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식 상명대교수 / 신용카드 학회장

신정부가 들어서면서 모든 면에서 상당한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금융·경제 분야에서만 보더라도 신정부는 소비자보호, 금융선진화와 민주화를 정책공약의 핵심으로 내걸고 있는 바, 이와 연관되어 서민금융, 가계부채관리 강화 등 금융정책의 크고 작은 변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신정부는 카드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를 거의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신용카드정책에 대해서는 무조건 전 가맹점 수수료를 낮게 유지하기 위해 수수료 산정에 대한 개입 확대 기조는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는 영세·중소가맹점에 대한 우대수수료율 기준을 각각 2억 원에서 3억 원, 3억 원에서 5억 원으로 확대하며, 연매출 5억 원 이하의 중소가맹점에 대해 적용되는 우대수수료율을 1.3%에서 1%로, 연매출 3억 원 이하의 영세가맹점에 대해 적용되는 우대 수수료도 향후 점진적으로 낮출 방침으로 알려졌다.

기본적으로 정부가 소상공인을 배려한다는 취지는 나무랄 이유가 없다. 문제는 시장에 맡겨야 할 가격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면서 시장의 실패를 부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부의 개입이 불필요하게 계속 확대될 경우 시장원리가 훼손되고 이 때문에 시장 참여자 간 갈등이 심화될 우려가 있어 궁극적으로 정책의 실패로 귀결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가맹점수수료 산정 원칙에 따르면 향후 기준금리가 인상되어 조달금리가 인상되면 그 인상분을 합리적으로 반영하여 가맹점수수료 역시 인상되어야 한다. 3년이라는 원가 재산정주기 동안 금리인상과 인하가 반복될 수 있다. 그러면 그때마다 번번이 조정할 것인가? 가맹점 입장에서는 인하방안을 항상 환영하면서도 추가로 수수료를 인하하고 인하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개별 영세가맹점의 카드 수수료는 월 1-2만원 수준인데 수수료 인하를 한다고 하더라도 실제적으로 돌아가는 혜택은 그리 크지 않아 1만원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실제 가맹점이 어려운 부분은 경제 환경, 임대료, 직원임금 등이지 카드수수료는 아닌 것이다. 정부가 진정 영세가맹점을 보호하려 한다면 장려금 지급, 세금감면 등 정부에 주어진 권한을 활용해야 한다.

신용카드시장은 신용카드-가맹점 및 신용카드-소비자라는 양면시장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가맹점수수료에는 카드사 수익과 함께 회원 혜택이 포함되어 있다. 카드사 입장에서 낮은 가맹점 수수료 적용범위가 확대되면 수익기반은 더욱 악화되어 그동안 당연시되어 왔던 소비자의 혜택을 축소하거나 없애고 연회비도 증가시킬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처럼 가맹점 수수료 인하에 따라 가맹점주가 얻는 이익은 소비자들이 얻는 혜택 축소로 상당부분 충당된다고 볼 수 있다. 원칙적으로, 가맹점수수료는 수요와 공급의 균형점에서 정해지는 가격이라 할 수 있으며, 지급결제서비스는 정부를 대신해서 제공하는 일종의 공공재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카드 가맹점수수료의 갈등의 본질은 이러한 공공재 성격을 띠고 있는 신용카드의 지급결제시스템을 가동하기 위한 비용을 카드생태계의 구성원 중 누가 부담할거냐에 대한 인식이 고려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용카드의 가맹점수수료는 유독 다른 종류의 수수료와는 달리 카드사와 가맹점 간의 자율적인 협상을 통해 정해지기보다는 정부가 주도적으로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있다.

가맹점수수료 인하는 카드사, 가맹점, 회원뿐만 아니라 카드생태계와 관련되어 사회 전체적 후생과도 연관되어 있다. 향후에는 수수료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 및 투명성을 분명히 하는 가운데 구성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할 필요가 있다. 차제에 사실상의 신용카드 결제의무화도 폐지하여 카드가맹점으로서의 효익을 느끼지 못하는 상인들은 언제든지 가맹점을 탈퇴할 수 있도록 조치할 필요가 있다.