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값 추락해도 소비자 외면, 왜?
계란값 추락해도 소비자 외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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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8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계란 판매대 모습. 한때 1만원에 달했던 계란 한 판 가격이 5980원으로 떨어졌다. (사진=연합뉴스)

살충제 파동후 창고 쌓여…대형마트 매출 35~45% 감소
그래도 최저가 상품은 품절…대체품 두부·카레가루 인기

[서울파이낸스 김태희 기자] "불과 몇 일 전 계란 한 판(30개)에 8000원 주고 샀었는데 지금은 5000원이라니…. 믿을 수가 없죠. 가격도, 안전도."

28일 저녁 서울 중랑구 이마트 상봉점에서 만난 한 주부의 말이다. 천정부지로 치솟던 계란 값이 급락하고 있다. 평소라면 소비자들이 반길 만한데, 그렇지 않아 보인다. 살충제 파동에 따른 불안감 때문이다.

계란 가격은 지난해 11월부터 크게 뛰었다. 조류인플루엔자(AI)가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알을 낳는 산란계 중 다수가 살처분됐다. 이로 인해 계란 공급이 어려워지자 계란 1판 가격은 1만원대를 넘겼다. 이후 10개월간 큰 차이가 없었다.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것은 지난 15일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14일 기준 계란 1판의 평균 소비자가격은 7595원이었다. 28일에는 6546원으로 보름 만에 1049원이나 하락했다.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도 계란 가격을 일제히 5980원으로 내렸다. 지난 22일 기준 대형마트 3사의 계란 1판 가격은 각각 6980원, 7990원, 6980원이었다. 이에 대해 유통업계는 수요가 줄어들어 산지 시세가 내려갔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16일부터 26일까지의 이마트 계란 매출은 살충제 파동 이전(8월2~12일)보다 44.2% 줄었다. 롯데마트 역시 지난 17일부터 26일까지 전주 대비(8/3~12일) 35.0% 역신장했다.

소비자 변화가 빠르게 나타나는 온라인쇼핑몰에서 계란 매출 감소는 더 두드러졌다. 16일부터 25일까지 티몬의 계란 매출은 전월 대비 50%나 줄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계란은 물리적인 힘으로 생산량을 조절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매일 닭이 알을 낳기 때문에 수요가 줄면 그만큼 창고에 쌓이게 된다"며 "또 계란은 신선식품으로 팔리지 않으면 상해서 처분할 수밖에 없으니 가격에 아주 민감하다"고 말했다.

업계는 당분간의 계란 가격 인하를 예상하면서도 한달 앞으로 다가온 추석을 기점으로 가격 인상을 염두에 두고 있다. 명절에 계란 수요가 급증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의 반응도 엇갈린다. 이날 이마트 계란 판매대에서 만난 김모(51·여)씨는 "계란을 평생 안 먹을 수도 없으니 정부 발표를 믿을 수밖에 없다"면서 "보다시피 5790원 계란은 벌써 품절됐다. 물량이 적었는지 모르겠지만 살 사람은 다 산다"고 말했다.

반면 5살배기 아이와 함께 장 보러온 심모(37·여)씨는 계란 대체품으로 두부를 골랐다. 그는 "살충제 계란에 햄버거병, 베이컨까지 최근 불거진 문제만 보더라도 먹거리에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계란 대신 두부나 카레가루를 샀다"고 말했다.

실제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계란 대신 카레가루를 넣고 '계란 없이 전 부치는 방법' 등이 화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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