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카드는 안녕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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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복제 범죄 무방비...年 1만건·1백억원 피해 발생 
마그네틱 카드의 '허점'...IC카드 보급률 6.7% '후진국'   

[서울파이낸스 이광호 기자]<lkhhtl@seoulfn.com>신용카드, 마음만 먹으면 30초도 안 돼 복제가 가능하다? A씨는 며칠전 몇 만원어치의 생필품을 구입하면서 신용카드를 사용했다. 그런데, 며칠 뒤 날벼락을 맞았다. 은행 계좌에서 수 천만원의거액이 빠져나간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물건을 판 사람이 카드로 결제하는 것처럼 하면서 순식간에 카드를 복제해 사용한 것이 문제였다. 이같은 복제카드를 이용한 범죄가 점차 늘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 벌어진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남의 카드를 복제해 금품을 구입하는 이 같은  범죄는 해마다 1만여 건, 피해액도 지난해에만 1백억원이 넘었다. 최근에는 심지어 동남아시아에서 우리 여행객들을 카드 위조의 표적으로 삼는 범죄가 늘고 있는 추세다.
우리가 매일 접하듯이 일반적으로 가게 등 상점 주인들은 손님의 신분증이나 카드 비밀번호를 확인하지 않는다. 확인하려들면 되레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을 정도인 게 우리나의 신용카드 문화다. 때문에, 일단 카드만 복제하면 물건을 얼마든지 살 수 있다. 사실상, 복제카드 범죄로 부터 무방비 상태에 놓여 있는 셈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 할까?
간단히 말해, 우리나라는 아직 신용카드 후진국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신용카드 복제의 핵심인 카드에 내장된 '마그네틱'에 있다. 마그네틱이 복제가 너무 쉬운 데서 발생하는 범죄다. 때문에, 신용카드에 있는 마그네틱을 복제가 어려운 IC 칩으로 바꾸면 된다. 물론, 카드 단말기도 모두 IC칩 단말기로 바꿔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현실은 이 점에서는 아직 후진국 수준. IC칩이 내장된 카드 단말기가 가장 보편화 된 곳은 싱가포르. 싱가포르의 IC칩 단말기 설치 비율은 85%(지난해 말  기준), 홍콩은 76%, 말레이시아는 99%에 달한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지난 달까지 6.7%에 불과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동남아를 여행하는 우리여행객들이 이같은 범죄의 표적이 되는 것도 어쩌면 당연지사. 범죄의 가장 큰 동기는 허점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A씨의 사례에서 사용된 범죄의 수단은 카드복제기. 40만원이면 이같은 카드복제기를 시중에서 쉽게 살 수 있다. 그렇다고, 복제기를 만드는 곳을 단속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결국, 답은 '마그네틱'카드를 'IC칩'이 내장된 카드로 전환하는 것. 한 동안 전자화폐 붐이 일면서 IC카드가 보편화되는 듯했지만, 그 것도 잠시뿐. 전자화폐가 사장되면서 IC카드의 필요성이나 중요성도 함께 잊혀진 것이다.

이는, '통신강국'을 자칭하는 우리나라에서 믿기 어렵지만, 엄연히 현실이다.
무엇보다, 카드업계의 책임이 크다고 밖에 할 수 없다. 다소의 비용이 들더라도 여신전문협회등을 통해 '캠페인'을 벌여서라도 IC카드의 일반화를 추진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보니, 한국인이 국제적인 카드범죄의 표적이 돼 가고 있는 꼴이 된 셈이다. 이제라도 이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이광호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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