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손예술 기자] '문고리 권력'. 박근혜 전 정부의 인사(人事)를 가장 잘 대변했던 키워드다. 인사권을 남용했고, 결국 부패와 무능이라는 오욕을 낳았다. 이를 쇄신키 위해 새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인사 절차의 투명성을 강조했다. 지금까지 문 정부의 인사는 상대적으로 민주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래서인지 과거 금융권 인사때 마다 등장했던 밀실인사라거나 관피아, 정피아 같은 말들은 사그러들었다.

'금융통'으로 알려진 최종구 금융위원장부터 첫 민간 출신인 최흥식 금융감독원장 내정자까지, 금융계에서는 문 정부의 금융권 인사가 새로운 시대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고 평가한다. 기획재정부나 한국은행 등 관료주의가 팽배한 관피아가 배제됐다는 사실만으로도 금융 혁신에 대한 기대도 높다.

하지만 최흥식 금감원장 내정 과정에서 문고리 권력이 작동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곳곳에서 제기된다. 하마평이 돌았던 김조원 전 감사원 사무총장이 낙마한 배후가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정부는 '금융 경력이 없다'는 여론에 새 인물을 물색한 것처럼 말하지만, 이면에 모종의 권력이 있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실제 김조원 전 감사원 사무총장의 자질론이 대두됐을 때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그렇지 않다'고 적극 엄호했다. 금감원장 내정자가 바뀌고 임명되기 불과 3일 전의 일이다. 정부가 내정한 금감원장에 대해 날선 비판을 하긴 어려운 위치였겠지만, 결국 최종구 금융위원장만 난감한 처지가 되고 말았다.

이같은 정황때문에 금융권에서는 최흥식 금감원장 내정자의 배후에 '제 3의 인물'이 있는 것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을 하고 있다. 의심의 끝은 최흥식 내정자와 같은 경기고 출신인 장하성 정책실장이다.

금융권에 아주 무지하진 않지만 금융권 인사들의 면면을 꿰고 있다고 볼 수도 없는 장하성 정책실장이 근거리 금융계 인맥을 동원했다는 말도 나온다. 실명이 구체적으로 거론된다.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으로, 뿌리는 다르지만 '금융계 원로(OB)'로 정평난 이들이다. 김석동 전 위원장과 김승유 전 회장은 모두 장하성 실장과 같은 경기고 출신이다. 금융권 인사가 폭넓은 인력풀을 바탕을 이뤄지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게 하는 대목이다. 장하성 정책실장과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고려대 선후배라는 점도 이를 어느 정도 뒷받침한다. 물론 인선과정에서 특정인의 실명이 거론되는 것 자체를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역으로 절차적 투명성으로 이해될 수도 있을 테니까. 문제는 정당성 여부와 결과물이다.

금융감독원은 역할과 기능이 중차대한 기관이다. 시기적으로 새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는 가계부채문제와 직결돼 있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그런데, 만약 그 수장을 결정하는 과정에 또 다시 부패와 무능을 불러올 수 있는 학연에 치우친 '빨대 인사'가 자리하고 있다면, 이는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 의구심이 사실로 확인되지 않기를, 그리고 이번 인사가 궁극적으로는 잘 한 인사라는 평가로 귀결되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