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등 증시의 裏面
폭등 증시의 裏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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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증시가 과속질주 중이다. 대체 어디까지 치받고 올라갈 것인지를 두고 한편에서는 과열에 대한 우려를 보이고 다른 한편에서는 여전히 제대로 평가되려면 조금 더 올라야 한다는 주장도 한다. 온라인 전망 중에는 아예 코스피지수 1,950까지 바라보기도 한다.

그러나 지금의 증시 상황은 분명 정상이 아니다. 마치 얄이 오른 어린 아이들 같다. 어린 아이들은 곧잘 흥미진진한 놀이에 빠져 스스로 흥분상태에 들어가는 경향을 보인다. 일단 그처럼 얄이 오르면 스스로 감정 조절을 못한 채, 주변의 제지에도 아랑곳없이 끝없이 흥분상태로 몰아간다. 그러다 끝내는 가볍게 다치든지 뭔가 억지 쓸 거리를 만들어서 울음을 터트리든지 해서 꼭 한번 울고 나서야 그런 상태를 벗어난다.

지금 증시가 그처럼 불안정해 보인다. 생산적 투자로 정상적인 자금 유입이 이루어지면서 시장 자금 규모가 커진다면 너무 염려하지 않아도 좋다. 그러나 지금은 속도가 너무 빠르다. 이처럼 속도가 빠르면 결국 거품이 커질 수밖에 없다.

물론 지금 증시에는 이런 저런 이유로 많은 자금들이 들어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이번 주가 폭주를 처음 견인했던 부동산시장으로부터 선회해 유입된 자금들이 있을 것이다. 그 규모만 해도 정부든 각종 연구기관이든 정확히 파악해내지 못해 초기 주가급등 분위기에 다소 당황한 듯 보였다. 그러나 전문가 그룹의 예상보다 컸던 게 분명하다.

둘째는 자본시장통합법 통과를 계기로 시장 밖에서 들어오는 몇몇 재벌그룹들의 자산 움직임이 있는 듯하다. 그룹 내에서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을 분리, 양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일종의 자체 구조조정자금들이 지금 적잖이 움직이고 있다는 관측이다. 지배구조 문제로 타깃이 되고 있어 여론의 화살을 피할 필요가 큰 대재벌 그룹들부터 앞장서서 그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들려온다.

또 대형 증권사, 보험사 등을 보유하고 있는 재벌그룹들로서는 은행업 진출을 보다 용이하게 하기 위한 계열분리를 보다 명료하게 하고 가족 간 재산분할 형식으로 구조조정에 돌입한다는 정보들이 시장에 나돌고 있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나 윤증현 금감위원장이 금융 빅뱅 발언으로 부추기지 않아도 이미 재벌그룹들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셋째는 한미 FTA 체결도 현재 증시의 적잖은 변수로 아직 작용 중인 것으로 보인다. 아직 재협상의 여지도 남아있는 등 정식 발효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지만 어쨌든 지금 그에 대한 대비는 제대로 해둬야 할 형편이기 때문이다. 재벌총수들로서는 여론의 질타를 회피하면서 동시에 앞으로 예상 가능한 M&A 위험 등도 대비해야 할 터이니 당연한 선택일 것이다.

넷째는 경제 외적 요소다. 그 실체를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선거의 계절이 닥치면 대체로 증시는 부풀어 오른다. 투자자들의 기대심리가 작용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정치권 안팎을 넘나드는 자금들의 출현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공식적인 자금 외에 실제 소요되는 막대한 자금들이 시장에서 한번 이상 튀겨져 나가지 않는다고 장담하기 어려운 게 현재 한국의 선거판 현실이다.

특히 올해는 연말 대통령선거에 이어 내년 4월 총선까지 줄줄이 거대한 정치자금 수요가 기다리고 있다. 그런 자금들이 명명백백 드러나는 수단과 방법으로만 조달될 것으로 믿기에는 우리 모두가 결코 순진하지 않다. 현실은 청정 증류수의 세상이 될 수는 없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우리 사회를 끊임없이 몰아갈 수 있을 뿐 완벽하게 깨끗한 상황에 도달하지는 못한다. 그러니 큰 선거를 앞두고 발생하는 주식시장 부풀기 현상을 피해가기는 어렵다.

그렇기에 이럴 때 부풀었던 시장이 갑자기 바람 빠진 고무풍선이 되지 않도록 조절이 필요하다. 시장에 대한 당국의 과도한 개입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시장을 다루는 데 단 하나의 정답만 있다는 생각처럼 위험한 도그마도 없다. 언제든 출렁이는 시장의 물결이 쓰나미가 되지 않도록 신경 써야 마땅하다.
 
홍승희 서울파이낸스 주필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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