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냐 철수냐'…벼랑 끝 면세점
'적자냐 철수냐'…벼랑 끝 면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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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면세점은 인천 중구 운서동 인천국제공항여객터미널 내 인천공항점(사진) 임대료가 인하되지 않으면 철수하겠다는 입장이다.(사진=롯데면세점)

올 들어 4개 사업자 특허권 반납…롯데-인천공항 임대료 협상 관심

[서울파이낸스 김태희 기자]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던 면세점이 벼랑 끝에 몰렸다. 상당수 면세사업자들이 '적자'와 '철수' 두 가지 카드 중 하나를 골라야 하는 처지다.

27일 한국면세점협회와 면세업계 설명을 종합하면, 올해 들어 4개 면세사업자가 철수를 결정했다. 바로 부산항 현대페인트면세점, 양양국제공항 주신면세점, 평택항 하나면세점, 제주국제공항 한화갤러리아면세점이다. 롯데면세점이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인천공함점 임대료 인하 협상에 실패할 경우 5개로 늘어날 수 있다.

현대페인트면세점은 지난 3월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 사업권을 반납했다. 23억원의 임대료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양양국제공항 주신면세점 역시 임대료를 내지 못해 퇴출됐다. 주신면세점 자리는 비어 있는 상태다.

한화갤러리아는 올해 말까지만 제주공항 면세점을 운영한다. 지난달 사업권을 반납할 예정이었지만 제주공항공사의 임대료 인하 조건을 받아들여 운영기간을 넉 달 연장했다. 한화갤러리아는 연간 250억원 수준이던 제주공항 면세점 고정 임대료를 연말까지 영업요율에 맞춰 낼 수 있게 됐다.

평택항 하나면세점은 오는 30일 문을 닫는다. 하나면세점 역시 매출의 20% 수준인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사업을 접기로 결정했다. 지난 1일 평택시에 임대료 인하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나면세점의 연간 임대료는 18억원으로 알려졌다.

면세사업자들의 철수 결정은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탓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 상반기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225만명으로, 지난해 381만명에 견줘 40%나 줄었다.

면세업계는 상반기보다 하반기 피해가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매년 10월 중국의 중추절과 국경절을 시작으로 11월11일 광군제, 12월 연휴까지 대목이 이어졌는데, 올해는 중국 특수를 기대하기 어렵다.

면세업계는 "대규모 실적 감소가 불가피하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과 중국 간 외교 문제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노골적 보복이 시작된 3월까지만 해도 상황을 지켜보자는 게 면세업계 분위기였다.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때는 보복 완화를 기대했다.

하지만 지난 6일 정부가 사드 4기 추가 배치를 결정하면서, 한·중 갈등은 악화됐다. 게다가 북한이 도발을 멈추지 않자 한반도 전쟁설까지 돌면서 관광업계는 위기로 치달았다.

국내 1위 롯데면세점이 철수 카드를 꺼내든 이유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12일 인천공항공사에 임대료 인하 요청 공문을 보낸 롯데면세점은 2015년 9월부터 2020년 8월까지 5년간 4조1000억원에 달하는 임대료를 내야 한다. 롯데면세점은 계약 당시엔 중국인 관광객이 급증하고 있어, 임대료를 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국의 보복 이후 상황이 바뀌었다. 올해 2분기 롯데면세점은 298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매년 30% 이상 성장률을 기록했는데 한순간 적자로 바뀌었다. 충격은 적자 규모보다 더 크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더 이상 사업을 지속할 수 없는 상태여서 마지막 협상을 시도하려는 것이다. 임대료 인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과감히 철수하겠다"고 강조했다.

한 중소·중견면세점 관계자는 "국내 1위도 두 손을 들었는데 우리는 숨도 못 쉴 지경이다. 한때 미래 성장 동력으로 여겨지던 면세점이 정부 정책에 따라 한순간 블랙홀로 빠져버렸다"면서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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