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평창동계올림픽 800억 '통 큰' 후원…총대 멧나?
한전, 평창동계올림픽 800억 '통 큰' 후원…총대 멧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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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전력은 23일 서울 여의도 한전 남서울 지역본부에서 이인호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이희범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전력그룹사 사장단 등이 참석한 가운데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 및 동계패럴림픽대회 조직위원회와 후원 계약을 체결했다. 조환익 한국전력 사장(오른쪽)과 이희범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이 후원계약 체결 후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전력)

[서울파이낸스 윤은식·전수영 기자] 재정문제로 성공적인 개최 여부가 불투명했던 평창동계올림픽이 한국전력의 후원으로 한숨을 돌렸다. 그간 많은 기업들이 후원을 이어왔지만 재정이 부족해 뒷심 부족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 후원으로 개최 준비가 순항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한전이 후원에 물꼬를 튼 만큼 다른 공기업들의 후원이 이어질 가능성도 높아졌다.

◇ 대통령 직접 나서 후원 요청…공기업 '맏형'으로서 책임감?

평창동계올림픽은 경기 및 주변 인프라 구축에 막대한 돈을 들였다. 재정 상태가 열악한 강원도는 중앙정부에 지속적인 도움을 요청했지만 예산을 받기가 쉽지 않았다. 더욱이 문재인 정부도 복지 혜택에 세출을 늘리며 평창동계올림픽을 돕기가 녹록치만은 않은 상황이다.

당초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6월 말까지 후원 목표액을 9400억원으로 예상했지만 지금까지 95% 정도 후원을 받아 여전히 450여억원이 부족한 상태였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평창에서 열린 'G-200 평창을 준비하는 사람들' 행사에 참석해 "지금부터는 정부가 나서서 평창올림픽을 반드시 성공시키겠다"고 의지를 밝히며 "지금 평창올림픽과 관련해 후원이 부족하다는 말이 나오는데, 기업들 특히 공기업들이 올림픽을 위해 조금 더 마음 열고 더 많이 후원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공기업들의 적극적인 후원을 요청했다.

지난해 온 나라를 발칵 뒤집히게 했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인해 대기업들이 나서기가 힘든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택할 수 있었던 것은 공기업뿐이었을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대통령의 대통령이 국가적인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르겠다며 도움을 청한 상황에서 한전이 제일 먼저 나섰다.

업계에 따르면 한전 11개 전력사들은 갹출을 통해 800억원을 후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이 800억원을 내놓으면서 6월 말까지의 목표 후원금액은 채워졌다. 하지만 평창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서는 예상했던 금액보다 더 많은 돈이 투입될 수 있어 후원금은 목표액을 초과해도 무방하다.

◇ 일각에선 '의혹'의 눈길다른 공기업들은?

업계에서는 한전이 6월 말까지의 목표 후원금액 부족분인 450여원보다 350억원이 더 많은 800억원을 내겠다고 결정한 것에 대해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후원금이야 많을수록 좋은 것이지만 그렇다고 몇 백억원을 초과하는 금액을 낼 것까지는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물론 예상수입이 2조5000억원으로 예상돼 소요예산보다 3000억원이 부족해 한전의 후원금으로 이를 모두 메울 수는 없지만 당장 적자 올림픽에 대한 우려를 조금이라도 덜 수 있게 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조환익 한전 사장이 그동안 한전을 잡음 없이 이끌고 동시에 준수한 경영성과를 내며 재연임에 성공한 만큼 내년 초에 다시 한번 연임에 도전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 아니냐는 앞서가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이들은 실적이 중요한 연임의 이유가 될 수 있지만 그간 한전 사장직은 실적과 아울러 정무적 판단 아래서 특정 인사를 지목한 전례도 있어 역대 최장기 사장직을 유지하고 있는 조 사장도 내년 초 어떻게 될지는 어느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대통령의 지원 요청에 100%는 아니지만 근접한 수준의 후원금을 내놓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원치 않았지만 이번 후원 결정이 오히려 한전 스스로가 자신의 발목을 잡으며 의혹에 사로잡히는 꼴이 됐다.

이에 대해 한전 측은 정부 세계적 행사인 평창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기원하고 아울러 올림픽 기간 중 회사 브랜드 홍보를 통해 글로벌 에너지 기업으로서의 이미지 제고 효과를 위해 이번 후원을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한편, 대통령의 후원 요청에 한전이 화답하고 나서면서 다른 공기업들의 후원이 있따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수자원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도로공사, 인천공항공사 등 호실적을 낸 굵직한 공기업들이 뒤를 이을 것이란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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