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건강보험 강화, 민영 실손보험 시장 '후폭풍'
정부 건강보험 강화, 민영 실손보험 시장 '후폭풍'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보험업계 "손실만 커진다" 전전긍긍노후실손보험 판매 중단

[서울파이낸스 서지연 기자] 정부의 건강보험 강화로 민영 실손보험 시장에 강한 후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급격한 시장 위축이 우려되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추진한 노후실손보험은 이미 판매를 중단한 보험사들이 생겨나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 2008년 5월 이후 체결된 24개 생명·손해보험사의 실손보험 계약에 대해 지난 4월부터 감리한 결과를 지난 27일 발표했다. 이 가운데 9개 생명보험사는 2009년 10월 상품 표준화에 따라 자기 부담률이 10%p 낮춰졌는데도 보험료는 조정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또 2014년 8월부터 판매된 노후실손보험의 경우도 손해율이 높은 일반실손보험의 인상률을 적용해 보험료가 과다 책정된 것으로 조사됐다.

금감원은 모두 40만 6000 건으로 집계된 보험료 부당 책정 상품에 대해 2∼3주 동안 보험사들의 소명을 듣고, 이후 해당 보험사와 상품 명칭을 공개하면서 기초서류 변경을 권고하기로 했다.

업계는 이같은 상황으로 미루어 실손보험 시장이 크게 축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손해율이 높아 수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데다가 당국이 보험료 인하 압박까지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일부 중소형사들은 판매를 중지한 상태다.

외국계인 AIG손해보험은 실손보험을 판매하다 지난 4월부터 판매를 중단했다. 이미 실손보험에서 적자가 나는 상황에서 사실상 5년간 보험료마저 올릴 수 없는 실손보험을 팔아서는 손실만 커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푸르덴셜생명, ING생명, 라이나생명, AIA생명, 메트라이프 등은 이미 수년 전에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했다.

게다가 건강보험의 보장성 항목을 더 확대하는 '문재인 케어'가 시행되면 실손보험에 대한 필요성이 더욱 하락해 보험사들의 판매 중지는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오는 2021년에 시행되는 IFRS17도 보험사들에게 실손보험 판매에 대한 부담을 높이고 있다.

당국이 지난 2014년 추진한 노후실손보험은 이미 시장축소가 진행 중이다. 노후실손보험은 보험업감독규정 개정에 따라 가입연령을 기존 65세에서 75세로 늘리고, 연령에 따른 보험료 부담을 낮추기 위해 자기부담금을 높여 기존 표준형 실손보험 보다 20~30% 가량 저렴하다.

그러나 일부 중소생보사들의 경우 실손보험 판매기간이 손보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아 경험통계 부족에 따른 위험률 산출 어려움으로 출시를 포기하는 곳이 생겨났다. 결국 현재 노후실손을 판매하고 있는 생보사는 삼성생명이 유일하다. 한화생명은 지난해까지 판매하다가 올해부터 판매를 중단했다.

보험사 관계자는 "실손보험은 사실상 보험업계의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말았다"며 "높은 손해율과 함께 정부의 보험료 인하 압박이 거세지고 있는데 굳이 실손보험을 고수하는 기업들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실손보험 감리결과와 관련 보험사의 소명절차를 밟겠다고 했지만 결국 당국의 입맛대로 될 것"이라며 "노후실손보험 판매 보험사는 점점 더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