명이 나타나지 않아 2시간이나 출발을 늦췄다.

면세점 업계는 인천공항에 면세품 인도장 수를 늘려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면세점 인도장 혼잡은 매년 지적되는 인천공항의 고질적인 문제다. 이를 위해 인천공항공사가 제2여객터미널을 개항했지만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 면세점 업체들은 고객 동선을 고려하지 않은 인도장 배치로 오히려 혼란을 부추긴다고 주장한다.

한편 롯데·신라·신세계면세점은 인도장 혼잡을 주의하라는 공지를 게재했다. 롯데와 신세계는 3시간 전, 신라는 2시간 전까지 공항에 도착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또 다른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2~3월 출국을 계획하고 있다면 인천공항에 3시간 이상 빨리 도착해야 한다"며 "중국 춘제 기간 면세품 인도장 수요가 30% 늘어난다. 인도장에 많은 사람이 몰리는 데 최근 평창동계올림픽 개최로 국가항공보안등급이 상향조정됐다. 보안검색까지 강화돼 출국하려면 평소보다 많은 시간이 걸린다"고 충고했다.

▲ 롯데·신라·신세계면세점(왼쪽부터)이 중국 춘제기간 면세점 인도장 혼잡을 예고하는 공지문. (사진=각 사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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