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 vs 메디톡스, 보톡스 진실게임 '점입가경'
대웅제약 vs 메디톡스, 보톡스 진실게임 '점입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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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웅제약과 메디톡스 CI

한·미 오가며 법정공방…균주 염기서열 공개 여부 쟁점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대웅제약과 메디톡스가 보툴리눔 톡신(보톡스) 균주 출처를 두고 1년째 진실게임을 벌이고 있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자사 보톡스 균주를 훔쳤다며 지난 10월30일 대웅제약의 보톡스 균주 사용 금지를 요구하는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이에 대웅제약은 자사 제품의 수출을 저지하려는 메디톡스의 음해공작이라고 주장한다.

국내에서 시작된 두 제약사의 진실게임은 미국 법정으로 이어졌으며, 국내에 돌아와서도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메디톡스는 지난 6월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 법원에 대웅제약과 미국 현지 협력사를 상대로 보톡스 균주를 도용당했다며 민사소송을 냈다. 그러나 미국 법원은 한국 기업 간 분쟁은 한국에서 해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함에 따라 법정 싸움은 다시 한국으로 옮겨왔다. 미국 법원은 한국 내 소송 상황을 지켜본 뒤 내년 4월 재판을 속개할 예정이다.

메디톡스는 이번 소송에서 대웅제약을 상대로 보톡스 균주 사용 의약품 제조·판매 중지와 완제 의약품인 '나보타' 폐기를 요구하고 있다. 대웅제약의 공장과 창고, 컴퓨터에 저장된 문서 삭제까지 포함됐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대웅제약의 혐의를 입증하기 충분한 증거를 확보했기 때문에 이른 시일 내 결론이 날 것으로 기대한다"며 "균주 출처에 대한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공개 토론을 제안한다는 입장에도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유전체 염기서열'을 밝혀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대웅제약이 자사 보톡스 균주를 훔쳐갔다는 증거까지 있는데, 떳떳하다면 염기서열을 공개해 의혹을 해소하라는 것이다. 특히 규제 당국자와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공개 토론장에서 보톡스 균주 획득 경위, 균주 발견자 등에 대해 설명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대웅제약은 메디톡스의 보톡스 균주 출처가 불명확하다고 주장한다. 메디톡스는 균주 획득 과정에 문제가 없었음을 밝혔지만, 균주 출처에 대한 근거가 없었다는 주장이다. 대웅제약 측은 "메디톡스 주장은 소유권이 없는 미국 위스콘신대의 보톡스 균주를 국내에 반입한 뒤, 없었던 소유권이 생겼다는 셈"이라며 "출처에 대한 증빙을 공개하고 국가기관으로부터 검증을 받으라"고 주장했다. 다만 염기서열 정보는 기밀이란 이유로 공개하지 않은 상태다.

보톡스는 두 제약사가 공을 들이는 분야여서 갈등이 쉽게 풀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최초로 보톡스를 개발한 메디톡스는 국내 1위 보톡스 업체이기도 하다. 대웅제약은 보톡스 시장 후발주자지만, 미국·유럽 등 선진시장을 공략하면서 역전을 꾀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미국에서 나보타 임상 3상을 마치고 지난 5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판매허가를 신청한 상태다.

특히 대웅제약이 나보타에 대해 공을 들이고 있다는 것은 지난 24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행정처분을 내렸을 때 대응을 보면 읽을 수 있다. 대웅제약은 약사법 위반 건으로 식약처로부터 나보타 판매정지 행정처분을 받았지만, 과징금 부과로 바꿔달라고 요청했다. 식약처에 따르면, 행정처분 수단 변경은 기업에서 먼저 요구해야 가능하다.

한편, 대웅제약은 최근까지 "소송이 제기되면 메디톡스 주장의 허구성을 낱낱이 밝힐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제약업계에선 머지않아 보톡스 균주를 둘러싼 진실게임의 승자가 가려질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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