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서지연 기자] 흔히 금융권 기업들은 보수적인 집단으로 평가된다. 그 중 보험사는 보수적인 성향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만큼 보수적인 기업문화를 지녔다.

이같은 분위기는 영업현장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일례로 다가오는 민족 대명절 추석을 앞두고 보험업계 안팎이 시끌시끌하다.

국내 한 대형손해보험사는 최근 추석 연휴 4일간 '자율적으로' 출근하라는 공지가 내려와 사내 게시판에 직원들의 성토 글이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내부 직원들이 문제삼는 건 명목상 자율에 맡겼다는 점이다. 한 직원은 "현장 부서에서 자발적으로 상의해서 연휴 출근 계획을 내라고 했다"며 "본사에서 공식적으로 출근 지침을 내리기에는 역풍이 우려되니, 책임 면피용으로 자율에 맡긴 것"이라고 일갈했다.

더군다나 해당 보험사는 실제 근무시간과 상관없이 일정 금액의 수당을 임금에 포함해 일괄지급하는 '포괄임금제'여서 주말이나 야근근무를 해도 수당이 없다.

추석 연휴 건으로 제동을 건 사례는 이 뿐만이 아니다. 또 다른 대형생명보험사의 한 사업부에서는 10월 2일이 임시공휴일로 결정되면서 지점장들에게 연휴 앞뒤로 연차를 추가로 쓰지 말라는 공지를 보냈다.

사측 공지에 따르면, "연휴 앞뒤로 연차를 추가로 쓸 지점장들은 없겠지만, 사전에 연휴 앞뒤로 연차사용은 허락하지 않겠다라는 것을 사전에 안내하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또 "연차휴가사용 시기지정권은 부서장한테 있다"며 "법적내용이 아니더라도 영업맨이 10일연휴 앞뒤로 연차를 추가로 쓴다는 건 비상식적인 것이니, 지점장들에게 사전안내해서 서로 얼굴 붉히는 일 없도록 하라"며 듣지 않을 경우 불이익을 주겠다는 간접적인 엄포를 놓았다.

해당 생보사는 '지점장 의무휴가제'도 직원 자율에 맡기면서 사실상 폐지한 전례도 있다. 앞선 사례와 같이 본사의 책임은 따르지 않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이같은 사례는 비단 이들 보험사 뿐만이 아닐 것이다. 다가오는 추석 연휴뿐만 아니라 마감을 앞둔 월말이나 월말, 주말 또한 마음편히 쉬기란 하늘에 별따기다.

하지만 시대 흐름이 변하고 있고, 실제 몇몇 보험사들은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잘 놀고 잘 쉬어야 일도 잘한다'는 경영 철학으로 내부직원들에게 조건없는 한 달의 안식월 휴가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곳도 있다.

최근 문재인 정부는 '사람 중심의 경제'를 외치며 기업 내 고질적인 임금체불 및 갑질문화 개선, 노동상황 개선 등에 나서겠다고 공언했다. 보험사들도 이에 맞춰 겉으로만 보이는 변화보다 내부 병폐와 불건전한 관행 먼저 손봐야한다.

보험사들이 '보수적'이라는 명목 하에 각주구검(刻舟求劍)의 우(愚)를 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깊이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