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옛날이여"…해외건설 수주액 300억 달러 힘들 듯
"아! 옛날이여"…해외건설 수주액 300억 달러 힘들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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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건설이 지난해 12월 준공한 터키 이스탄불의 유라시아 해저터널 입구 모습.(사진=SK건설)

국제정세 악화에 건설사 보수적 수주 전략 영향

[서울파이낸스 나민수 기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건설사 해외 수주액이 300억달러 문턱을 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저유가로 중동 국가들의 발주도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 데다 국내 건설사들도 보수적으로 수주에 접근한 탓이다.

21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20일까지 국내 건설업체의 해외 수주액은 287억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10년 만에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던 지난해 282억달러를 겨우 넘어선 수치다.

업계는 올해가 끝나기까지 아직 2주 정도의 시간이 남아 있지만 굵직한 수주가 남아 있지 않은 상황이라 결국 2년 연속 수주액 300억달러 문턱을 넘지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정부가 예상하고 있는 올해 해외건설 수주액은 최소 약 320억달러다.

해외 건설 수주액은 2010년 716억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후 △2011년 591억달러 △2012년 649억달러 △2013년 652억달러 △2014년 660억달러 등 600억달러 선에서 움직였지만 2015년 461억달러로 떨어진 데 이어 지난해에는 282억달러로 급락했다.

사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국내 주요 건설사들이 굵직한 수주 낭보를 울리며 해외수주 300억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유가가 기대만큼 크게 반등하지 않았고 국제 정세 불안으로 발주도 많지 않았다. 여기에 그동안 저가 수주로 몸살을 앓았던 건설사들은 수익성 위주의 선별적 수주 전략으로 돌아서며 해외 수주 외형 자체가 줄었다.

업체별로는 현대엔지니어링이 48억4000만달러를 수주하면서 1위를 기록했다. 이어 △두산중공업(31억3000만달러) △대림산업(26억2000만달러) △대우건설(22억3000만달러) △현대건설(21억8000만달러) △SK건설(21억2000만달러) △삼성물산(15억3000만달러) △GS건설(14억7000만달러) △포스코건설(13억900만달러) △삼성엔지니어링(13억1000만달러) 등의 순이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국내 건설사들의 수주는 여전히 중동에 집중돼 있다. 올해 수주액의 절반 정도인 144억달러를 중동에서 수주했다. 지난해 107억달러보다 34.6% 증가했다. 이어 아시아가 지난해와 비슷한 124억달러를 기록한 반면, 나머지 태평양·북미(5억5000만달러), 유럽(3억2000만달러), 아프리카(7억달러), 중남미(3억6000만달러) 등은 지난해보다 각각 59%, 47%, 43%, 78% 떨어졌다.

문제는 국제정세가 개설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중동의 경우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들이 일제히 카타르와 단교를 선언한 데 이어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핵합의'를 문제 삼고 있고, 최근에는 '예루살렘 이스라엘 수도' 선언으로 유혈사태가 발생하는 등 상황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실제로 현대엔지니어링이 올해 3월 이란에서 수주한 사우스파 12단계는 파이낸싱(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대림산업이 2년여 전부터 공들이고 있는 2조2800억원 규모의 이란 박티아리 댐·수력발전 플랜트 공사 수주는 결국 내년으로 넘어갔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사업 수주를 위해선 국내 자금조달 계획이 선행돼야 하는데 '트럼프발' 악재 등이 겹쳐 사업 진척이 안 되고 있다"며 "국제정세가 급변하고 있어 향후 수주 예측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부는 해외건설 수주를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해외건설촉진법을 개정해 투자개발사업 수주를 돕기 위한 해외건설산업정보시스템을 구축하고, 민관 합작투자 사업을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해외인프라·도시개발 지원기구도 설립하기로 했다. 최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해외인프라 투자개발 사업 진출을 지원하는 '글로벌인프라벤처펀드'(GIVF) 조성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수출입은행도 해외 프로젝트 수주에 필수적인 이행성보증 등 보증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최근 들어 유가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수주 가뭄이 다소 해소될 것으로 전망한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하더라도 배럴당 40달러대에 머물던 두바이유 가격이 최근 60달러까지 높아졌고 내년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 증가에 나설 수도 있지만 중동지역의 정세 불안을 고려하면 당분간 국제유가가 크게 떨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많다. 국제유가 상승 흐름이 지속되면 중동 산유국을 중심으로 프로젝트 발주가 늘어날 수 있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내년 해외 건설 시장은 물가 상승 기대감에 25% 수주 증가가 전망된다"며 "내년 해외 수주는 총 400억 달러로 과거 2년의 침체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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