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중앙회 "대기업, 하도급업체 기술탈취 '갑질' 여전"
중기중앙회 "대기업, 하도급업체 기술탈취 '갑질' 여전"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원사업자의 하도급업체 기술탈취 '갑질'이 여전히 심각한 만큼 이를 최고 수준으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중소하도급업체를 대상으로 기술탈취 실태를 파악한 결과 이 같이 조사됐다고 29일 밝혔다.

원사업자가 하도급업체의 기술자료를 요구·유용하는 행위는 하도급 4대 불공정행위에 포함된다. 따라서 하도급업체에 발생한 피해 금액의 최대 3배까지 원사업자가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 최근에는 정액과징금도 도입됐다.

하지만 원사업자는 여전히 단가조정, 품질관리, 사후관리 등 다양한 명목으로 하도급업체에 기술자료를 요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도급업체인 A사 관계자는 "재계약할 때 사후관리를 이유로 당연하다는 듯이 제품 설계도면을 요구하는 데 제작에 시간도 걸리고 기술적인 평가액은 회사 외형의 8∼10% 정도 된다"며 "거절하면 불이익이 있을까 봐 제공했는데 결국 거래하면서 아파트 한채값 정도 손해 보고 거래가 중단됐다"고 전했다.

B사는 원사업자에 기술자료를 제공하지 않아 결국 거래가 끊기는 불이익을 당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재계약할 때 원사업자가 단가를 조정한다며 우리 제품의 원가 절감 공정 관련 기술자료를 내놓으라고 요구했으나 끝까지 주지 않았다"며 "단가가 낮아도 물량이 많아 거래했지만, 결국 매출 대비 약 10% 정도 손실이 나 부당하다고 항의했더니 거래가 끊겼다"고 돌이켰다.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를 다른 협력업체로 유출해 공급망을 이원화하고 거래를 중단하는 사례도 있었다.

하도급업체 C사는 "우리 쪽으로 품질개선 의뢰가 들어와 자체개발한 기술을 적용해 제품을 만들었다"며 "하지만 납품은 이뤄지지 않았고, 현재는 우리 핵심기술이 적용된 제품이 다른 협력업체를 통해 원사업자에 납품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D사도 "원사업자가 생산현장을 둘러보자고 해서 보여줬는데 우리 현장을 몰래 동영상으로 촬영해 중국 업체에 넘겼다"고 말했다.

원사업자가 하도급업체의 기술자료를 직접 내재화하거나 계열사로 유출하는 사례도 있었다.

E사는 "원사업자와 거래하면서 그들의 요청 때문에 여러 기술자료를 제공했는데 지금은 원사업자가 우리 제품과 매우 유사한 제품을 만들어 자체 공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이처럼 수급사업자를 상대로 하는 부당한 기술탈취가 여전히 발생하고 있지만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되는 사건은 많지 않고, 신고 사건도 피해를 인정받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술탈취 조항이 신설된 2010년 이후 공정위로 신고된 건수는 지난해 11월 23건에 불과하고, 이 중 8건은 사실관계 확인이 어렵거나 기술자료에 해당하지 않아 사건이 종결 처리됐다"고 전했다.

이번 심층조사에 응한 하도급업체들은 기술탈취 행위를 신고하면 아무리 조심해도 익명성을 보장받기 어렵고, 신고하더라도 피해 사실 입증이 어려워 제재를 더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경만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기술탈취는 중소하도급업체의 경쟁력을 저해하는 중대한 법 위반행위임에도 신고가 적어 사건처리 실적이 저조했다"며 "공정위가 직권조사를 벌여 적극 조사하고, 위반행위를 적발하면 최고 수준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고발 조치하는 등 엄정하게 법 집행을 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