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면세점, 결국 '벼랑 끝 전술'
롯데면세점, 결국 '벼랑 끝 전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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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 중구 공항로 인천국제공항여객터미널 내 롯데면세점 인천공항점 모습. (사진=롯데면세점)

인천공항공사 불공정행위 제소…'특약 갑질' 주장
"애초부터 협상여지 없었는데"…회의적 시선 대세

[서울파이낸스 김태희 기자] 인천국제공항 내 점포 임대료를 깎아달라고 요구했던 롯데면세점이 '벼랑 끝 전술'을 들고 나왔다. 롯데면세점은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불공정거래행위를 저질렀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도움을 요청했다.

6일 롯데면세점은 인천공항공사와 맺은 공항면세점 임대차계약 관련 불공정거래행위 신고서를 공정위에 냈다고 밝혔다. 인천공항공사의 불공정거래행위 내용으로 롯데면세점은 임대료 재협상이 불가능한 특약제도와 과도한 계약해지 위약금을 꼽았다.

인천공항공사가 면세사업자에게 불리한 거래조건을 정하고 거래과정에서 불이익을 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는 게 롯데면세점 주장. 이로써 롯데면세점과 인천공항공사의 임대료 인하 협상은 결렬됐다.

롯데면세점은 인천공항공사가 특약을 이유로 임대료 조정 요구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특약 제1조(영업환경의 변화)를 보면, 계약상대자는 항공수요 감소나 정부의 항공정책 변경 등 외부요인에 따른 영업환경 변화와 매출 감소를 이유로 임대료 및 임대보증금 조정, 사업대상시설 부분반납(계약 일부 해지)을 요구할 수 없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사업 특성상 국제 정세와 정부 정책 변화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과거 메르스나 올해 사드 여파, 시내면세점 수 증가 등이 그렇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특수성 때문에 올해 매출이 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인천공항공사는 면세사업 특수성을 배제한 특약을 만들어 놓고, 임대료 재협상을 요구할 수 없도록 원천봉쇄했다"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롯데면세점에 따르면, 현재 임대차 계약상 전체 사업기간(5년) 중 절반이 지나지 않으면 계약 해지를 요구할 수 없다. 기간 경과 후 해지를 요구하더라도 '해지를 승인한 날부터 4개월 의무 영업'을 지켜야 철수할 수 있다. 게다가 사업 마지막 연도 최소보장액의 25%에 해당되는 위약금도 물어야 한다.

반면 한국공항공사는 인천공항공사와 다른 정책을 펴고 있다. 김포공항 면세점 임대차 계약의 경우 철수 시점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또 사업자가 희망하는 철수일 6개월 전 언제든 계약해지 요구할 수 있으며, 위약금도 1년차 최소보장액의 5% 정도다.

지금까지 상황을 종합하면, 롯데면세점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에서 최후의 수단으로 공정위에 손을 내민 셈이다. 롯데면세점은 중국의 사드 보복 이후 임대료 인하 요청을 해왔다. 인천공항공사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지난 9월12일 인천공항 내 점포를 철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그러나 한 달 넘게 진행된 총 4번의 협상에서 양측은 서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롯데면세점이 2015년 9월부터 2020년까지 8월까지 인천공항공사에 줘야 할 임대료는 4조1000억원에 달한다. 신라면세점(1조5000억원대)이나 신세계면세점(4000억원대)보다 월등히 높다. 롯데면세점은 이미 1년차 5000억원, 2년차 5100억원을 냈다. 올해도 9월까지 7700억원을 냈지만, 2020년까지 3조1100억원이 더 남았다.

면세점 업계는 인천공항공사가 불공정거래행위를 저질렀다는 롯데면세점 주장에 동조하지 않는 분위기다. 2015년 경쟁 입찰 당시 사업자들 스스로 임대료를 제안했기 때문이다. '사업 철수' 카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테이블에 내려놓지 못할 카드는 꺼내 들어도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평가다.

면세점 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면세점은 입찰경쟁 당시 인천공항에서 좋은 자리로 여겨지는 동편(대한항공 출국장)과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기 위해 임대료를 높게 제시한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인천공항공사에서 강요하지 않았고 스스로 제시한 임대료를 이제 와서 낮춰달라는 것은 무리로 보인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지금 사업을 철수한다고 결정해도 내년 3월이다. 내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이 열리고 최근 한·중 관계가 회복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어 조심스러울 것"이라고 짚었다.

다만 인천공항의 임대료가 높아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데에는 대부분 수긍하고 있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 다수는 "인천공항면세점 실적만 따로 공개할 수 없지만 모두 적자 상태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많았을 때조차 적자였다"고 입을 모은다. "인천공항면세점은 수익보다 세계 1위 공항 면세점이란 명분을 위해 적자를 감내하고 입찰한 것"이라고 귀띔했다.

한편 올해 상반기 기준 롯데면세점의 매출액은 2조5530억2800만원으로, 지난해 상반기에 견줘 6.6% 줄었다. 특히 영업이익 74억600만원은 지난해(2325억7500만원)보다 96.8%나 폭락한 수치다. 3분기 역시 영업적자를 면치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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