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결산] 다사다난(多事多難) 은행권 10대 뉴스
[2017 결산] 다사다난(多事多難) 은행권 10대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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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고인 물'인 은행권을 뒤흔드는 '메기' 역할을 톡톡히 했다. 안정을 추구하는 보수적인 특성은 디지털 금융 시대를 맞아 서서히 혁신의 바람을 타기 시작했고, 첫 60년대생 CEO(최고경영자)가 탄생하며 세대교체 신호가 포착됐다.

물론 긍정적인 측면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가계대출 위주의 일명 '전당포식' 영업 관행에 경고장을 날린 가운데 10월 국정감사에서 터진 우리은행 채용비리 사태는 결국 은행장 사퇴로까지 번졌다. 다사다난(多事多難). 2017년 은행권을 가장 잘 표현한 사자성어다. 

◇카카오뱅크발(發) 태풍

시장은 지난 7월 출범한 카카오뱅크를 '태풍'으로 평가한다. 4월 출범한 큰형 케이뱅크 '돌풍'을 압도할만 영향력을 뿜어냈다는 호평이 나온다. 이용우 카카오뱅크 공동대표는 "불편함이 카카오뱅크를 탄생시켰다"고 출범 배경을 밝혔다. 강력한 금리와 수수료 혜택, 이용 편의성으로 무장한 카카오뱅크는 출범한달 만에 가입자 수 300만명을 돌파했다. 카카오뱅크의 기세에 화들짝 놀란 공룡 시중 은행들은 비대면 채널 강화, 수수료 인하, 예·적금 금리 인상 등으로 '집 토끼' 단속에 총력을 기울였다. 

◇젊어진 금융지주·은행 CEO 

보수적인 은행권에 젊은 CEO들이 대거 선임되면서 자연스런 세대교체가 이뤄지는 모양새다. 지난달 취임한 허인 KB국민은행장은 1961년생으로 시중은행장 중 유일한 60년대생이다. 4대 금융지주에서 60년대에 출생한 은행장은 김병호 현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에 이어 두 번째다. 올해 취임한 빈대인 부산은행장과 이용우 카카오뱅크 공동대표(1964년생), 심성훈 케이뱅크 은행장(1964년생), 송종욱 광주 은행장(1962년생)도 같은 60년대생이다. 이들 젊은 CEO는 혁신과 실험을 통해 조직 분위기를 바꾸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본격 디지털 금융시대 

최근 은행권은 '디지털·모바일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디지털 시대에 맞춰 조직을 개편하고 관련 인재 확보, 유망 핀테크 업체 선점 등을 통해 내년을 준비하는 모습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이란 '메기'의 등장으로 은행들은 미래 먹거리로 핀테크를 접목한 디지털 금융시장을 꼽고 있다. '영업통' '전략통'으로 정평이난 은행장들은 급변하는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서고 있다. 특히 허인 KB국민은행장은 '디지털뱅크'를 미래의 성장동력이면서 핵심전략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KB금융지주, 리딩뱅크 '탈환'

KB금융지주는 올해 '숙명의 라이벌' 신한금융지주를 제치고 10여년 만에 다시 금융지주 1위 자리를 탈환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2015년 취임 일성으로 제시한 '리딩뱅크 탈환'이 달성된 것이다. KB금융은 지난 1월25일 신한지주 주가를 역전했고 6월29일에는 시가총액도 넘어서 금융 대장주 자리를 7년 만에 되찾았다. 이어 올해 3분기 실적발표 결과 누적 기준 2조7577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해 신한금융보다 500억원가량 앞섰다. 최근 공격적 인수·합병(M&A)으로 비은행 계열사의 수익 기반을 넓혀온 결과물로 분석된다. 윤종규 회장은 창립기념일을 맞아 올해를 '리딩뱅크 위상 회복 원년'이라고 평가하며 1위 수성을 위해 '더 강하고, 더 스마트한 은행'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한사태 7년 만에 마침표

