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호황·호실적에도 증권사 하반기 채용 '좁은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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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투증·한국투증 두 곳만 하반기 채용 확정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남궁영진 기자] 코스피 고공행진에 모처럼 호황을 누린 증권사들이 올해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에 인색한 모습이다. 대다수 증권사들의 하반기 신규 채용 계획이 미정인 가운데 그나마 채용에 나선 증권사들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인원만 뽑을 계획이다. 바뀐 금융산업 구조과 수익원 변화 등으로 '몸집 줄이기'에 돌입한 상황이라 유례없던 증시 훈풍도 얼어붙은 증권사 채용문을 녹이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30일 서울파이낸스가 국내 주요 증권사 11곳을 대상으로 올 하반기 증권사 신입 공채 규모를 조사한 결과, 채용계획의 윤곽이 드러난 곳은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단 두 곳에 불과했다.

지난 2014년 합병 이후 첫 공개채용을 실시하는 NH투자증권은 올 하반기 두 자릿수 대졸 신입사원을 선발할 계획이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다음달 초 확정된 일정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도 다음달 초 100명을 신규 채용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업황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던 시기에도 매년 100여명의 신입사원을 꾸준히 채용해왔다는 게 한투증권의 설명이다. 

◇주요 증권사 채용, 대부분 '안갯속' = 이외 증권사들은 올 하반기 채용 가능성을 열어놓으면서도,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채용 시기와 규모를 확정하지 못했다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계속된 박스권 장세에서 증권업 실적이 지지부진해지자 불어닥친 '채용 한파'가 올해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미래에셋대우의 경우 채용계획은 있지만 시기와 모집인원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채용인원 200여명 중 신규 채용이 6~70명에 달했지만 올해도 이 규모가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KB증권, 삼성증권은 하반기 공채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단 채용 시기와 규모는 역시나 검토 중이다.

하나금융투자는 매년 하반기 하나금융그룹 전체 공채를 통해 신규 채용을 실시하고 있다. 최근 몇년 간 10~12명의 인원이 새로 들어왔고 지난해에는 10명을 선발했다. 하나금투 관계자는 그러나 "그룹에서 아직 정확한 일정이나 내용을 통보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대신증권은 9월 중 하반기 공채 일정을 확정할 방침이기 때문에 현재까지 채용공고나 모집인원은 정해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지난해 대졸 공채로 15명을 선발했으며 올해도 예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대신증권은 설명했다. 신한금융투자와 키움증권은 올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 진행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각 부서별 TO(티오·필요인원)를 조사해 채용 규모를 정하는 하이투자증권은 올 11월 서류전형과 면접전형 등 관련 전형을 진행할 예정이다.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같은달 유안타증권은 동계인턴을 선발을 긍정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의 경우 올해 공채 계획은 없지만 사업부별 필요 인원을 수시 채용하기로 했다.

◇경영 효율성·수익원 변화에 좁아진 취업門 = 증권사들이 신규 채용에 소극적인 이유는 '증시 활황=수익성 확대'라는 공식이 이미 깨진 데다, 주요 수익원이 리테일에서 본사 IB(기업금융) 중심으로 변한 탓이 크다.

A증권사 관계자는 "과거 리테일 호조로 한창 영업점을 늘렸을 때는 대형사 몇 곳이 100여명 수준의 직원을 새로 채용하기도 했다"면서도 "최근에는 핵심 사업모델로 IB가 급부상 하고 있고, 이 부문은 관련 경력이 있는 인력 위주로 팀이 구성돼 신입 채용 유인이 줄고 있다"고 말했다.

HTS 등 온라인·모바일을 활용한 비대면 채널이 각광 받으면서 '군살 빼기'에 돌입한 증권사들의 인력 충원 필요성도 점점 옅어지고 있다. 실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임직원 수는 지난해 12월말 3만8432명에서 올 3월 3만5824명, 6월말 기준 3만5606명으로 점차 감소 추세다.

초대형 IB로 발돋움하기 위한 인수합병(M&A) 이후 인력 재편에 집중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람을 뽑는다 하더라도 활용할 수 있는 부서가 예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는 얘기다. B증권사 관계자는 "그간 희망퇴직 등을 단행하며 중복 부서 인력을 감축하는 등 채용보다 인력 재배치에 집중했다"며 "경영 효율성 차원에서도 경력직 선발에 힘을 쏟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금융투자업계의 높은 이직률을 주된 원인으로 꼽고있다.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증권·선물, 자산운용사의 이직률은 각각 72.5%, 86.5%를 기록했다. 대부분 자발적 이직으로 고용시장이 유동적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증권사의 경우 전체 채용규모 대비 신규 채용은 26.8%에 불과하지만 경력직 채용자 수는 73.2%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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