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미국과 소련(현 러시아)이 우주개발 경쟁을 벌이던 1960년대 '볼펜'과 관련된 유명한 일화가 있다. 동서냉전 시대 두 강대국은 중력이 없는 우주공간에서도 쓸 수 있는 필기구를 찾았다.

승자는 소련이었다. 해결책은 의외로 간단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은 무중력 상태에서 사용 가능한 볼펜 개발에 큰돈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소련은 흔하디흔한 연필을 우주비행사에게 건넸다. 이 사례는 '해결책은 생각보다 쉽다'는 뜻으로 회자되곤 한다.

국내 화장품 업계가 큰 위기를 맞았다. 박근혜 정부 당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으로 중국과 갈등이 싹텄고,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으로 이어졌다.

급기야 중국 정부가 한국 단체관광 금지 조치를 취하자 중국인 단체관광객의 발길이 끊겼다. 이후 국내 화장품 기업들의 매출은 급감했다. 화장품 업계의 쌍두마차 격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도 큰 타격을 받았다. 아모레퍼시픽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1304억원)은 지난해 2분기에 견줘 반토막 났고, 분기마다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던 LG생활건강도 2분기 매출액(1조5301억원)이 지난해보다 1.5% 줄었다.

하반기 전망마저 밝지 않자 두 기업 최고경영자(CEO)가 전면에 나서 분위기를 추스르고 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은 지난 1일 사내방송에 직접 출연했다. 서 회장은 이날 임직원들에게 '혁신'을 강조하면서, 결국 '고객 중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은 'CEO 메시지'를 통해 '정직'을 내세웠다. 차 부회장은 "정직이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아무리 외부 상황이 좋지 않아도 정직함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차 부회장은 메시지에서 편법을 쓰면 당장은 위기를 모면할 수 있어도 나중에는 더 큰 문제로 돌아온다고 설명했다.

얼핏 두 CEO는 서로 다른 주문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발견할 수 있다. 어쩌면 문제의 해결책은 소련의 연필 사례처럼 쉬울 수 있다. 소비자들이 바라는 '혁신 제품과 정직한 마음가짐'이 연필 구실을 하지 않을까 싶다. 위기에 부닥친 화장품 업계가 혁신과 정직으로 뚫어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