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국감] 백화점·면세점 여성노동자 "발가락 휘어도 치료시간 없어"
[2017 국감] 백화점·면세점 여성노동자 "발가락 휘어도 치료시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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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백화점 본점과 현대백화점 코엑스점 휴업일 주간 분포도. (자료=김종훈 새민중정당 의원실)

"어린 아이 잠든 얼굴 보고 출근…의무휴업일 지정 시급"

[서울파이낸스 김태희 기자] 백화점과 면세점, 대형마트 등 유통업계 노동자들의 열약한 근무환경이 국정감사에서 도마 위에 올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종훈 민중당 의원은 유통업계 의무휴업일 확대 주장을 폈다.

김 의원은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산자위 국정감사에서 유통산업 서비스 노동자들이 장시간 노동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복합쇼핑몰과 면세점은 의무휴업일이 아예 없고 백화점은 월 1회 휴업일의 불규칙성이 심각한 수준이었다는 것.

민주노총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1년간 롯데·현대·신세계백화점의 휴업일을 조사한 결과 점포별로 제각각이었다. 추석과 설처럼 명절 연휴가 있는 달에는 명절 당일만 쉬었는데, 롯데백화점 안산점은 설 당일 정상영업을 하고 다른 날로 휴일을 대체했다.

김 의원은 "백화점은 월 1회 휴업일이 규칙적이지 않다. 노동자들에게 미리 공지하지도 않기 때문에 다음달 휴일도 알수 없다. 휴일을 예측할 수 없다보니 장기간 근무하는 노동자들의 피로도가 가중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역 백화점은 지난 4월부터 정기휴무가 폐지됐고, 복합쇼핑몰인 코엑스몰은 1년 동안 휴업일이 전혀 없었다"고 꼬집었다.

이날 국정감사에는 김소연 샤넬 노조위원장과 김성원 블루벨코리아 노조위원장이 참고인으로 참석했다. 현재 일터가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인 김소연 위원장은 "20년 가까이 백화점에서 일했다. 평일에는 오전 9시부터 8시까지 11시간, 주말에는 12시간 근무한다. 9살배기 아이를 전혀 돌보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퇴근시간이 늦어서 가족이 함께 모여 식사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된다. 주변 동료들은 임신과 출산으로 많이 힘들어하는데 육아는 더 큰 문제"라고 호소했다.

김성원 블루벨코리아 노조위원장은 휴업일이 없는 면세점의 근무환경에 대해 증언했다. 김성원 위원장은 "면세점 판매직의 90% 이상이 여성이다. 특히 공항면세점은 밤 늦게 퇴근하고 다음날 새벽 일찍 출근하는 경우도 있다. 직원들이 '아이의 잠든 얼굴만 보고 나왔다'고 얘기할 때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그는 "장시간 서거나 굽 높은 구두를 신고 일하기 때문에 무지외반증에 걸리는데 휴일이 없다보니 병원에 가는 것도 힘들다. 난임 때문에 고민하는 직원들도 많다"고 토로했다. 무지외반증은 엄지 발가락이 새끼 발가락쪽으로 기울어져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김종훈 의원에 따르면 국내 유통산업 노동자 중 67%가 여성이다. 김 의원은 노동자들의 건강권, 모성보호, 일·가정 양립,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한 법적·제도적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계류 중인 것을 강조하며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김 의원은 "노동자의 근무환경은 백화점, 면세점, 대형마트의 영업일과 시간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다. 재벌과 대기업의 잇속 차리기에 노동자들의 삶의 질 더욱 악화되고 행복도는 계속 하락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유통업체에선 근무자의 노동환경과 휴업일은 연관성이 없다고 해명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백화점이나 아울렛, 복합쇼핑몰은 브랜드 입점 형태로 운영된다. 유통업체가 직원을 고용하지 않기 때문에 직접 근로환경에 관여할 수 없다. 파견 직원들은 해당 브랜드에서 모두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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