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14개월째 금리 동결…멀어지는 '조기 인상론'
한은, 14개월째 금리 동결…멀어지는 '조기 인상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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年 1.25% 최저금리 유지…2%대 성장세·北리스크 고려
가계부채 대책+9월 FOMC 결과 확인할듯…소수의견 '주목'

[서울파이낸스 이은선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4개월 연속 기준금리 동결을 택했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추가경정예산을 집행하더라도 3%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데다 최근 대북리스크 급부상하면서 금통위도 신중한 스탠스를 유지한 것이다.

글로벌 긴축 흐름에 발맞춰 당초부터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금통위지만, 금리 인상 여건은 다시 멀어지고 있다는 관측이 우세한 상황인 만큼 이날 금리 결정의 만장 일치 여부에 시장의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한은 금통위는 31일 태평로 본관 17층에서 8월 통화정책방향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25% 수준에서 동결했다. 금통위는 지난해 6월 기준금리를 종전대비 0.25%p(25bp) 내린 1.25%로 조정한 이후 14개월 연속 동결 결정을 내리게 됐다.

이날 금통위는 두달여 간 공석이던 한은 부총재 자리가 채워지면서 7인 체제로 진행됐다. 첫 금통위에 참석한 윤면식 부총재와 함께 회의장에 들어선 이주열 총재도 "한 자리라도 빈 자리는 크게 느껴지기 마련인데 오늘은 꽉 차 보인다"며 흡족한 심정을 나타냈다.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시장 예상보다 앞선 지난 6월부터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한은이 거듭 동결 결정을 내린 것은 최근 한달 사이의 경제 상황이 금리 인상의 근거와는 멀어졌기 때문이다. 한은은 지난 28일 국회 업무보고에서 "경제 성장경로의 불확실성이 높다"면서 북한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와 미·중과의 교역여건 악화 가능성을 우려했다.

특히 경기 회복세 부진이 발목을 잡고 있다. 한은은 추경을 포함한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대 후반으로 제시해 3% 성장 달성은 어려울 것으로 평가했다. 지난달 금통위가 올해 성장률을 2.8%로 2회 연속 상향하고, 향후 추경 집행이 '상방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한 것보다 부정적 판단이 강화됐다. 실질 성장률이 잠재성장률(2.8~2.9%)을 크게 상회하지 않을 경우, 금리 인상 근거는 그만큼 약화된다.

이달 국내외 금융시장을 강타한 대북 리스크도 섣부른 금리 결정을 어렵게하는 요인이다. 한은은 글로벌 금융시장이 북한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당기간 지속되고, 상황에 따라 긴장이 다시 고조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미국과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문제가 걸려있고, 중국과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를 둘러싼 신경전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어 실물 경제의 큰 축인 무역 여건도 낙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한은 금리 인상 명분의 주축이었던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조기 금리 인상 부담도 다소 낮아졌다. 재닛 옐런 미 연준 의장은 최근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통화정책 정상화나 경기 동향에 대해 침묵을 지키면서 추가 인상 신호를 비치지 않았다. 한은으로써는 금리 변동에 앞서 다음달 개최되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유럽중앙은행(ECB) 등 주요국 통화정책 회의 결과를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다.

가계부채 문제 해소를 위해 한은이 금리 인상을 통한 정책 공조에 나설 가능성도 당분간은 낮다는 평가가 주류다. 이달 금통위를 앞두고 정부 관계자의 '금리 인상 압박' 발언으로 채권시장이 떠들썩했지만, 한은은 부동산 시장과 가계부채 문제를 당분간 주시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일부 금통위원들이 가계부채 누증과 금융안정 위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긴 했지만, 8·2 부동산 대책과 다음달 초 발표될 가계부채 종합대책의 효과를 지켜볼 여지가 남아있다는 분석이다.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자관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기준금리가 연 1.25%인 상황은 좀 문제가 있지 않냐"고 언급하면서 금리인상 요구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이에 대해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28일 국회에서 "(정부의 금리 인상 주문은) 전혀 없었다"며 "시장에서 영향을 미칠 만한 발언을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낸 바 있다.

향후 금리 인상을 가늠할 키는 9월중 나타날 선진국의 통화정책 기조와 가계부채 대책 효과성이다. 아직까지는 연내 금리 동결 기조가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지만, 정부의 고강도 대책에도 불구하고 가계부채 증가세가 잡히지 않을 경우 금리 인상 카드를 고려하게 될 가능성도 상존하고 있다. 이날 금통위에서의 소수의견 가능성에 시장이 주목하는 이유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9월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가능성과 북한 지정학적 리스크 등 금리 인상의 부담 요인이 상존하고 있고, 가계부채 종합대책의 효과를 필요성이 있다"며 "연내 금리 인상이 이뤄질 경우 원론적으로 내수 경기 회복이나 건설투자의 기여도 등에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상훈 KB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예년보다 높고,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 발표 후 실제 대출 증가율이 둔화될지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국내 경기 개선세가 둔화되는 기미를 보이는 가운데 여전히 높은 가계부채 증가율을 고려할 때 연내에는 금리 동결이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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