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자체적으로 인력을 양성이라기보다는 경쟁 증권사로부터 '양성된 인력'을 빼앗아 온다는 것. 이에 대해, 관련업계 종사자들은 스스로 제살 깎아 먹기라고 자인한다. 빼앗긴 인력을 보충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증권사에서 누군가를 데려와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문제점도 잘 알고 있다. 마치, 군대에서 잃어 버린 한 켤레의 군화때문에 매일밤 '군화도둑질'이 반복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더 큰 문제는 스카웃해 온 인력에 대해 '귀한 몸' 인 만큼 그에 상응하는 처우를 해주게 되고 그 과정에서 조직내 반목이나 위화감이 조장된다는 점이다. 실상 스카웃 된 직원이나 기존에 있던 직원의 경력이나 능력에 큰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 높은 몸 값을 지불하다 보니 당연지사다.
얼마전 모 증권사의 상품개발팀에서 한 달 사이 세 명이나 타 증권사로 옮겨간 적이 있다. 한 팀에서 일거에 3명의 인력이 이탈하다 보니, 업무력의 로스가 심각하게 발생될 수 밖에 없다.
이런 경우도 있다. 모 증권사의 영업직원 이동으로 생긴 빈자리를 신입 직원들만으로 충원하다보니, 경력이 없는 그들이 일선에서 업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는 것. 어떤 지점의 경우 지점장을 제외한 모든 직원이 신입 사원들이고, 입사 후 연수만 마친 채 주식영업을 하다보니 경험이 많은 고객들과 주식관련 정보 공유가 불가능해 고객들의 원성을 사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문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직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을 탓하기도 한다.
너도 나도 회사를 옮기는 데 오랫동안 같은 직장에 남아있으면, 실력이 없는 것으로 평가되기도 한다는 야릇한 변론이 그것이다. 설득력이 높은 것은 아니지만.
스카웃과 함께 제시되는 거액의 연봉도, 월급쟁이인 증권맨들에겐 유혹이 아닐 수 없다. 개인의 입장에서는 다른 회사로 옮기기 위해 잠시 머무는 회사, 회사의 입장에서는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잠시 머무는 직원. 아무튼 현재, 증권업계의 현실은 이렇다.
기자가 볼 때 단순히 기업문화나 조직문화, 혹은 애사심이나 업무에 대한 책임의식등으로만 국한시킬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증권맨 개개인의 의식 변화를 주문한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다. 작게는 증권회사의 문제이자 증권업계의 문제, 더 나아가서는 우리사회 전체의 문제가 아닐까.
이동하는 증권멘들에게는 자기발전을 포함한 총체적 직업관을, 증권회사에게는 경제적이고 합리적인 인력관리 정책에 대해 묻고 싶다. 증권업계 전체가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해법을 찾는 노력이 없다면, 자통법은 약이 아닌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할 시급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특히, 금융업종중에서도 유독 증권업의 스카우트전이 극심한 이유는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김주미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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