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제화 vs 일본 리갈, 부츠마크 표장 두고 '진실게임'
금강제화 vs 일본 리갈, 부츠마크 표장 두고 '진실게임'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맨위부터 구두 속 리갈표장과 리갈태그, 리갈 구두 수선매장 표시 마크. (사진=일본 리갈코포레이션)

부경법 위반·저작권 침해 소송 변론기일서 양측 대리인 공방전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한국 금강제화와 일본 제화업계 1위 리갈코포레이션이 '리갈' 부츠마크 표장 저작권을 두고 법정에서 맞붙었다. 2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선 일본 리갈 측이 제기한 '부정경쟁행위금지 등 청구의 소'에 대한 4번째 변론기일이 열렸다. 이날 법정에서 양측 소송대리인은 팽팽히 맞섰다.

일본 리갈코포레이션은 지난 1월18일 금강이 부정경쟁방지법(부경법)을 위반하고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서울중앙지법에 소송을 냈다. 뼈대는 금강이 리갈 표장과 내부 라벨 등 디자인을 무단으로 도용했다는 것.

일본 리갈 측은 신설된 부경법 조항을 근거로 들었다. 금강의 리갈 매출·인지도 상승 성과에 대해 '상당한 투자'가 있었냐는 주장인 셈이다.

부경법 목적은 상표나 상호를 부정하게 사용하는 행위와 영업비밀을 침해하는 행위 방지다. 최근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가 새로 추가됐다.

일본 리갈은 금강이 '무임승차'했다고 주장한다. 일본 리갈 표장과 라벨은 상당한 투자와 노력이 들어갔지만, 금강은 비용 지불 없이 모방만 해왔다는 것이다.

일본 리갈에 따르면, 이 회사는 1961년 미국 브라운그룹으로부터 일본 내 리갈 상표 독점 제조·판매권을 따냈다. 한국 내 독점 판매권도 가졌다. 1990년엔 브라운그룹으로부터 미국과 푸에르토리코, 캐나다를 제외한 주요국의 상표권을 양도받았다. 상표권을 얻기 위해 600억원을 건넸다.

'리갈 위크' 디자인도 일본 리갈 직원이 고안했다. 리페어(수선) 마크 역시 1990년께 주식회사 안사의 한 디자이너로부터 사들였다. 그러나 1971년부터 일본 리갈 제품 일부분을 납품하던 금강이 이듬해 해외 상표권에 대한 확인 없이 국내에서 상표를 출원했다.

일본 리갈 소송대리인은 "국내에 해당 상표가 등록돼있지 않다는 점을 기회로 상표출원을 한 다음 이를 이용하는 것은 공정한 상거래 행위가 아니다"란 주장을 폈다. 또 "피고(금강)는 국내 상표권을 취득했기 때문에 정당하다지만, 계속 모방행위를 하는 것이 수요자에게 혼돈을 준다. 상표권을 남용한 것은 부정경쟁"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리갈 측은 소비자 항의가 지속된다는 점도 호소했다. 소송대리인은 "2000년대 피고 제품이 국경을 넘어 유통되는 경우도 있는데, 일본 현지에선 한국 제품이냐 일본 제품이냐 문의가 빗발친다. 소비자들이 혼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강 측은 한국에서 리갈 상표 등록이 합법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맞섰다. 표장의 '임페리얼 그레이드' 문구는 누구나 쓸 수 있으며, 삼각표시 역시 재질 표시를 위한 관용적 디자인이라는 게 금강 쪽 주장이다. 부경법 관련해서도 '정당한' 행사에는 이 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1972년 리갈 상표가 적법하게 등록됐으며, 광고비도 500억원 이상 들였다는 것.

금강 소송대리인은 오히려 일본 리갈이 수선 마크 저작권자임을 입증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협력사 직원의 진술은 입증자료가 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소송대리인은 '주지·저명성'을 들어 "리갈이 일본 리갈 측 상표로 인식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재판부는 리갈 수선 마크 저작권자가 증명됐다고 봐야 하는지, 일본 리갈 측이 브라운그룹으로부터 상표권을 양수받을 때 한국 권리까지 받은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상표권을 받을 때 '미국·푸에르토리코·캐나다를 제외한 주요국'이라고 했을 뿐 한국이 정확히 명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전까지 변론기일은 4월28일과 5월31일을 포함해 세 차례 열렸다. 8월21일 조정기일도 있었다. 법원은 10월18일 강제조정에 들어갔다. 하지만 11월3일 양측 모두 이의를 제기하면서 강제조정이 무산됐다. 당시 조정 내용은 △원고(일본 리갈)는 피고(금강) 등록 상표에 대해 피고가 적법한 권리 갖고 있음 인정 △원고 나머지 청구 포기 △피고는 삼각형 태그 조정성립일부터 일절 사용 금지 △소송·조정비용 각자 부담이다. 선고기일은 내년 2월2일인데, 재판부는 한 차례 더 강제조정에 나설 예정이다.

한편, 금강이 리갈 상표권을 두고 분쟁에 휘말린 것은 8년 만이다. 금강은 2009년에도 이탈리아 브랜드 살바토레 페라가모로부터 리갈 제품 상표권 소송을 당했다. 페라가모 측은 금강이 자사와 비슷한 말굽모양 장식을 구두에 사용했다며, 장식물 사용금지 소송을 냈다. 당시 법원은 상표권 침해에 과실이 있다며 금강이 페라가모에 2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제화 업계에서는 같은 브랜드를 두고 두 번째 소송이 벌어져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리갈은 금강의 '효자 브랜드'로 지난해 기준 매출액 400억원을 거뒀다. 특히 '리갈 201 컬렉션'은 20~30대 소비자들 사이에 인기를 끌어 출시 이후 2만족이나 팔렸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