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LG생건, 면세점 화장품 구매제한 '똥배짱'?
아모레·LG생건, 면세점 화장품 구매제한 '똥배짱'?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중국 타오바오 몰에서 판매되고 있는 아모레퍼시픽의 헤라 제품. (사진=타오바오몰)

매출 50%가 중국 보따리상…"영업효율 낮아 실질적 타격 없을 것"

[서울파이낸스 김태희 기자] 국내 화장품 업계 1~2위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면세품 판매 정책을 강화한다. 국내 면세점에서 살 수 있는 화장품 브랜드별 제품 수를 1인당 5개로 제한해 중국 보따리상(따이공)들의 대량 구매를 막겠다는 셈법이다. 이를 두고 면세점 업계는 매출 하락을 우려하면서도 큰 타격을 받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5일 화장품·면세점 업계 설명을 종합하면, LG생활건강은 지난 8월부터, 아모레퍼시픽은 9월부터 특정 브랜드들의 면세품 판매 개수를 제한했다.

아모레퍼시픽의 구매 제한 브랜드는 설화수, 라네즈, 아이오페, 아모레퍼시픽이다. 시내면세점과 인터넷면세점에서 각각 최대 10개, 20개 구입할 수 있었는데 모두 5개로 줄였다. 구매 제한이 없었던 프리메라, 마몽드, 리리코스 등의 브랜드도 최대 10개까지만 살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꿨다.

LG생활건강은 '후(천기단 화현·공진향 인양·진율향 진율·공진향설 미백·비첩 자생)'와 '숨37도 워터플 3종 세트' 등의 구매 개수를 제한한다. 해당 브랜드 역시 최대 수량은 5개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보따리상을 통해 자사 브랜드 제품들이 중국 시장에서 무분별하게 유통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라고 입을 모았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면세품 구매 제한은 기존에도 해왔던 정책으로 수량 제한은 상황에 맞춰 탄력적이었다"며 "브랜드 이미지를 보호하고 내국인들이 면세점에서 제품을 원활하게 구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인기 브랜드의 판매 수량을 제한하면서 면세점 업계에 매출 타격 우려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현재 국내 면세점에서 따이공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50%에 달한다. 과거 중국인 단체관광객 60%, 보따리상 5% 수준이었지만 지난 3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 결정에 대한 중국 정부의 보복 이후 중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자 보따리상 매출이 껑충 뛰었다. 면세점 입장에선 중국 보따리상들이 사드 직격탄으로부터 어느 정도 막아주는 구실을 한 셈이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사드로 인해 관광 교류가 중단됐지만 한국 화장품에 대한 수요는 줄지 않은 것을 입증한다"며 "사드 보복 직후 면세점 매출이 반토막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중국 보따리상들이 메웠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보따리상들이 어느 정도 면세점 매출을 유지해주고 있지만 수수료를 따로 지급하기 때문에 영업효율은 좋지 않다"며 "사드 여파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은 상황에서 최근 북한 핵실험 문제까지 정말 힘든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일각에서는 화장품 기업들이 구매 개수를 제한해도 보따리상을 통해 중국에 유통되는 한국 화장품 수는 줄지 않을 것으로도 보고 있다.

면세 업계 관계자는 "시내면세점 각 지점별로 최대 구매 수량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중국에 유통되는 화장품의 수량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 것"이라며 "보따리상들이 화장품 30개를 구입하기 위해 기존에는 면세점 3곳을 찾았지만 이제 6곳을 돌아가면서 사면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업체별로 매출은 줄지 몰라도 시장 전체 매출은 크게 타격받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