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신세계, 총임금 줄이려 산수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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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 이마트 점포에서 근로자들이 피켓시위를 펼치고 있다. (사진=민주노총 마트산업노조 이마트지부)

마트산업노조 "16개 계열사 협력·용역업체 근로자 2차 피해 우려"

[서울파이낸스 김태희 기자] 민주노총이 신세계의 '근로시간 단축(주 35시간 근무제)'을 전면 반대했다. 환영을 표한 한국노총과 대조적이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산하 마트산업노동조합(마트노조)은 19일 오후 서울 중구 민주노총 교육원에서 '신세계식 근로시간 단축 꼼수'를 비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민주노총 위원장 후보자들이 모두 참석해 한 목소리로 주 35시간제에 반발했다.

민주노총은 "신세계식 주 35시간제는 임금삭감을 위한 꼼수다. 실질 소득인상에 도움이 안 되는 기만적 조치"라며 "실질임금 총액인상이 아닌 최저시급을 맞추기 위한 산수놀이는 필요 없다. 최저임금 1만원 시대 월 209만원 보장될 때까지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지난 13일 신세계의 주 35시간제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이전에 없던 진일보한 시도인 만큼 문제점이 생기면 절충안을 찾으면 된다. 꼭 꼼수라고만 보기는 어렵다"며 "임금하락 없는 노동시간 단축에 합의했다. 어쨌든 최저임금 단가를 높였다"고 말했다.

노동계 시각이 엇갈리는 이유는 교섭권 때문이다. 현재 이마트에는 한국노총 산하 '전국이마트노조'와 '민주노조', 민주노총 산하 '마트산업노조 이마트지부' 등 3개 노조가 있다. 교섭권을 갖고 있는 전국이마트노조를 제외한 나머지 2개 노조는 이번 협상안에 반대한다.

특히 마트산업노조 이마트지부 쪽은 "생계유지와 직결되는 근로시간 단축을 어떻게 현장 노동자들의 동의 없이 교섭노조의 직권조인으로 통과시킬 수 있느냐. 신세계는 이를 2년 전부터 준비했다고 하는데 현장 노동자들은 언론 발표 후 각 점포에서 일방적으로 통보받았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마트산업노조 이마트지부가 주장하는 주 35시간제의 문제점은 △최저임금 인상 무력화 △노동강도 강화 △인력충원의 부재 △용역·협력업체 고용인력의 2차 피해 등이다.

전수찬 이마트지부 위원장은 "주 35시간제로 변경되면 현장에는 오전·오후조가 동시에 근무하는 시간이 2시간 줄어든다"며 "줄어든 시간만큼 노동강도는 늘어나지만, 인건비는 줄어든다. 절감된 인건비는 인력충원 및 신규고용으로 재투자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마트지부는 최근 2년간 152개 점포에서 총 2400여명을 감축했다면서 인원감축으로 노동강도가 높아져 현장에서 고통을 호소하며 인력충원을 요구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또 직접고용 직원들뿐만 아니라 청소, 주차카드 등 용역을 맡고 있는 노동자들과 브랜드 파견 직원들이 2차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 위원장은 "이마트의 용역업체들은 소속 노동자에게 근로시간 단축을 통보했다. 각 협력업체들 또한 연쇄적으로 근로시간 단축을 통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며 "이들이 연쇄적으로 근로시간을 단축하면서 최저임금 인상이 무력화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임금 총액은 오르지 않고 변형적인 방법으로 시급만 올리며 인건비를 절감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이러한 '꼼수'가 사회 전반에 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신세계푸드 판매사원 대상 설명회 자료. 신세계푸드는 내년부터 이마트 18개 점포의 판매사원 인력을 감축한다. 아래쪽 예시는 인력파견업체가 근로시간을 단축해 최저임금 인상을 무력화 시킨 사례. (자료=민주노총 마트산업노조 이마트지부)

이날 이마트지부는 신세계푸드의 '태세전환' 사례를 공개했다. 신세계가 주장한 '일과 가정의 양립'과 반대로 현장에선 인력 및 인건비 감축이 진행되고 있었다.

신세계푸드는 현재 이마트 50여개 점포에서 양념육 델리코너를 운영하고 있다. 파견직원은 인력파견업체 '한우리'를 통해 고용한다. 신세계푸드는 내년부터 18개 이마트 점포 파견 직원을 기존 3명에서 2.5명 수준으로 감축한다고 공지했다.

이마트지부에 따르면, 한우리 대표는 "내년 임금이 올해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직원들에게 설명했다. 이를 근거로 이마트지부는 한우리 직원 1인당 올해 월급이 135만원이라면 내년에는 근로시간이 줄어 137만원 수준이라고 본다.  

전 위원장은 "신세계가 주장하는 임금하락 없는 근로시간 단축은 협력·용역업체에 적용되지 않는다. 최저임금이 올라도 총임금이 늘지 않아 인건비를 절감하는 것"이라며 "직접 고용하지 않는 신세계푸드부터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신세계 측은 이마트지부가 잘못된 예시로 거짓말한다고 반박했다. 또 이마트에서 신세계푸드 양념육을 판매하는 사원들은 신세계와 관련 없는 한우리 소속이라고 설명했다.

신세계 측은 "해당 사원들은 직접 고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내년에도 올해처럼 주 40시간 근무한다. 당연히 임금도 줄지 않는다. 잘못된 예시로 오해가 생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세계푸드는 지난해 매출 1조690억원, 영업이익 220억원을 거뒀다. 종속회사로는 세린식품, 스무디킹코리아, 제이원(생수) 등이 있다. 수제맥주 전문점 데블스토어를 비롯해 데이앤데이·밀크앤허니·더메나쥬리·베키아에누보 등 외식 브랜드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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