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노동자 집단 사망 법원 판단 이미 있었다?
한국타이어 노동자 집단 사망 법원 판단 이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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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지속적 벤젠 노출로 암 발병, 산재 해당"
한국타이어 "600억 투입, 작업환경 개선 노력"

[서울파이낸스 윤은식 기자] 한국타이어 노동자 집단 사망의 원인을 두고 한국한타이어 산재협의회의 측과 한국타이어 측의 입장이 엇갈리면서 논란이 수년째 이어오고 있다.

이들의 사인은 주로 심근경색·심장질환·뇌출혈 등 돌연사가 대부분이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한국타이어 산재협의회와 유가족들은 이들의 사망원인이 유독성 강한 물질을 취급하는 공장 작업환경을 지목했지만 정확한 사인은 미궁이다.

그러나 최근 법원은 한국타이어가 타이어 제조와 발암 물질 노출의 연관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충분히 안전 배려 의무를 하지 않았고 폐암 발병에 대한 객관적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면 작업환경을 폐암 발병원인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결과적으로 법원이 한국타이어 제조 노동자 사망원인이 유독성 강한 물질을 취급하는 공장작업환경을 지목한 것으로 풀이된다.

▲ 법원이 한국타이어 노동자 집단 사망과 관련해, 노동자 사망과 한국타이어 작업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확인됐다.(사진=다음지도검색화면 갈무리)

하지만 법원의 이런 판단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7년 10월 18일 한국타이어가 한국타이어 노동자 유가족들을 상대로 제기한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사건에서, 당시 재판부는 근로자들의 사망이 회사 작업환경과 연관성이 있다는 취지의 내용으로 가처분 기각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한국타이어는 유가족들이 회사가 최악의 근로조건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근로자 사망 후에도 정당한 보상을 하지 않고 있어 회사의 명예와 업무를 방해하고 있다고 대전지방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었다.

재판부는 근로자들이 단기간 여러 명이 갑작스레 돌연사했고, 한국타이어가 유가족 시위로 이 문제가 언론에 노출되자 그제야 역학조사를 했으나 근로환경과 근로 강도, 근로시간 등 근로자 사망과 직접 관련성이 있는지 명확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동자들의 2006년 심장성 돌연사 발병율이 일반 국민 평균의 5.6배 협심증의 경우 1.8~2배 높게 나타나고 있어 근로자들의 사망원인에 대한 의혹이 쉽게 해소되고 있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유가족들의 주장하는 사실들은 중요 부분에서 진실한 사실이고 (유가족들의 시위는)근로환경과 근로조건의 개선을 위한 것이라고 할 것이므로 이와 같은 표현행위는 위법성이 없다고 밝혔다.

또 이보다 앞서 지난 2001년 정모 씨는 한국타이어에 근무하면서 발암물질인 벤젠에 장기간 노출돼 급성골수성 백혈병에 걸린 것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요양승인신청을 냈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은 벤젠에 노출된 사실은 인정하지만, 급성 골수성 백혈병을 일으킬 정도에 미치지 못하므로 업무와 상당인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요양불승인처분을 했다.

이에 정 씨는 법원에 소송을 냈고 법원은 정 씨의 손을 들어줬다.

대전지방법원은 정씨가 벤젠이 함유된 한솔을 취급하는 작업(타이어 성형작업 중 날개 부분을 붙일 때 접착력을 높이는 작업)을 수행해 왔고 한솔에서 벤젠에 노출됐을 것으로 판단되어 벤젠 노출에 의한 백혈병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봤다.

이어 정씨가 근무하는 과정에서 근무 장소 및 근무내용, 작업에 사용된 유기용제의 성분 등을 종합해볼 때 발암물질로서 백혈병을 유발하는 벤젠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어 왔다며 비록 노출수치가 낮더라도 장기간에 걸쳐 벤젠에 노출됐다면 백혈병 유발인자로 작용하기에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런 법원의 판단을 종합해 볼 때 한국타이어 노동자 집단 사망의 원인은 한국타이어 산재협의회와 유가족들이 주장하고 있는 공장 작업환경 때문으로 볼 충분한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에 대해 한국타이어 측은 "산재협의 측이 사망자 수와 관련해 사고사와 자살 등을 포함해 과장되게 사망자 수를 밝히고 있고 짧은 기간 공장에서 일한 직원까지 집계하고 있어 과장된 부분이 많다"며 "지난 2007년과 2008년 대대적인 역학조사를 했고 당시 아무 문제가 없던 것으로 알고 있고 작업 환경개선으로 이해 600억원을 투자해 작업환경 개선도 꾸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무소속 김종훈 의원이 지난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한국타이어 사망자 현황(2008년부터 2016년 1월, 협력업체 포함)에 따르면 2016년 1월까지 사고사를 제외한 사망한 노동자 수는 42명이다. 이 중 산재승인 건수는 단 3건에 불과하고 산재 불승인 건수는 무려 19건이나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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