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등 증시와 불안정한 자금
폭등 증시와 불안정한 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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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시장이 폭발적 장세를 보인다. 증권사들의 전망치도 앞 다퉈 상향조정되고 있다.
코스피 지수 1600선을 돌파할 때도 그게 상한선인양 하던 전문가들이 이제는 1700선마저 훌쩍 뛰어넘자 연말 예상지수를 대폭 올려 잡는다는 것이다.
 
예상치를 가장 낮춰 잡은 증권사가 1800을, 높여 잡은 증권사는 1980포인트까지를 잡았다 한다. 인터넷 미디어들은 아예 2000포인트 시대를 얘기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몇 달 전 1600선을 돌파할 때와 크게 달라진 게 뭔지 좀 아리송하다. 한국 경제가 갑자기 좋아졌다고 말할 형편은 아니다. 오히려 지수 1700을 넘던 날 한국은행은 지난 1분기 중 실질GDP가 0.9%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질국민총생산(GNI)은 전분기보다 0.9% 감소했다는 유쾌하지 않은 발표를 했다. 물론 실질GDP가 1년 전보다 4.0% 증가했다니 계절적 요인에 의한 GNI의 일시적 감소세가 대단한 악재일 까닭은 없다.

그러나 지금 증시의 열기가 지나친 과열은 아닌지 다소 불안해 보이기도 한다. 시장관계자들은 아직 우리 주식이 저평가상태라고 진단하지만 특별한 재로도 없이 너무 빠른 속도로 치고 오르는 게 흔히 말하는 냄비장세의 전형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이 달아오르는 데 대해 낙관적 경기전망이나 이런저런 해외변수들을 이유로 거론하지만 그건 단지 견강부회하는 것으로 비칠 뿐 그다지 믿음이 가질 않는다. 그보다는 부동산시장에서 도망쳐 나온 자금들이 증시로 밀려든다고 보는 게 더 그럴 듯해 보인다. 지금 기관투자가들은 매도 우위를 보이고 외국인 투자자들도 소량 매수에 그친 가운데 지수 1700을 돌파한 현상이 그런 관측에 힘을 실어준다.

자연 현상도 그렇고 인류사회의 역사적 경험으로 봐도 그렇고 한쪽에서 밀려나면 다른 쪽으로 밀고 들어가 대신 자리를 차고 앉는다. 유럽의 역사는 중앙아시아에서 밀린 훈족, 반달족 등 소위 야만인, 즉 바바리안이라 불린 민족들에 의해 거듭 재편되며 오늘의 구도를 이뤘다.

아메리카 대륙은 역으로 유럽 사회에서 뿌리가 뽑힌 유·이민들이 몰려 들어가 원주민이었던 인디언들을 거의 멸종시키다시피 했다.

아시아에서도 일본이 한반도에서 정치적 격변기를 거칠 때마다 밀려드는 소위 도래인들에 의해 국가체제로 성장한 역사가 있다. 한반도 역시 고조선 멸망 이후 만주지역에서 한반도로 밀려드는 유·이민들이 자리를 잡으며 삼국시대로의 역사적 계승이 이루어졌다.

그런 유·이민들이 밀려드는 현상은 두 집단 간의 전쟁이라는 심각한 갈등을 초래한다. 제한된 영토에 수용능력을 초과하는 인구가 유입되면 선택적 생존을 위한 투쟁이 시작되는 것이다. 하지만 끝내는 두 집단이 서로 뒤섞여 용해되며 새로운 사회를 건설한다. 아메리카의 경우처럼 비극적인 경우도 있지만 대개의 역사는 갑과 을이 뒤섞여 병이라는 새로운 민족이 탄생한다.

이런 현상이 시장에서도 발생한다. 다른 시장에서 밀려난 자금이 갑작스럽게 대량 유입될 경우 그 자금의 성격상 시장의 불안정성을 높여 한동안 위험한 움직임을 지속하게 된다. 그래서 지금 우리의 증시 상황이 혹여 시장의 수용능력을 앞지르는 속도로 자금의 유입이 이루어지는 건 아닌지 관찰이 필요하다. 시간이 지나면 당연히 수용능력도 커질 터이지만 너무 빠른 속도로 자금이 유입되면 그 자금은 한동안 불안정한 상태를 유지하며 시장을 교란하게 될 우려도 있다.

꾸준한 자금 유입에 따른 지속적인 시장의 성장은 매우 바람직하다. 그러나 지금 부동산시장을 급히 빠져나온 투기성 자금들이 증시로 몰려든 것이라면 그 자금들의 동향을 예의 주시할 일이다. 그 투자자들은 특성상 초고수익에 익숙하다는 점, 게다가 부동산시장에서 밀려나며 지극히 불안한 심리상태에 놓여있다는 점 등을 염두에 두고 시장정책을 펴나가야 한다.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현재의 기조를 지속한다면 섣불리 빠져나가지는 않겠지만 정치권이 언제든 흔들어 놓을 수 있는 불안정한 자금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서울파이낸스 주필<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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