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면세점도 '애물단지'…롯데, 인천철수 검토
공항면세점도 '애물단지'…롯데, 인천철수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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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 중구 공항로 인천국제공항여객터미널 내 롯데면세점 인천공항점 모습. (사진=롯데면세점)

향후 3년간 임대료 3조1190억원…"장사도 안 되는데"

[서울파이낸스 김태희 기자] 국내 면세업계 1위 롯데면세점이 인천국제공항 매장 철수를 검토하고 있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한반도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으로 영업 환경이 악화되면서 높은 임대료를 부담하기 버거워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4일 면세업계 설명을 종합하면 지난 2015년 9월부터 5년간 롯데면세점이 부담해야하는 인천공항 임대료는 4조1400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신라면세점의 1조4903억원과 비교하면 3배 높은 수치다. 패션·잡화 품목만 취급하는 신세계는 4330억원을 임대료로 내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2015년 9월부터 2016년 8월까지의 첫해 임대료로 5060억원을 냈다. 2년차 5150억원까지 2년간 인천공항공사에 총 1조210억원의 임대료를 냈다. 문제는 3년차부터다. 2017년 9월부터 연간 임대료가 7740억원으로 늘고 4년차에는 1조1610억원, 5년차에는 1조1840억원을 내야 한다.

사드와 북한핵실험 등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줄고 면세업계 실적이 추락하는 상황과 정반대다. 한국면세점협회는 지난 3월 인천공항공사에 면세점 임대료 인하를 요청했다. 협회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지난 8월 30일 롯데·신라·신세계면세점 대표들이 정일영 인천공항공사 사장과 긴급회동을 했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제주, 청주, 무안, 양양 등 4개 공항의 면세점과 상업시설 임대료를 30% 인하하고 납부 시기도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중국의 사드 보복이 시작된 3월 이후 제주공항과 청주공항의 매출은 각각 71.9%, 77.9% 줄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제주공항에서 출국장 면세점을 운영하던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지난 7월 매장 철수를 선언했다. 사드 사태 이후 매출이 급감했고 높은 임대료를 부담할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제주공항공사는 다음 사업자가 선정될 때까지(올해 연말) 한화면세점의 고정 임대료를 품목별 영업요율에 따라 지급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반면 국토교통부의 면세점 사업자 지원 대책에서 인천공항은 제외됐다. 기준이 되는 국제선 여객기가 전년 대비 4.7% 늘었고, 면세점 매출은 4.8%만 줄어 피해가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자들은 실질적인 영업이익이 크게 줄었다고 지적한다.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전체 여객 수는 줄지 않았을지 몰라도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 큰 타격을 입었다는 것이다. 롯데면세점은 올해 2분기 영업 손실 298억원을 기록했는데 지난 2003년 이후 상승세를 유지해오다 처음 적자로 돌아섰다. 업계 2위인 신라면세점의 2분기 영업이익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 줄었다.

내년 3월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T2)이 개항하게 되면 상황은 더욱 악화된다. 대한항공과 에어프랑스, KLM(네덜란드), 델타항공(미국)이 T2로 옮겨가기 때문이다. 현재 인천공항에서 해당 항공사들의 여객 비중은 전체의 30~40%다. 지난해 인천공항 여객 수가 총 5776만명임을 고려하면 30%인 1732만명이 제2여객터미널로 옮겨가는 셈이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면세점 임대료를 결정할 수 없다"며 "사드 문제로 인한 임대료 변경은 이미 국토교통부에서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T2 개장과 관련해 임대료 조정 여부는 연구 용역을 맡겨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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