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없는 거래소 이사장 추가 공모…'낙하산 포석' 논란
전례없는 거래소 이사장 추가 공모…'낙하산 포석'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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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서울파이낸스DB

권력 다툼 등 갖가지 說 난무…노조 "추한 公謨" 비판

[서울파이낸스 정수지 기자] 한국거래소가 차기 이사장직을 두고 유례 없는 추가 공개모집에 나서면서 뒷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거래소 측은 인재풀을 늘리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으나 업계는 정치권과 결탁한 '낙하산 인사'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갖가지 설이 난무하면서 복마전을 보는 듯한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2일 이사후보추천위원회(추천위)는 2차 회의를 열고 오는 19일부터 26일까지 이사장 후보를 추가로 공모해 인재 풀을 확대하기로 결의했다. 추천위는 또 이사장 후보 선정과 관련한 일정을 공개하고 지원자가 동의하면 누가 이사장직에 지원했는지 현황도 밝히기로 했다.

공모 과정이 투명하지 못하고 지나치게 급하게 진행된다는 안팎의 지적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초 거래소는 이달 13일 서류심사 결과를 후보자들에게 통보하고 면접을 거쳐 이달 말 예정된 임시주주총회에서 이사장을 선임할 계획였다.

추천위는 내달 11일 3차 회의를 열어 기존 후보와 추가 지원자를 대상으로 서류심사를 거친 후 후보군을 압축할 계획이다. 최종 후보자 추천은 같은 달 24일 4차 회의에서 면접심사로 결정한다. 신임 이사장은 내달 말 임시 주주총회에서 선임한다.

거래소가 이사장을 추가 공모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거래소 출범 이후 이사장 공모 절차를 중단하거나 재공모를 한 사례는 있으나 지원자를 받고 난 후 재차 추가 지원자를 모집한 경우는 없었다.

갑작스런 추가 공모에 일각에서는 금융당국 등 '윗선'의 개입에 의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때문에 제3의 '내정자'가 새로 부상했다는 설부터 기존 유력 후보로 꼽혀온 인물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공모 기간을 늘리고 절차를 공개하는 것이라는 설까지 갖가지 해석이 난무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추천위가 기존 후보자들의 자격은 유지하면서도 굳이 추가 지원자를 받는 것은 지원자 가운데 적임자가 없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1차 공모에는 김재준 현 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장, 이철환 전 시장감시위원장, 최홍식 전 코스닥시장본부장 등 내부 인사를 비롯해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 등 외부 인사 10여명이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김광수 전 원장은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으나 일명 '장하성 라인'으로 분류되면서 이사장 내정에 제동이 걸렸다는 설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캠프 출신들이 김 전 원장을 견제해 장하성 정책실장의 입지가 확대되는 것을 막으려 한다는 분석이다.

특히 최흥식 금융감독원장 선임으로 청와대 내부의 금융공기업 '자리 다툼'이 일면서 유력 이사장 후보가 제3의 인물로 바뀌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낙하산 논란은 없다고 말하면서도 거래소 이사장직은 청와대 또는 금융위원회 라인이 유력했던 만큼 내부 승진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고 보고있다"며 "몇 없는 권력 기관 수장자리에 '윗선'이 거래소를 제외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낙하산 인사에 무게를 뒀다.

한편 거래소 노조도 이날 성명을 내고 이번 추가 공모(公募)에 대해 특정 낙하산 인사를 위한 '추한 공모(共謀)'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추천위는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명분과 달리 실제 몇 명이 지원했는지도 밝히지 않은 채 서류심사 결과 발표 하루 전 추가 공모를 전격 발표했다"며 "이는 미처 공모에 응하지 못한 '유력자'에게 특혜를 주려 했거나 내정자를 위한 들러리가 필요했다는 의혹을 자초한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추천위부터 다시 구성하고 새 위원회는 정부와 거래소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추천위원이 누구인지, 구체적 심사기준과 방법이 무엇인지 먼저 공개한 뒤에 공모절차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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