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업계, 여름 끝자락에 하투(夏鬪)로 더 뜨거워
자동차업계, 여름 끝자락에 하투(夏鬪)로 더 뜨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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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총 산하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지부 조합원들이 2017년 단체교섭 승리 파업 출정식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 노동조합 제공)

[서울파이낸스 권진욱·전수영 기자] 국내 자동차업계가 노조와의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으로 여름 끝자락을 뜨겁게 보내고 있다.

이미 임단협을 타결한 쌍용자동차를 제외한 현대·기아자동차, 한국지엠, 르노삼성자동차는 노조와의 협상 테이블에 앉았지만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글로벌 시장 상황이 좋지 못해 국내 시장에서 이를 만회해야 하지만 현재로서는 이 같은 결과를 예측할 수 실정이다. 이 때문에 연초에 세웠던 판매목표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성적표를 받아들 가능성도 높아가고 있다.

◇ 현대·기아차 노사, 의견 평행선…잠정합의 가능성에 실낱같은 희망

국내 자동차업계의 ‘맏형’인 현대·기아차는 노조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계속해서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타결까지 갈 길이 멀다. 다만, 교섭의 끈을 놓고 있지 않아 극적인 잠정합의를 이룰 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28일 1조 근무자가 오전 11시부터 4시간 파업에 돌입한다. 2조 근무자 또한 오후 8시 20분부터 같은 시간에 부분파업을 벌인다.

노조가 이처럼 부부파업을 통해 회사를 압박하고 있지만 이날 교섭 또한 진행돼 잠정합의에 이를 수도 있다는 전망도 일고 있다.

특히 노조가 다음 달부터 새 집행부 선거를 치러야 해 교섭과 선거를 병행하기 쉽지 않아 가급적 이달 중으로 교섭을 마무리해야 해 잠정합의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노조는 지난 10일부터 25일까지 7차례 부분파업을 벌였고 이 기간 현대차는 차량 3만여 대를 만들지 못해 6200여억원의 생산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현대차는 최근 두 차례 교섭에서 임금 부문에서 호봉 승급(정기 승급분+별도 승급분 1호봉=4만2879원)의 지급을 제외한 기본급 인상 불가, 성과금 200%+100만원 지급안을 제시했다.

또한 단체 개인연금 5000원(현재 2만원) 인상, 성과금 50%+일시금 40만원+복지포인트 10만점 지급 등 추가안도 제시했지만 노조는 이를 거부했다.

현대차 노조는 기본금 15만4883원 인상, 전년도 순이익의 30% 성과급 및 상여금 800%, 주간연속2교대제 8+8시간 완성, 조합원 총고용 보장, 사회공헌기금 확대 및 사회공헌위원회 구성, 통상임금 확대 등을 제시한 상태다.

기아차 노사 협상은 상황이 더 안 좋다.

기아차 노조는 기본급 15만4883원(기본급 대비 6.93%·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지난해 영업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는 것 등 11개의 별도 사안을 제시했다.

회사 측은 노조의 이 같은 제안을 수용할 수 없다고 강경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번 임단협과는 별도로 진행 중인 통상임금 소송은 결과에 따라 더욱 큰 파장이 예고된다.

기아차 노조는 상여금과 수당을 각종 통상임금으로 인정해 주고, 상여금 등이 포함된 새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과거 3년간 받지 못한 통상임금 연동 수당을 계산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회사 측은 해마다 임금협상에서 노사합의에 따라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지 않았던 만큼 ‘신의성실 원칙’에 따라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간주할 수 없고, 인정되더라도 과거 분까지 소급해서 줄 필요는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만약 재판부가 노조 측 입장을 인정할 경우 기아차는 당장 3조~5조원의 비용을 떠안게 된다. 더욱이 재계 전체로 통상임금 소송이 재기돼 제계 전체에 20~30조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어 자동차업계뿐만 아니라 재계 전체가 1심 재판부의 판결에 주목하고 있다.

◇ 국내 정서 어두운 한국지엠 신임 CEO가 잘 해결할 수 있을지 주목

한국지엠의 임단협은 다른 자동차업체와는 상황이 달라 또 다른 관점에서 자동차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기존에 한국지엠을 이끌던 제임스 김 사장이 8월 말로 떠나고 9월 1일로 부임하는 카허 카젬 신임 시장이 업무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한 상태에서 노조와 협상을 잘 해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 업계는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카허 카젬 신임 사장은 지난 22일 오전에 간부회의를 주재한 데 이어 오후에는 노조와 면담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카허 카젬 사장은 회사 경쟁력 강화와 생존을 위한 협력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노조는 카허 카젬 사장이 제네럴 모터스(GM)가 인도 시장에서 철수할 때 수출용 공장만 남기고 내수 시장을 위한 공장을 철수한 사례가 있어 한국 시장에서의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을까 의심하고 있다.

다만 카허 카젬 사장이 한국지엠 사장 취임 소감에서 한국지엠이 ‘핵심 사업장’이라고 언급한 만큼 완전 철수 등의 극단적 구조조정을 진행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지만 노조는 긴장의 끈을 놓고 있지 않다.

한국지엠 노조는 월 기본급 15만4883원 인상과 통상임금 500% 성과급 지급, 2개 조가 8·9시간씩 근무하는 현행 8+9주간 2교대제를 8+8주간 2교대제로 전환하는 방안, 공장이 휴업해도 급여를 보장하는 ‘월급제’ 도입 등을 주장하고 있다.

오는 1일 카허 카젬 신임 CEO가 공식 취임하기 때문에 한국지엠 임단협은 급물살을 탈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한국지엠은 올해 7월까지 국내에서 8만3509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 10만1139대 대비 21.1% 줄어들어 실적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이 때문에 카허 카젬 신임 CEO가 올해 임단협을 신속하게 마무리 짓지 못할 경우 실적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여 그의 역할이 무척 중요해졌다.

◇ 르노삼성차, 조금씩 의견차 좁혀

르노삼성자동차 임단협도 다른 자동차업체와 비슷하게 교섭을 진행 중이다. 다만 조금씩 의견차를 좁히고 있다는 점에서 노사 합의가 다른 곳보다 빨리 이뤄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25일까지 8차 협상을 벌였으며 그 사이 노사 모두 조금씩 양보하고 있어 머지않아 잠정합의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

르노삼성차는 올해 7월까지 국내 시장에서 6만809대를 판매하며 전년 동기 5만4268대보다 10.8% 늘어난 판매량을 보이고 있다. 신차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만큼 상승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라도 임단협을 하루속히 마무리 지어야 한다.

르노삼성차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 기본급 15만원 인상, 격려·성과금 400만원, 기본급의 200% 추가수당 지급(타결 즉시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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