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신축 아파트·분양권 '귀한 몸'…"물건 없어요"
강남 신축 아파트·분양권 '귀한 몸'…"물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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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건축 시장에 악재가 계속되자 강남 일대 분양권, 신축 아파트의 매맷값이 상승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중개업소. (사진=이진희 기자)

품귀 현상에 억대 프리미엄 형성…매도자 양도세 부담, 시세에 반영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서울 강남권 신축 아파트·분양권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정부가 재건축 시장을 대상으로 엄포를 놓자, 입주를 앞두고 있거나 준공된 지 몇 년 안된 강남권 새 아파트로 수요자의 관심이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분양권은 매물 품귀 현상이 나타나면서 억대의 웃돈(프리미엄)이 붙는가 하면, 입주를 마친 신축 아파트의 매맷값 상승폭도 가파르다.

1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1월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 분양권 거래량은 53건으로, 전달(224건)보다 76.3% 감소했다. 구별로는 지난 12월 41건이 거래됐던 강남구가 지난달엔 3건에 그쳤으며, 강동구(59→31건), 송파구(74→14건), 서초구(50→5건)도 큰 폭으로 줄었다.

지난해 말 많은 분양권이 팔리면서 거래 물건이 많지 않은 데다, 올 1월부터 청약조정대상지역에서 분양권 양도소득세율이 일괄 50%로 높아지면서 집주인들이 잠시 관망세로 돌아선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입주를 앞둔 강남권 분양권 가격 상승세는 매섭다. 물건이 귀해지면서 희소가치가 높아지자 호가가 '쑥' 오르는 분위기다.

올해 12월 입주 예정인 송파구 가락동 '송파헬리오시티'(9510가구)에선 소형 평형대를 중심으로 분양권 매물이 모습을 감춘지 오래다. 그나마 매물이 조금 있는 전용면적 84㎡는 당초 9억여 원에 분양됐지만, 지난달 14억5000만~15억5000만원에 매물이 거래됐다. 분양가보다 6억원가량 오른 셈이다.

오는 8월부터 집들이가 시작될 예정인 서초구 반포동 '반포래미안아이파크'(829가구) 전용 84㎡는 2015년 11월 분양 당시 15억3000만원 수준이었으나 지난달 4억원 오른 19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이들 단지 분양권의 호가는 실거래가보다 1억원가량 더 높지만, 분양권 소지자들이 향후 가격 상승 기대감으로 일제히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는 게 이 일대 공인중개업자의 전언이다.

송파구 가락동 D공인중개업소 박 모(57·여)씨는 "매물 자체가 귀하기 때문에 높은 호가에도 매수 대기자가 많다"면서 "최근엔 재건축 상황이 좋지 않자 분양권 매수로 넘어오는 투자자도 있는데, 분양권 주인들이 더 값이 올랐을 때 팔겠다며 물건을 내놓지 않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준공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축 아파트의 가격 상승세도 만만치 않다. 준공 4년차인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84㎡는 최근 22억5000만원에 집주인을 찾았으며, 현재는 23억원 중반까지 호가가 올랐다. 지난해 12월(20억원)보다 3억원 가까이 상승했다.

준공 3년차인 서초구 잠원동 '래미안신반포팰리스' 전용 84㎡도 지난해 11월 17억3000만원에서 이달 19억5000만원으로 2억원 이상 뛰었다.

서초구 잠원동 T중개업소 김 모(60·남)씨는 "재건축은 장기 투자자들이 많은데, 이미 준공된 단지들은 실수요자가 대부분"이라면서 "금액대가 높고 대출규제까지 강화되는 바람에 부담이 커졌지만, 시세차익을 기대하는 사람들의 문의가 꾸준하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런 가운데 시장 전문가들은 정부가 재건축 시장을 규제로 옥죌수록 재건축 아파트 매수 대기자들이 분양권이나 준공 5년 안팎의 신축 아파트로 유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분양권 소지자들이 올해부터 커진 양도세 부담을 시세에 반영시키면서 새 아파트의 몸값이 더욱 오를 것이란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윤지해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강남권 등 주요 지역에선 물건 부족으로 인한 호가 상승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특히 송파구와 서초구 등 강남4구는 거래가 어려운 중, 물건이 드물게 나와도 부담되는 가격에 시세가 형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강남에 사는 사람들은 시세 차익으로 앉은 자리에서 수억 원씩 벌기 때문에 재건축이 아니더라도 기존 아파트, 분양권으로 몰리는 것"이라면서 "재건축에 대한 규제책은 단기적인 충격으로 시장 냉각을 유도할 수는 있지만, 신축 아파트로의 유입은 막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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