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잇단 타워크레인 사고…왜?
[초점] 잇단 타워크레인 사고…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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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일 7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도 용인의 한 물류센터 신축공사장 타워크레인 사고 현장.(사진=연합뉴스)

뒤엉킨 '거미줄 하청'에 노후 크레인 '연식 속이기' 일쑤

[서울파이낸스 나민수 기자] 건설현장에서 타워크레인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올해에만 8건의 타워트레인 사고가 발생해 18명의 소중한 근로자들이 목숨을 잃었다.

이들 사고 원인 상당수는 크레인을 받치는 기둥(붐대)을 들어 올리는 인상작업(telescoping) 중 발생했으며 노후한 크레인이나 부적합한 부품 사용 등도 사고의 한 원인으로 파악됐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9일 7명의 사상자가 난 용인 크레인 넘어짐 사고를 비롯해 올해 전국에서 발생한 타워크레인 사고는 8건에 달한다.

주요 크레인 사고를 살펴보면 △울산 에쓰오일 타워크레인 전도사고(4월21일. 1명 사망, 4명 부상) △경남 거제 삼성중공업 크레인 충돌사고(5월1일. 6명 사망, 25명 부상) △경기 남양주 다산신도시 크레인 사고(5월22일. 2명 사망, 3명 부상) △부산 해운대 숙박시설 건설현장 타워크레인 사고(6월15일. 3명 부상) △경기 의정부 아파트 공사장 크레인 사고(10월10일. 3명 사망, 2명 부상) △전주 완산 크레인 사고(11월9일 2명 사망) △인천 중구 오피스텔 공사장 크레인 사고(12월9일. 1명 부상) △경기 용인 물류센터 신축공사장 타워크레인 전도(12월9일. 3명 사망. 4명 부상) 등이다.

이처럼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자 지난달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는 타워크레인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서는 한편, 강력한 규제조치가 망라한 '타워크레인 중대재해 예방대책'을 내놓았다.

예방대책에 따르면 10년 넘은 크레인은 주요 부위에 대한 정밀검사를 받아야 하고 15년 이상 된 것은 2년마다 비파괴검사를 시행해야 한다. 10년이 안 된 크레인도 설치 시, 설치 후 6개월 단위로 정기검사를 받아야 한다. 크레인 사용연한은 원칙적으로 20년으로 제한되고 20년이 넘으면 부품을 분해해 분석하는 수준의 세부 정밀진단을 통과한 경우 일정 기간 사용이 연장된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지난 9일 하루에만 2건의 타워크레인 사고가 발생, 3명의 근로자들의 목숨을 앗아갔다.

현장 전문가들은 잇단 크레인 사고의 원인으로 공사 현장의 통제와 소통 문제와 건설현장의 고질적인 하도급과 재하도급 문제를 지목한다.

수십 미터 높이의 타워크레인을 안전하게 운영하기 위해선 근로자와 감독관들의 상호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사고는 주로 현장 근로자들 간 호흡이 잘 맞지 않았거나 감독관의 엄격한 통제가 이뤄지지 않았을 때 일어난다.

지난 5월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크레인 사고는 크레인 기사들 사이에 무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주요 원인으로 드러났다. 9일 발생한 경기 용인 타워크레인 붕괴사고의 경우 사고를 당한 7명 중 크레인 기사 1명(중상)은 서울에 있는 B업체, 나머지 작업자 6명은 부산에 있는 C업체 소속으로 근로자 간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의심되고 있다.

특히 건설현장의 고질적인 하도급과 재하도급 문제가 가장 큰 원인으로 크레인 등 중장비를 최저가로 입찰해 하도급을 주다 보면 업체들도 안전보다는 비용과 속도에만 신경 쓸 수밖에 없다. 현재 국내에 운용 중인 타워크레인은 총 6074대로 전체의 85~90% 이상은 외주 임대업체가 맡고 있다. 때문에 신호수 배치 등 현장 관리 감독 체계, 작업자 간 소통 등의 절차는 생략되기 일쑤다.

여기에 안전교육과 관리를 담당하는 현장 직원도 계약직으로 채용되기 때문에 현장에서 힘있게 근로자들을 통제하기 쉽지 않는 실정이다.

문제는 정부가 강력한 안전대책을 내놓아도 건설 현장에 만연한 안전불감증 탓에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 운용 중인 타워크레인의 20.9%(1268대)는 20년 이상 노후한 장비다. 즉, 5대 중 1대는 사고 위험에 직면했다는 것. 또한 수입된 타워크레인 중에는 생산 연도를 속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일선 크레인 기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10대 중 3대는 거래 시 이득을 보기 위해 연식을 속인 타워크레인이으로 노후화 정도가 심하지만 페인트칠을 짙게 해 놓으면 육안으로는 구분이 어려워 연식을 속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이번에 용인 사고 타워크레인은 한 달 전 정부의 안전검사에서 합격 판정을 받았을 당시 제조연도가 2016년으로 등록돼 있었지만 실제로 타워크레인에는 제조연도기 2012년으로 적혀있었다. 제조국도 프랑스에서 생산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중국에서 만든 것이란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경기도 남양주 다산새도시 진건지구 현대힐스테이트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고의 경우 하청업체가 교체 비용과 공사 기간 연장을 우려해 파손된 부품을 정식으로 수입된 순정 부품 대신 철공소에서 자체 제작한 사제 부품을 사용했다. 경찰 조사 결과 원청업체인 현대엔지닝어링은 이를 알면서도 묵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정부의 전수조사가 요식 행위 정도로 이뤄질 경우 타워크레인 사고는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라며 "정부 역시 안전에 소홀한 원청업체에도 강력한 처벌을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 등 근로자들이 안심할 수 있는 작업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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