신한금융그룹 경영권을 놓고 임원들 간 권력다툼으로 발생했던 '신한사태'가 7년 만에 마무리됐다. 신한사태는 당시 신한금융 경영권을 놓고 라응찬 전 신한금융그룹 회장과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이 신상훈 전 신한금융 사장을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결국 라응찬 전 회장, 이백순 전 행장, 신상훈 전 사장이 동반 퇴진하자 신한지주 이사회는 이들에 대한 스톡옵션 행사를 법원 판결 이후로 보류했다. 지난 3월 신한사태 당사자인 신 전 사장과 이 전 행장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나오자 이들에 대해 이사회는 권한행사를 보류한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도 지급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최종구, 전당포식 영업 관행 질타

"주택담보대출을 늘리는 전당포식 은행영업 행태가 금융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 지난 7월 취임한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일갈이다. 시중은행들이 혁신·중소기업 발굴 등 생산적인 분야보다 가계대출 위주의 손 쉬운 영업 관행에 안주하며 수익을 늘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올 상반기 이자수익에 기대 1조원 이상의 순이익을 거뒀던 은행권은 최종구 위원장의 질타에 부랴부랴 혁신기업을 위한 특화대출, 영업점 출자, 보증서 발급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나섰다. 

◇금융권 핫이슈 노동이사제 

문재인 정부의 대선 공약이었던 노동자 추천 이사제(노동이사제)는 은행권을 포함한 전금융권 이슈로 떠올랐다. KB금융 노조의 사외이사 선임 시도는 불발됐지만, KB금융지주 주식의 9.68%를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이 찬성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금융권 전반은 잔뜩 긴장할 수 밖에 없었다. 대부분 금융지주사들의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노동이사제에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낸 만큼 노동이사 추천이 유행처럼 번져갈까 우려한 것이다. 내년부터 공공기관에 노동이사제가 도입되는 가운데 정부는 공공부문을 시작으로 민간영역에도 노동이사제 적용을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은행-증권 치열한 '힘겨루기'

초대형 투자은행(IB)의 핵심 업무인 발행어음 인가를 두고 은행과 증권사 간 팽팽한 줄다리기가 또 벌어졌다. 은행연합회가 발행어음과 IMA(종합투자계좌) 등 초대형 IB업무가 은행 고유 영역을 침범할 수 있다고 주장하자, 금융투자협회는 발행어음이 은행의 예금과는 성격이 다른 금융상품이며 대규모 자금이 모험자본에 투입될 수 있다고 받아 쳤다. 두 협회는 이전에도 법인 지급결제, 신탁업 허용범위 등을 놓고 맞붙었고 수장인 하영구 은행연합회장과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도 거침없는 설전을 벌인 바 있다. 이에 대해 최종구 위원장은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은 특정 금융업권의 전유물이 아니다"라며 사실상 증권사들의 손을 들어줬고 지난 11월 한국투자증권은 단기금융업 승인을 받아 초대형 IB의 첫 스타트를 끊게 됐다.

◇은행권 채용비리 일파만파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창출'에 화답하기 위해 앞 다퉈 채용인원을 늘렸던 은행권이 되레 '채용 비리'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우리은행은 지난해 하반기 신입사원 공채에서 국가정보원, 금융감독원 직원, 은행 전·현직 고위인사 등 16명을 특혜 채용했다는 의혹에 곤혹을 치르고 있다. 자체 감사에 나선 우리은행은 임원 3명을 직위 해제했고 이광구 우리은행장 역시 지난달 초 채용비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NH농협금융과 DGB금융 역시 채용 관련 의혹을 받는 등 은행권 채용비리 사태는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돌아온 '연 2%' 예·적금 시대 

한국은행이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1.50%로 기존 대비 0.25%p인상했다. 이는 2011년 6월 이후 6년 5개월 만에 이뤄진 금리 인상이다. 1.50% 기준금리도 여전히 낮은 수준이지만 장기 저금리로 쌓인 금융 불균형을 털고 통화정책을 정상화하기 위한 시동을 거는 데 의의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향후 기조적인 금리 인상이 점쳐지면서 KB국민·신한·KEB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은 예·적금 상품들의 금리를 0.1∼0.3%p씩 올렸다. 대부분 시중은행의 예·적금 상품 금리가 2%대를 회복한 가운데 하나은행은 '하나머니세상 정기적금'의 최고 금리를 연 3.0%로 상향조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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