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위한 '버팀목전세대출', 시세 반영 안된 '생색내기' 정책?
청년 위한 '버팀목전세대출', 시세 반영 안된 '생색내기'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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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가구 주택이 밀집해 있는 서울 용산구 일대. (사진=연합뉴스)

'보증금 3000만원 이하' 요건, 시세보다 턱없이 낮아
서울시 '청년주택'에도 못 미쳐…타 금융상품으로 발길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에서 자취하는 이모(23·남) 씨는 버팀목전세대출 대상자가 확대된다는 소식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껏 나이 제한으로 대출 대상에서 제외된 탓에 부모님께 손을 벌렸지만, 앞으로는 최고 20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현재 거주하고 있는 주택보다 턱없이 낮은 보증금 기준에 그는 결국 대출을 포기했다.

정부가 청년을 위해 버팀목전세대출 등 주택금융 지원 혜택을 늘리기로 했지만, 대상 범위가 좁아 '생색내기'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연일 치솟는 전월세 가격을 반영하지 않은 보증금 조건때문에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한정적이라는 지적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9일 청년과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정책금융 지원을 확대했다. 지난해 11월 밝힌 주거복지로드맵의 후속 조치다.

우선 신혼부부에겐 전용 버팀목전세대출 한도를 수도권 1억7000만원, 비수도권 1억3000만원으로, 기존보다 3000만원 늘렸다. 기존 금리(연 1.6~2.2%) 역시 연 1.2~2.1%에 이용할 수 있게 했다.

특히 만 19세 이상 청년도 전세대출 상품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에는 만 25세 미만의 청년(단독 세대주)에게는 버팀목전세대출이 지원되지 않았다.

다만 만 19세 이상~만 25세 미만의 청년은 소득수준과 상환 부담, 주택임차 현황 등을 고려해 보증금 3000만원, 임차 전용면적 60㎡ 이하 주택에 2000만원 한도로 지원키로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상과 한도를 늘리기 위해 금융지원 확대를 실시한 것"이라면서 "이번 조치로 청년과 신혼부부의 주거비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했다.

▲ 청년 버팀목전세대출 요건. (자료=국토교통부)

문제는 '보증금 3000만원, 임차 전용면적 60㎡ 이하 주택'이라는 요건이다. 만 25세 미만 청년은 주로 원룸이나 투룸을 전월세로 임차하는데, 대출 기준인 '보증금 3000만원'은 실제 시세보다 너무 낮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

실제 서울시가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임대료로 공급하고 있는 역세권 청년주택의 경우에도 보증금 3000만원을 훌쩍 웃돈다.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이 용산과 서대문, 마포에 들어선 역세권 청년주택의 임대료를 분석한 결과를 살펴보면, 전용 20㎡ 이하 1인 주택의 평균 보증금은 4173만원, 월세는 39만원에 달한다.

대학가 일대 보증금은 더욱 높다. 인근 중개업소에 따르면 연세대와 서강대가 있는 서대문구 신촌 일대의 전용 16~23㎡ 원룸 전세 보증금은 7000만~9000만원선이며, 홍익대가 위치해 있는 서교동의 전용 19~36㎡ 원룸 전세금은 5000만~1억원선이다. 역세권이면서 신축된 원룸은 1억4000만원까지 줘야 단칸방을 얻을 수 있다는 게 중개업자들의 설명이다.

월세는 보증금이 500만원부터 3000만원까지 형성돼 있어 그나마 대출요건이 충족되지만, 다달이 50만~60만원의 임대료를 내야하기 때문에 청년들에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 홍익대학교 인근의 S공인중개업소 신 모(51·여)씨는 "적어도 1억원 정도는 있어야 가격 걱정 없이 역세권 원룸을 얻을 수 있다"며 "보증금 3000만원으로 전세는 어림없고 월세를 얻을 수 있는데, 그럴 경우 월세가 비싸기 때문에 학생에겐 조금 벅찰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버팀목전세대출을 받지 못하고 타 금융상품으로 발길을 돌리는 수요자도 적지 않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2017 주택도시기금 대출수요자 만족도 조사'에 의하면 버팀목전세대출의 승인거절 사유로 △임차보증금의 70% 초과(17.7%) △대출금액 한도(16.2%) △주택가격 대상주택 임차보증금액 초과(13.6%) 등이 꼽혔다.

전문가들은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선 대출 대상 주택가격을 현실에 맞춰 손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젊은층을 위한 혜택이 확대돼도 막상 대출을 받으려고 하면 요건이 많아 대출이 힘든 경우가 있다"면서 "정부에서도 국민이 금융지원에 대한 체감을 할 수 있도록 시세반영, 홍보 확대 등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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