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지정학적 리스크 예단 어렵다"…성장세 판단 '유보'(종합)
이주열 "지정학적 리스크 예단 어렵다"…성장세 판단 '유보'(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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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기자실에서 기준금리 동결 등 통화정책방향을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세계 경기 회복세·추경 호재 vs 北리스크 혼재"
"9월 가계부채 대책, 완화조정 시급성 줄이는 요인"

[서울파이낸스 이은선 손지혜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정학적 리스크라는 급작스러운 변수를 고려해 올해 경기 판단에 유보적 입장을 나타냈다.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집행과 세계 경기 회복세 등 호재가 대기하고 있지만, 예단하기 어려운 '북리스크'가 고조되면서 올 하반기 경제 전망이 안갯속에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까지도 불어나고 있는 가계부채 문제 대응을 위한 금리 인상론의 경우 정부 9월 대책의 효과성을 확인해야 한다며 가능성을 일축했다. 정부 대책이 시행된다면, 금리 완화 정도 조정의 시급성을 줄이는 요인, 즉 완화 기조를 유지하는 여력을 제공한다는 언급도 내놨다.

한은 금통위는 31일 태평로 한은 본관에서 통화정책방향 정례회의를 갖고 이달 기준금리를 연 1.25% 수준에서 동결하는 것을 만장일치 결정했다. 이 총재는 금통위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경제가 앞으로 견실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지만, 지정학적 리스크와 주요국의 교역여건 변화 등 경제에 영향을 크게 미칠 수 있는 대외 여건의 전개 상황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동결 배경을 설명했다.

이 총재는 이날 성장세가 "견실하다"면서도 '불확실성'에 대한 경계감을 거듭 드러냈다. 이 총재는 "7월 경제전망 이후 글로벌 경기 회복세 강화와 추경이 확정돼 집행에 들어갔다는 점은 긍정적 요인이지만 북핵리스크라고 하는 커다란 하방리스크가 대두됐고, 점점 더 고조되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기본적으로 보면 국내 경제가 당분간은 개선 흐름을 보일 것으로 생각한다"면서도 "북리스크가 상당기간 지속된다고 하면, 우리 경제에 영향을 미칠텐데 그 영향의 정도를 지금으로서 예단하기 어렵다. 매우 민감하고 복잡한 문제이지만 전망 수치에 반영하기는 대단히 어렵다"고 말했다.

오는 10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할 가능성이나, 3% 달성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베이스 시나리오 상에서는 경기 개선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상황 여하에 따라서는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칠 만한 대외 리스크가 있어 현재로서는 면밀히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3% 달성이 곤란하다는 단정적 의견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금리 인상의 근거가 될 '뚜렷한 성장세'의 판단 기준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이 총재는 "뚜렷한 성장세는 성장률 3%, 물가상승률 2%와 같이 정형화된 수치로 판단하기는 어렵다"며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웃돌고 물가도 목표 수준에 안착된다면 뚜렷한 성장세라는 기준이 어느정도는 충족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그보다 중시하는 것은 경기와 물가의 흐름이 지속적이냐 하는 것"이라며 "소위 잠재성장률의 회복세가 기조적으로 이뤄지고, 압물가 상승 압력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하면 앞서 말한 뚜렷한 성장세에 부합하는게 아닐까 싶다"고 부연했다.

정부와의 가계부채 정책 공조 차원에서 금리 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는 관측에도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8·2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이 발표됐고, 다음달이면 가계부채 정책이 나온다"며 "그 영향으로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된다고 하면 금융안정 리스크를 다소 줄이는 효과가 있다는 점에서 통화정책 완화 정도 조정의 시급성을 줄이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그렇지만 현재 우리 가계부채 상황이 총량에서 보면 매우 높은 수준에 와있기 때문에 통화정책 완화 기조를 장기간 지속하면 금융불균형을 심화시킬 수 있다"며 "단기적 대책보다는 지속적으로 가계부채 안정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 이 총재는 가계부채를 급속도로 억제하면 부작용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놨다. 그는 "정부도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줄여서 연착륙을 시킬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문제는 가계부채를 너무 급격히 줄이게 될 경우에는 실물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간과할 수 없다"며 "경기가 회복되고 있지만 경기 회복세가 아주 견고하다고 판단하기 이른 상황에서는 너무 급속히 축소했을 때 나타나는 리스크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정부도 연착륙을 시키는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가계부채는 단기에 끝날 문제가 아니고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정부의 8·2 대책이 부동산 시장 급랭-소비 부진으로 이어질 위험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8·2 대책 시행 후 한달 영향을 점검해보면 투기과열지구를 중심으로 주택가격 상승세가 꺾인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 시점에서 부동산 시장의 침체까지 걱정할 상황은 결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택시장이나 소비 침체에 따른 미국, 일본과 같은 상황을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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